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부업 강사의 시간
1. 나에게는 역한류
유튜브에는 아이돌 그룹의 밝은 뮤직비디오가 흐르고 있다. 주된 색상은 분홍색, 중간중간 보이는 색상은 푸른색. 여기에 멤버들의 상큼한 외모가 더해진 영상이었다. 이 그룹의 팬인 학생에게 운동할 때 들을 음악을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이렇게 뮤직비디오까지 산뜻한 노래를 추천해 주었다.
"선생님은 그룹 이름 들어도 모르실 거예요..."
언뜻 보면 차가운 인상에 말수가 적은 그녀였기에 어떻게 수업을 이끌어갈지 고민하던 참이었다. 좋아하는 아이돌의 이야기가 나와서 누구인지 물어봤더니, 나는 처음 들어보는 아이돌이었다. 조금 전까지 말이 적던 그녀의 얼굴에 갑자기 미소가 피어났다. 행복이라는 게 뭐 다른 게 있을까, 좋아하는 아이돌 얘기하면서 웃고 하는 거지 뭐. 아이돌을 좋아하는 차분한 커트 머리의 그녀는 수업 내내 표정 변화가 없다가, 그 아이돌의 이야기에 부끄러우면서도 행복한 표정을 비췄다. 그 후 내가 강사를 그만둘 때까지 그녀와의 인연은 이어졌다. 그녀는 말이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신중해서 말을 아끼는 사람이었고 조곤조곤 말을 건네는 차분한 성격의 학생이었다. 이야기하니 역시 좋은 사람이었다. 하마터면 좋은 학생을 놓칠 뻔했다... 어찌 됐든 아이돌 이야기를 계기로 그녀에게 오랜 기간 한국어를 가르쳤으니 나에게도 아이돌은 감사한 존재인 듯하다.
'언어를 배우려면 아이돌을 좋아하라'는 글을 SNS에서 얼핏 본 적이 있다. 정말 그러할 때가 많았다. 한 번은 스카이프의 프로필 사진부터 BTS 지민의 사진이었고, 아니나 다를까 이 학생은 아직 BTS의 NOT TODAY를 안 들어봤냐며 그 당시 멤버들의 머리 색깔까지 알려주었다. 이 뮤직비디오의 떼군무(여러 명이 나와서 일사불란하게 안무를 추는 것)가 엄청나다나 뭐라나. 뮤직비디오를 보니 실제로 그러했다. 그녀의 한국인도 뺨칠 만한 회화 실력도 방탄소년단이 지닌 마성의 매력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노래와 가수가 언어 실력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고로 케이팝과 한국어 학생은 정비례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노래, 드라마 추천을 받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한국인인 나도 모르는 한국 노래와 드라마를 추천받다니, 이건 역한류 아냐?"
2. 선생님, 이 드라마 추천해요.
드라마를 좋아하는 학생이 많아 수업 때 한국어로 좋아하는 드라마 소개를 꼭 했다. 일본, 미국... 국적은 상관없다고 했음에도 학생 대부분이 한국 드라마를 추천했다. 넷플릭스 TOP10은 꿰고 있는 나이기에 학생들이 소개하는 드라마를 대부분 알고 있었지만, 생각지 못한 드라마를 본 학생도 많았다. 한 학생은 <나쁜 녀석들>이 재미있었다고 미리 숙제로 써온 한국어를 읽으며 내게 설명해 주었다. <나쁜 녀석들>은 나 또한 푹 빠져서 봤지만 <사랑의 불시착>과 같은 '일본에서 성공했다'는 기사를 몇 번 접한 드라마가 아니었기에 신선하게 느껴졌다. 드라마 <나쁜 녀석들> 덕분에 그 학생도 한국어 공부의 큰 동기를 얻었다. 그러면 한국 드라마와 한국어 학생 또한 정비례하는 건가?
K-콘텐츠 덕분에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나도 더 넓고 깊은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학생 수가 늘어났음은 물론 훌륭한 K-콘텐츠에 기쁨을 느낀 적도 많았으니까. 학생들도 K-콘텐츠의 강력한 힘을 받아 높은 한국어 실력을 갖추게 되기를 바란다.
<나의 프리랜서 라이프>
03. 칼 같은 수업
칼 같다, 칼군무, 칼답... 요즘 '칼'이 들어간 단어를 많이 쓴다. 자극적일수록 눈에 들어오니 이제는 날카롭고 뾰족한 '칼'이라는 표현까지 자주 쓰게 되었나 싶다. 일본 학생에게도 요즘 쓰는 말로 알려준 적이 있다.
나는 칼같이 수업을 잘 자르지 못했다. 25분 수업인데 학생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25~30분이 될 때가 허다했다. 수업 후 오늘 공부한 내용도 정리해서 학생에게 보내줬으니 시간은 더 들었다. 자신의 돈을 지불해 목표를 이루려는 수업이었기에 수업이 길다고 불평하는 학생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 이 플랫폼에서 직접 다른 수업을 듣고 알았다. 길게 수업해 봤자 학생이 암기할 단어만 늘어나고 수업의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 후 시간을 점점 맞춰 나가기 시작했고, 완전히 습관을 고쳤다고는 못하지만 많이 개선했다.
-프리랜서 김연경
#일본어 #한국어강사 #부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