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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경 Jun 17. 2023

이상해도 괜찮아. (가디언즈오브갤럭시:Volume 3)

영화 리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스포가 약간 있어요!>

출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포토

[6년 전, 그 집단의 첫인상]

지금 생각해도 처음엔 참 관심이 없었다.

남자친구는 약 6년 전 그때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엄청난 팬이었다. 이런 그를 따라 나도 마블 영화를 뒤늦게 챙겨보던 중이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몇 년 전 영화이자 우주 행성들끼리의 갈등을 다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1편(Guardians of the Galaxy)'을 보자고 나에게 말했다. 


우주 이야기라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면... 우주의 수호자, 영웅이라는 건가? 우주가 싫지는 않지만 사실 너무 낯설었다. CG로 배경뿐만 아니라 몇몇 등장인물까지 만드는 SF 영화에도 익숙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밝은 초록색을 뒤집어쓴 얼굴에 신기한 문양이 있는 여자, 몸 색깔부터 지구인과는 다른 남자, 무서운 표정의 나무와 사람보다 한참 키가 작은 덥수룩한 털의 너구리 한 마리를 얼핏 보고 영화의 기대가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아이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는 그래도 아우라가 있고 생긴 게 멋있지 않은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내에서 우주를 수호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인간의 기준으로 봤을 때) 특이한 외모에 옛날에 큰 상처를 경험했다. 성격도 특이하거나 어딘가 삐쭉빼쭉하다. 어찌 보면 세상의 기준에서 정상적이라기보다는 비정상에 조금 치우쳐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비정상이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을 눈물짓게 하는 사랑스러움으로 바뀌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마 전혀 어색하지 않은 화려한 CG와 스토리, 캐릭터들이 지닌 매력 덕분이지 않을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1편은 영화 평론가 이동진이 꼽은 마블 영화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했다.


출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포토

[2023년 5월, 명작이라고 인정해야겠다]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았다. 그 후 2023년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마지막을 장식할 3편이 개봉해서 친구와 관람했다. 영화는 엄청났다. 이후에 다시 일상생활을 할 때도 영화가 계속 생각났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멤버인 너구리 '로켓'이 동물 실험당하는 장면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빙빙 맴돌았다. 내가 동물을 괴롭히는 장면에 약한 사람이었던 걸까? 

그런데 이 영화에 영향을 받은 게 나뿐만이 아닌 듯했다. 함께 영화를 본 친구와 인터넷 네티즌의 반응을 보니 '최근 재미없는 전개로 주목도가 떨어지던 마블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평가가 가득했다. 현재 네이버 관람객 평점을 검색해 보니 9.39점이라고 뜬다.


평범하고 조그마한 너구리였지만 잔혹한 동물 실험을 당해 말을 할 수 있게 된 '로켓'. 실험 때 빨리 달릴 수 있는 발 대신 거미처럼 생긴 기계 다리를 토끼에게 붙이는 등 생물의 완전함을 목표로 한 무자비한 동물 실험 대상이 된 다른 동물 3명과 로켓은 가까워지게 된다. 이들은 이름조차 없고 번호로 불린다. 태어날 때부터 철장 속에만 있었기에 처음으로 우연히 하늘과 로켓을 본 '로켓'은 너무나 놀란다. 그리고 꿈꾼다. 나도 이 친구들과 언젠가 저 영원히 아름다운 하늘을, 로켓을 타고 날아다녀야지. 지저분한 철장 속에서도 '영원한 행복'을 꿈꾸는 순수함에 눈물이 흘렀다.


시간이 흘러, 결국 모든 것을 이루지 못하고 회의감에 빠진 로켓은 그 뒤부터 '내가 특별했으면 좋겠어'라는 노래 가사를 읊조리며 자신을 아주 쓸모없고 흉측한 존재라고 여긴다. 이러한 불운에 빠진 너구리가 친구와 원수로 뒤엉킨 과거를 청산하고 또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을까? 이것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에서 기둥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2023년 6월, 이상해도 괜찮아]

동물 실험을 적나라하게 비판한 내용으로 국제 동물 보호 단체에서 '번호가 아닙니다 상(Not a Number Award)'도 수상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상당히 무거운 주제를 다루었지만, 사실 1편부터 3편까지 이 영화의 많은 부분에 개그 요소들이 존재한다. 나는 이 영화가 감동적이고 웃겨서 좋다. 우주 생명체이기에 벌이는 말도 안 되는 사건을 해결하며 유머, 귀여움, 사랑스러움, 눈물 포인트까지 다 잡은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일이 바빠 영화를 보지 못한 남자친구를 데리고 2차 관람도 하러 갔다. 두 번째 관람 때는 눈물이 안 나올 줄 알았는데 웬걸, 첫 장면부터 눈물이 쏟아졌다. 청승맞기는 했지만 나에게 이렇게 많은 감정을 들게 해 준 고마운 영화는 오랜만이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는 자신을 세상에서 쓸모 없는 존재라고 여기는 존재에게 다른 이들이 조금 이상하게 봐도 괜찮다고, 너야말로 인생의 '주인공'이라며 깊은 감동을 선물한다. 이들의 마지막 모습에서는 모두를 향한 무한한 사랑을 느꼈다. 이기적인 사람들에게 누구보다 당했지만, 누구보다 모든 이들을 응원하는 무한한 사랑을.


-프리랜서 김연경

출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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