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잎클로버보다 세잎 클로버를 좋아하는 INFJ가...

by 겨울꽃

초등학교 때다.

엄마가 일을 하셔서 학교가 끝나면 자주 혼자 놀았다. 그땐 어려서인지 혼자

있는 게 신기하게도 슬프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가끔 함께 다니던 친구와 이모집 옆

들판에서 놀았는데, 거기에는 무수히 많은 세잎 클로버가 있었다. 어릴 때 봤을

뿐인데 지금도 떠오른다. 그때 본 세잎 클로버의 모양, 그때 불었던 바람, 그때

불어 들어온 향기. 하지만 난 세잎 클로버 속에서 네잎클로버를 찾기 바빴다.


며칠 전 INFJ 영상을 봤다. 질 높은 영상에 칭찬하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거기에

INFJ가 아닌 누군가가 'INFJ님들, 자책하지 마세요. 당신들은 충분히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예요'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긴 댓글을 단 것을 보았다. 나를 포함한

많은 INFJ가 감동을 받은 듯 대댓글에는 감사하다, 힘이 된다는 내용이 많이 있었다.


그러다 누군가 대댓글에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네잎클로버보다 세잎 클로버를

좋아하는 INFJ가'라고 쓴 걸 보았다. 난 이 한 마디가 너무나 좋아서 기억해뒀다.

사실 처음 들었을 때는 정확하게 문장의 뜻을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왜 나에게

와닿았는지를 생각해 보니 네잎클로버보다 흔한 세잎 클로버가 주제가 되었기

때문인 듯하다.


네잎클로버는 평소에 쉽게 발견할 수 없으니 찾기 어려운 큰 '행운'이다. 반대로

발에 채는 게 세잎 클로버다. 나 또한 초등학교 때 세잎 클로버는 많이 봤지만

네잎클로버는 찾지 못했다. 하지만 큰 행운을 위해 눈앞에 가득 펼쳐진 세잎

클로버를 무시하지는 말았어야 했다. 당연하게 여기지 말았어야 했다. 쉽게

맞닥뜨리지 못하는 네잎클로버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보다 바로 내 앞에 있는

세잎 클로버를, 주변에 있는 행복을 아끼고 사랑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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