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최근 실내는 물론 대중교통까지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었다. 돌파구가 없어 보이는 코로나였지만,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어찌 됐든 모두 용케도 쓰러지지 않고 잘 달려왔다. 2019년부터 지겹게도 우리와 함께 있었던 마스크와 이별을 고할 때가 왔다. 마스크 때문에 헬스장에서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올랐을 때. 애써 한 화장이 보기 싫게 마스크에 다 묻어버렸을 때. 어느 웹툰에서 군대를 떠나는 말년 병장이 외친 "만나서 즐거웠고 다시는 보지 말자!"라는 말처럼 답답한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싶을 때가 많았다.
며칠 전 그날도 외출할 때 지갑을 항상 챙기듯이 마스크를 들고 나섰다. 그러다가 착용 의무가 해제되었다는 엄마와 친구의 말이 떠올라 마스크를 끼지 않고 집을 나서보았다.
[미용실 언니]
집을 나선 후 먼저 미용실로 향했다. 2개월 만의 방문이었다. 긴 머리를 고수하던 내가 이 미용실에서 단발 태슬컷으로 썩둑 머리를 자른 후, 썩 마음에 들어 매번 이용하고 있다. 예약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미용실 대기 의자에 앉아 내 차례를 기다렸다. 토요일 오후라서 나 외에도 남자 고객, 가족과 함께 와서 파마를 하는 여자 고객, 미용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그 여자 고객의 아이로 미용실은 와글와글 북적였다.
손님이 많아서 언제 내 이름을 부를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금방 불렸다. 그런데 웃으면서 나를 자리로 안내하는 스타일리스트가 항상 나를 담당해 주던 언니가 아닌 것 같았다. 긴 머리는 똑같았지만 코 밑부분 얼굴형이 너무 갸름했다. 이상했다. 나는 네이버 예약 시스템에서 항상 원래 담당하던 언니에게만 예약하기 때문이다. 긴 머리를 잘랐을 때부터 쭉 내 머리를 담당했던 스타일리스트여서 웬만하면 알던 사람에게 서비스를 받고 싶었다.
어리둥절해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미용실 의자에 앉았는데, 그때 그 스타일리스트의 한마디에 의문이 풀렸다.
"어머, 이번에는 머리가 많이 자랐네요~."
그제야 스타일리스트의 코 윗부분이 마스크를 썼을 때의 모습과 똑같다고 깨달았다. 이 미용실을 처음 이용했을 때부터 마스크를 착용한 스타일리스트의 모습만 봐서, 얼굴 전체는 이번에 처음 봤다. 아무리 그래도 다른 사람이라고 착각하다니. 너무 놀라 반사적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나: "언니가 마스크 벗은 건 처음 봐요."
스타일리스트: "하하. 그렇죠? 어색하죠."
나: "아니에요. 예뻐요."
스타일리스트: "감사합니다."
내가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마스크를 벗고 외출했는데, 마스크를 벗은 다른 사람을 보고 놀라버린 날이었다.
[뭐지, 이 시원함은?]
외출할 때의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 보겠다. 1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마스크를 벗으니 어색했다. 마스크를 벗으니 내 모든 것이 드러난 듯 부끄러운 괴이한 기분이 들었다. 인생에서 마스크를 안 쓴 적이 훨씬 많지만 어지간히 마스크가 익숙해졌나 보다.
그런데 약간 어색한 기분으로 밖을 나와 아파트를 나설 때였다.
춥지 않고 적당히 선선한 날씨에 콧구멍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 안면에 느껴지는 개방감. 한결 포근해진 날씨가 코로나는 저물어 가고 마스크를 벗은 것을 환영하듯 따뜻하게 나를 맞이했다. 코로나 때문에 이 시원한 기분을 잊고 살았다. 나는 집에서 나올 때 어색했던 마음이 무색해질 정도로 나오자마자 마스크를 벗은 삶에 바로 적응했다.
아, 마스크를 벗으니 정말 좋다.
-프리랜서 김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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