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분 8개

일본어 부업 강사의 시간

by 리나

[12월]


흔히들 나이가 들면 도전 정신은 자취를 감추고 쳇바퀴 돌 듯 똑같은 삶에 얽매이기 쉽다고 한다. 좋게 말하면 '신중'해지고, 나쁘게 말하면 '안주'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든 이 시점에서 저 말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인정하기에는 마음이 상한다. 며칠 전 누군가의 SNS에서 들판 위에 서 있는 10명의 사진과 함께 '30대에도 지금처럼 항상 철없고 아이 같이 살자'라는 글을 보았다. 이들도 자신의 활기찬 20대를 기억하고 글을 썼을 테다. 나만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20대 때의 도전하려는 마음과 내 뜻대로 세상을 움직여보려는 용기. 이러한 20대의 패기는 한국어 강사가 신선한 아이디어로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자질이었다.




메뉴판에 요리 하나만 내걸고 자신 있는 음식만 뚝심 있게 제공하는 맛집과는 다르게 한국어 강사들은 다양한 수업을 진행했고, 나 또한 그 수순을 밟았다. 처음에는 25분, 50분 회화 수업만 있었지만 순풍에 돛 단 듯 수강생이 늘어나면서 25X5(25분 수업 5개), 50X3, 데키루칸코쿠고 책을 사용한 기초 수업을 하나씩 늘렸다. 강사 생활 후반기에 접어들었을 때는 직접 교재를 만든 일본어 상급자를 위한 뉴스 기사 수업, 중급자를 위한 드라마 수업도 추가했다. 한 달 한정으로 한국에서 인기를 끈 MBTI를 알아보고 단어를 외우는 수업, 오징어 게임에서 나오는 게임을 공부하며 회화를 공부하는 이벤트 수업도 진행했다. 이 중에서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업은 25X8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장 인기 있는 수업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첫 느낌'이 가장 좋은 수업이었다. 사실 25X8 수업을 개설하기 전, 고민과 걱정을 반복했다. 25X5에서 8번으로 늘리면 가격이 높아지고(물론 이러한 패키지 수업을 등록하면 약간의 할인을 적용해 주었다) 30일이라는 시간 동안 8번 강사와 꾸준히 소통해야 했다. 마치 공들여서 성을 짓듯 1회 차부터 한국어 실력을 차근차근 쌓아 나가야 했기에 걱정이 앞선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게 웬일. 25x8을 개설하자마자 기존의 학생들은 하나같이 이 수업을 신청했고, 새로운 학생도 25분 수업을 먼저 들어본 후 25x8을 구매할 때가 많았다. 나와 함께 열심히 성을 지으려는 학생들이 다행히 많았다. 두근두근 떨렸던 첫 수업 때와 같이 '첫 느낌이 좋은 순간'을 한국어 강사를 하면서 자주 느낄 수 있음에 감사했다. 이후 25X8은 내가 강사를 그만둘 때까지 가장 학생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인기 수업이 되었다.


한 달에 학생과 8번이나 보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나의 교재는 최근 한국 이슈와 실생활에서 활용 가능한 주제가 많았다. 코로나부터 CF(영상을 보며 학습), 먹방, 드라마, 요리, 이사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한편 25X8의 성공을 예측하지 못했던 것처럼 실패를 예측하지 못한 수업도 있었다. 내가 예측 능력이 떨어지는지 25X8은 인기 수업이 되고, 성공하리라 믿었던 수업은 조촐하게 막을 내리기도 했다. 수업 흥행이 실패했을 때는 어느샌가 마음에 상처도 남았다. 서두에서 언급한 MBTI, 오징어 게임 등을 이용한 이벤트 수업이 대표적인 실패한 작품이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MBTI로 공부해 보자' 등 주목받기 쉬운 수업명과 수업 설명을 적었으니 분명 인기를 끌 거라 자신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주목받기 쉬운 수업명이어서 오히려 생각지 못한 일과 맞닥뜨리게 되었고, 결국 폐지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한 이벤트 수업 때는 이랬더랬다. 저녁 19시 수업에 있었던 일이다.


-다음 편에 이어서




<나의 프리랜서 라이프>

04. 세상은 넓고 강사는 많다

내가 한국어 강사가 된 후에도 플랫폼에서 신규 강사는 계속 증가했다. 궁금해서 강사를 검색해 보니 인터넷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씩 점점 늘어나더라. 부업에서조차 경쟁하고 싶지는 않아 애써 신경 안 쓰는 척 행동했지만, 플랫폼에서 발송하는 뉴스 레터에서 다른 강사를 보면 호기심이 일어 나도 모르는 새에 확인하고 나의 부족한 점을 찾아내 스트레스를 사서 받곤 했다. 그래도 잠시 고민하는 시간을 거친 후 평정을 되찾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다. 부업을 하면서 최대한 즐기자고 다시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이런 것에까지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의 정신이 온전히 살아남지 못한다고도 생각했다.


-프리랜서 김연경


#일본어 #한국어강사 #부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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