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부업 강사의 시간
[이듬해 새해]
일본인에게 한국어 강의를 한 지 몇 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일본인과 노트북을 사이에 두고 온라인 강의를 하는 건 경험한 적 없는 상당히 이색적인 일이었다. 나의 일상을 수놓은 이색적인 경험 중 가장 특별한 일은 '첫 라이브 방송'이다.
[라이브 방송 한 달 전]
이전 장에서 언급했듯이 이 플랫폼에는 매주 많은 강사가 새롭게 등록했다. 한국어 강사가 많으니 어쩔 수 없이 나를 알릴 방법을 필수로 찾아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플랫폼에 담당자가 글을 올렸다. 강사들 중 이벤트 라이브 방송을 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글이었다.
어떠한 이벤트인지 대충은 알고 있었다. 이 플랫폼에서도 학생 유치와 홍보를 위해 매달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그중 하나가 '라이브 방송'이었다. 주제는 매달 달랐다. 어느 드라마가 유행할 때는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나 문화를 라이브 방송에서 이야기했고, 책을 읽기 좋은 어느 가을날에는 감동적인 한국 동화책을 소개할 때도 있었다. 내가 담당자의 글을 본 시기는 연말이었기에 주제는 곧 다가올 '연말과 새해'였다. KFC 치킨을 자주 먹는 일본의 크리스마스와는 다른 한국 문화, 제야의 종, 호랑이의 해, 일본의 오조니와 비슷한 떡국, 새해 인사 등... 이벤트 라이브 방송의 참여자 모집 글을 읽으며 학생들에게 말해주고픈 한국 문화가 머릿속에 끝없이 떠올랐다.
글을 쓰는 지금 생각해 보니 어디에서 이런 용기가 샘솟았나 싶다. 나를 홍보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한참 전 대학교에 다닐 때 PPT 발표를 몇 번 했는데, 그때 기억이 떠올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아니다. 지금 골똘히 생각해 보아도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하고 싶으니까. 하지 않으면 시간이 흘러 후회할 것 같은데!'라는 충동적인 기분으로 이벤트 라이브 방송에 지원한 것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경험하는 무언가가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조심성도 많아져 돌다리도 몇 번이고 두드려보는 성격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어 부업 강사가 된 후에는 마음속에 무언가가 치솟아 이런 충동적인 행동도 자주 하곤 했다. 그 치솟은 불길이 수업을 향한 열정인지, 사랑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는 잘 모르겠다.
[라이브 방송 2주일 전]
첫 라이브 방송이니 다른 강사와 협업해서 방송해도 좋다고 담당자가 배려해 주었다. 하지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처럼 여러 사람과 함께 할수록 반대로 일이 복잡해질 듯했고, 내가 소개하고픈 이야기도 있어 혼자 진행해 보겠다고 답했다. (다시 한번 생각해도 무슨 용기였을까 싶다!) 앞에서 언급한 검은 호랑이의 해, 제야의 종 등을 주제로 캡처와 사진을 넣으며 PPT를 만들기 시작했다. 20분 정도 발표하면 충분했지만 어느 정도 양을 만들면 적당할지 가늠이 잘되지 않아 일단은 생각 나는 아이디어를 다 넣어서 만들었다. 안 되는 부분은 나중에 담당자에게 피드백을 받고 고치지 뭐. 정성을 다해 PPT를 만든 후 담당자에게 보냈더니, 실제로 저작권 문제 때문에 라이브 방송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영상과 설명 등은 빼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해 주었다. 수업 때는 스카이프를 이용했지만 라이브 방송에서는 줌(Zoom)을 사용하기에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함께 연습도 했다. 담당자와 사전 회의를 하던 날, 순간 줌의 화면이 나오지 않아 버벅댄 걸 보면 연습하기를 천만다행이었다 싶다.
"이렇게 제가 준비할 게 적은 이벤트는 처음이에요."
담당자가 PPT 전체를 만들어온 강사는 처음이라며 나에게 꺼낸 말이다. 그리고 나의 긴장을 덜어주려고 이번에 강사님이 잘 준비하셔서 걱정이 거의 안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담당자에게 이러한 말까지 들은 걸 보면 내가 어지간히 이 라이브 방송에 진심이었나 보다.
[라이브 방송 1주일 전]
플랫폼의 메인 페이지에 '한국의 새해를 알아보자!'는 큰 일본어 글씨와 함께 나의 이벤트 방송 공지가 등록되었다. 나는 강사 페이지의 알림 등록 창에 이벤트 날짜를 적어 학생들에게 알렸다. 라이브 시청자가 0명일까 봐 걱정이 든 나는 친구에게도 사정을 설명해 시청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수업을 하고 남는 시간에 직접 만들고 담당자와 수정한 PPT 대본을 보면서 일본어와 한국어를 연습했다.
[라이브 방송 당일]
라이브 방송 1분 전. 담당자와 둘이서 줌에서 만나 떨리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라이브 시청자가 0명일까 봐 걱정된다는 나에게(친구 1명 섭외했으니 1명 확보이기는 했지만...) 담당자가 그럴 일은 절대 없다며 밝은 웃음을 터뜨렸다.
라이브 방송이 시작되자 담당자의 목소리가 아나운서처럼 훨씬 안정감 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바뀌었다. 나와 이야기할 때는 그녀의 외모처럼 아주 사랑스럽고 귀여운 목소리였는데... 채팅창으로 영상이 잘 보인다는 학생들의 대답을 본 후 이벤트 강의를 시작했다. 먼저 한국어 강사인 나를 설명하고 목차를 소개했다. 언어는 한국어를 먼저 말하고 일본어를 했다. 들어오는 학생들의 정확한 한국어 수준을 모두 파악할 순 없어 한국어, 일본어 모두를 사용한 것이다. 나의 소개를 하며 부산 해운대 사진과 함께 부산에 거주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을 때쯤 시청자는 50명을 돌파했다.
'다시 설명해 주세요', '캐릭터 귀여워'라며 실시간으로 채팅을 써주는 학생들이 꽤 많았는데 신기하게도 모든 채팅이 눈에 들어왔다. 원래 담당자가 채팅을 못 볼 수도 있는 나를 위해 대신 알려주기로 했지만, 막상 해보니 일본어 채팅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어서 직접 보고 설명해 줄 수 있었다. 채팅을 읽던 중에 유독 고맙던 댓글은 기존의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쓴 글이었다. 강사 페이지에 이벤트 강의를 한다는 공지를 남겼지만 몇 명을 제외하고는 나에게 참여한다고 굳이 말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라이브 방송 때
'선생님, 지금 보고 있어요. 힘내요.'
'선생님, スタンプ가 한국어로 무엇인지 한 번 더 말해주세요. 파이팅!'
이러한 채팅으로 이벤트 수업을 더 유익하고 힘차게 만들어주었다. 덕분에 더 의욕이 생긴 나는 일본어와 한국어로 설명하면서, 한국에서 새해에 먹는 떡국을 설명할 때는 미리 준비한 떡국과 간장 등을 준비해 설명했다. 다행히 반응이 좋아 떡국 만드는 법에 관한 질문도 많이 받았다.
20분의 강의와 20분의 질문으로 이벤트 강의가 무사히 끝난 후, 즉시 프리 토킹 수업을 신청한 학생이 있어 따로 이야기를 나눴다. 나에게 수고했다며 응원금을 보내준 학생도 있었다. 며칠 후 유튜브에 올라온 내 영상을 보니 긴장한 탓인지 엄청나게 빠르게 말하는 나의 모습이 보였다. 나를 영상으로 자세히 보면 이런 기분이구나. 좋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나의 장점이 보이고 단점도 분명 보였다. 조금만 더 천천히 말했다면 학생들이 더 잘 알아들었을 텐데. 이런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일본인을 대상으로, 라이브 방송으로, 내가 직접 준비한 자료로, 유튜버가 아닌 일반인인 내가
설명한다는 이색적인 일이 무탈하게 끝난 것만으로도 하늘에 감사했다. 그리고 나에게 다시 말하고 싶다. 김연경, お疲れ様!(수고했어!)
-프리랜서 김연경
#일본어 #한국어강사 #부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