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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경 Apr 03. 2023

길복순 본 사람, 영화 어때요?

영화 길복순 솔직 후기

※ 글에서 영화 내용이 조금 나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영화를 보고 난 후 다른 사람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해서 들어오신 분들, 환영합니다.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 오랜만에 배우 전도연의 모습을 보았다. '내가 로코계의 고인 물이야'라고 몸소 증명하듯 상대 배우 정경호와 찰떡 호흡을 선보인 전도연. 그 모습에 자연스럽게 31일 넷플릭스에 개봉한 영화 '길복순'에도 관심이 쏠렸다.


길복순 영화를 보기 전 평점과 사람들의 의견을 보니 신기할 정도로 제각각이었다. 액션 신이 최고였다고 치켜세우는 글도 있었지만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며 비난을 퍼붓는 사람도 있었다. 내 남자친구는 "킬링 타임용으로 볼만하더라."라는 짧은 감상평을 남겼다. 건조한 감상평을 듣고 나니 나의 금쪽같은 주말 시간도 허무하게 증발해버릴까 봐 걱정이 앞섰지만, 그래도 궁금한 영화였기에 바로 시청했다.


그리고 난 아주 푹 빠져서 재미있게 보았다! 중간에 조금 늘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지만(하지만 난 원래 영화 시간이 2시간 이상이면 늘어진다고 자주 느낀다. 길복순의 러닝 타임은 137분이다) 이 정도면 내 주말 시간을 투자한 것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나에게는 좋은 추억으로 남은 영화 '길복순'의 감상평을 짤막하게 써보겠다.


*자기도 살아야 하니까 그런 거야: 이 영화는 중간중간 마음을 파고드는 대사가 등장한다. 영화에서 딸이 자신과 사귀던 여자친구에게 배신당하고 슬퍼하자, 길복순은 '자기도 살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이었을 거야'라는 식의 말을 건넨다. 누군가의 배신 때문에 너무나 실망했지만, 그 누군가 또한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이었음을 길복순은 이해했다. 나도 누군가를 이해하고 싶었던 걸까? 이 대사가 꽤 많이 와닿았다. 이것처럼 길복순에는 중간중간 인생의 여러 감정을 정의하는 멋진 대사들이 많이 나온다.


*전도연이 장르다: 이날부터 그녀를 '도연신'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천재 킬러이지만 딸을 아끼는 엄마라는 이중적인 캐릭터를 이렇게나 능숙하게 표현하다니 그저 놀랍다. 연기의 영역을 뛰어넘어 '길복순'이라는 인물이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단언컨대 영화 길복순은 전도연의 연기가 살렸다. 물론 설경구, 이솜, 구교환, 이연 등도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다. 평점을 보니 이솜의 역할이 너무 어색하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나의 관점에서는 이솜이 '솔직한 미친X, 길복순과는 적당히 빙그레 X발 하는 사이'의 느낌이 충분히 잘 드러냈다.


*여자들의 싸움: 허름한 술집에서 술판을 벌이다가, 차이사의 계략으로 남자 여럿과 여자 두 명이 갑자기 싸움을 벌인다. 가방에서 꺼낸 칼부터 부엌에 있는 식칼까지 온갖 살인 도구들이 마치 게임처럼 날아다닌다. 엎치락뒤치락했지만 결국 여자들의 승리. 남은 한 남자인 한희성에게 길복순은 '후지다'라는 말을 남기고 가슴팍에 칼을 꽂는다. 영화에는 이러한 액션 신이 많이 나오는데 여성들이 거칠게 싸우는 모습이 알맞게, 잘 담겨 있었다. 여자들의 화끈한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에도 만족하지 않을까.


그 외에도 관심을 끄는 요소는 꽤 많다. 첫 번째. 딸이 동성애를 하는 역할로 나온다. 다른 네티즌의 평가를 읽어보니 갑자기 동성애를 끼워 넣어서 작위적이었다는 의견도 있던데,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소재가 영화의 흥미를 더했다고 본다. 딸이 동성애라는 어찌 보면 예민할 수 있는 부분을 자기 방식대로 풀어나가는 장면이 꽤 볼만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두 번째. 영화 첫머리부터 등장하는 온몸에 문신을 황정민의 연기도 볼거리 중에 하나다.


영화 '길복순'. 나에게는 킬링 타임 이상의 영화였다.


-프리랜서 김연경


#영화 #길복순 #넷플릭스 #넷플릭스영화

사진: 네이버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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