넷플릭스 드라마
오랜만에 배우 김희애의 얼굴을 본 건 드라마가 아닌 쇼 프로 유퀴즈와 문명 특급이었다. 요즘 눈에 들어오는 드라마가 없어 넷플릭스보다 유튜브를 보는 시간이 길던 참이었다. 그렇게 어찌 보면 자연스럽게 김희애가 출연하게 된 드라마 '퀸메이커'를 알게 되었고, 토요일에 한, 두 편만 보려던 나는 모든 화를 정주행했다.
*모티브가 있습니다: 영화 초반부터 익숙한 장면이 나온다. 갑질 사건으로 소환된 은성 백화점 상무이사 '은채령'의 고개를 들면서 기자들을 노려보는 표정. 2014년 발생한 일명 '땅콩 회항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한 듯한 장면이었다. 땅콩 회항 사건도 당시 어이없는 이유로 비행기를 되돌려 수석 승무원을 내리게 한 사건으로 사람들의 어마어마한 질타를 받았고, 전혀 반성의 기색이 없어 보이는 표정을 따라 하는 연예인이 있을 정도였다. 한국의 대표적인 갑질 사건을 드라마에서 재조명해 상무이사 '은채령'이 얼마나 갑질에 익숙한 인물인지를 보여줬다.
이렇듯 과거 사건을 다시 상기하게 하는 드라마의 연출이 과하지 않았기에 드라마의 몰입감을 더 높여주었다. 그 외 '배우 김새벽(은채령)의 발견'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질 정도로 탄탄한 연기력도 높은 몰입감에 일조했다. 어디 김새벽뿐일까, 악역으로 자주 등장해 '또경영'이라는 별명이 붙은, 연기력이 보장된 이경영과 소름 끼치는 악역 류수영, 회개의 눈물로 울림을 선사한 화수이모 김선영의 연기도 눈부셨다.
*킬 힐의 존재감이 헛되지 않았다: 주인공 황도희는 산동네 마을에 이사를 가서도 킬 힐은 포기하지 않는다. 킬 힐을 신고 악역들을 만나러 나가는 걸 보면, 킬 힐은 황도희의 질 수 없다는 굳센 다짐을 표출해 주는 도구라고도 볼 수 있다. 킬 힐의 날카로운 굽처럼 황도희는 여직원의 미투, 자살, 면세점에 얽힌 비리 등 민감할 수 있는 사안에 날카롭고 매섭게 맞선다. 황도희가 외적 요소(기품이 넘치는 복장, 킬 힐)에 그치지 않고 내적 요소도 알차게 갖춘 인물이기를 바랐는데, 다행히 황도희는 아주 현명했고 긴 세월 재벌가의 더러운 비리를 처리해 주고 살았지만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겉모습뿐만 아니라 내면도 단단한 캐릭터였다. 민감하고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맞서 싸우는 황도희의 결말을 함께 지켜보는 건 어떨까.
'퀸'메이커라는 제목답게 여성들의 활약이 많이 비친다. 일단 한국을 좌지우지하는 대기업 '은성 그룹'의 회장이 여자다. 그리고 자식 2명도 여자. 주인공 황도희와 오경숙도 여자다. 마지막에 오경숙과 은성 그룹 회장, 두 여자가 대치하는 장면은 나에게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만큼 멋있는 모습도 많이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오경숙이 담배를 피우며 진지하게 아주머니들의 노동 조약을 읽은 후 변호를 맡겠다고 말하던 장면이 단단한 신념과 용기가 느껴져 아직 선명히 기억난다.
마지막에는 '시즌 2'를 강력하게 암시하는 장면이 나오며 묵직하게 끝난다. 드라마 '더 글로리'만큼의 화제는 아니지만 지금 넷플릭스 1위를 달리고 있으니 부디 시즌 2도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해결사 황도희의 모습을 꼭 다시 보고 싶으니까.
-프리랜서 김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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