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부업 강사의 시간
[8월]
"오늘을 머리를 푸셨네요."
안경을 낀 그녀와 나 사이의 벽을 허물게 한 한 마디였다. 약 한 달 만에 본 그녀의 달라진 머리 모양을 칭찬하니 그녀가 활짝 웃었다. 오랜만에 한국어를 해야 한다는 긴장감이 조금은 풀린 듯했다. 학생의 긴장이 풀리고 편하게 대화하는 건 회화 수업에서 좋은 신호다. 머리를 풀었다고 이야기했으니 '머리를 풀다', '머리를 묶다' 표현을 공부하며 그녀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그녀의 수업 신청 주기는 한 달에 1번 정도였지만, 시간이 흐른 후 일주일에 2번 정도로 늘었다.
그녀는 꿈이 있는 사람이었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직업, 특히 집에서 번역하는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 내고 싶다는 꿈. 꿈을 이루기 위해 한국어 단어와 회화를 공부하고, 본격적으로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고 한다. 차분한 그녀와 집 지붕마저 뚫을 듯 활기차게 수업하는 나의 성향이 잘 맞았는지 꾸준히 수업을 신청해 주었고, 그녀에게 2가지 이상의 수업을 진행하며 여러 가지를 가르칠 수 있었다.
그녀는 바쁜 사람이었다. 젊은 나이에 벌써 아이 3명을 키우는 워킹맘이었다. 물론 아이들을 이야기할 때도 눈이 반달 모양으로 기분 좋게 휘어졌지만, 자신의 꿈을 이야기할 때 가장 행복해 보였다. 어느 날 몇 시에 일어나는지 물어보니 새벽 4시에 눈을 뜬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한국어를 공부하고, 아침에 회사로 출근해 일하고, 집에서 아이 3명을 돌보고, 그 후 나의 수업을 듣고 있다는 건데... 그럼에도 그녀는 언제나 피곤한 기색 없이 웃는 얼굴로 나를 대했다.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나지만 그녀에게 배울 점도 분명 많았다.
어느 날 그녀는 아이가 3명이 되었을 때 삶에 너무나 지쳐버렸다고 털어놓았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을 얻었지만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집안 환경에 적응하기에 벅찼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다. 우연히 유튜브를 보는데 방탄소년단이 나왔다. 무대를 누비는 모습을 보고 최근 몇 년간 아이를 낳고 느낀 책임감, 직장을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던 아쉬움,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거의 깨어 있는 상태로 지내면서 쌓인 피로,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던 자기 삶의 부담감이 순간 달아날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뭐라 형용할 수 없이 기쁘기도 했고, 머릿속이 상쾌해지는 기분까지 들었다고 한다. 잠시 버벅거린 삶의 톱니바퀴에 부드러운 윤활제를 바른 기분이었달까. 그 윤활제가 한국어 번역가라는 새로운 희망으로 탈바꿈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시작은 방탄소년단이었지만 지금은 나에게 한국 음악을 추천해 줄 정도로 그녀는 한국 콘텐츠를 자주 본다. 그녀가 추천해 준 가수 헤이즈의 노래를 들으며 글을 쓰는 이 순간이 왠지 벅차다. 그녀가 나와의 마지막 수업 때 고마움을 표하며 지었던 표정과 했던 말들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그녀가 한국어 번역가라는 꿈을 향해 내달리는 여정에 내가 잠시라도 동행한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프리랜서 김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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