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생선 요리
그 어렵다는 뉴욕의 맨해튼에서 직장을 다니는 대학 동기가 있다. 그것도 나의 둘도 없는 단 하나뿐인 베스트 프랜드다. 대학시절 그녀와 나는 전공이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우연히 자주 마주쳤다. 시험기간의 도서관에서 하굣길의 캠퍼스에서 붐비는 학교 식당에서 그리고 우연히 들린 맥주집에서도 나는 그녀를 만났다.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키가 크지 않지만 어디서나 눈에 띄었던 그녀는, 과 선배가 주선한 모임에 참석하게 되면서 나와의 본격적인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그녀와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만나서 맛있는 걸 먹으러 가거나 수다를 떨었다.
늘 치열하고 빠듯한 경쟁 속에 숨 막혔던 나에게 그녀와 보낸 시간들은 편안한 휴식 같았다. 유명 외국계 기업에 다녔던 그녀는 답답했던 회사 생활의 무료함을 나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달래는 듯했다. 우정은 대단한 걸 함께 공유하거나 나누지 않아도, 멀찌감치 떨어져 서로를 있는 그대로 지켜봐 주는 것으로도 충분히 커질 수 있었다. 나와 그녀처럼…
나는 휴가와 연차를 꼬깃꼬깃 모아 큰 마음을 먹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뉴욕으로 떠났다. 나의 일정을 미리 그녀에게 알려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내내 바빴고 수시로 울려대는 핸드폰과 쌓이는 메일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가고 싶은 곳과 하고 싶은 것들이 넘쳐 나는 뉴욕이니까, 게다가‘혼자서도 잘 놀고 잘 먹는 나’이니까 괜찮다고 제차 말했지만 친구는 줄곧 미안해했다. 그러다가 귀국 전 날이 되어서야 겨우 그녀는 시간이 났고, 우리는 밤늦도록 거리를 활보하며 잊을 수 없는 둘만의 뉴욕을 가슴속에 간직했다.
다음 날 아침, 서둘러 공항버스를 타러 가려는 나를 그녀는 슬픈 눈으로 붙잡으며 말했다. “점심이라도 같이 먹고 가면 안돼? 아직 시간 좀 있잖아.”간단하게 샌드위치를 먹겠다는 나를 그녀는 만류하며, 뉴욕의 오래된 유명 해산물 레스토랑으로 나를 이끌었다. 친구는 날마다 바뀐다는 타블로이드 사이즈의 메뉴 판을 몇 번이고 앞뒤로 뒤적이다, 오늘의 스페셜 생선요리가 무엇인지를 웨이터에게 묻고 주문을 했다. 그런데, 식전 빵을 한 바구니나 먹었고 시간이 제법 흘렀지만 이 메인 요리는 나올 줄 몰랐다. 포크를 만지작거리며 조급해진 마음을 애써 누르던 그녀는 담당 웨이터를 닦달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나온 먹음직스러운 생선 요리를 그녀와 나는 급하게 몇 점 잘라먹고 공항버스 터미널로 갔다. 나와 이별의 포옹을 하며 그녀는 또 미안해했다.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는 나와의 마지막 만찬을 이렇게 망친 게 아쉽고 가슴이 아팠던 것 같았다. 그녀와의 오랜 우정이 노릇노릇 담긴 생선요리 – 그날 비행기의 마지막 승객이 될지언정 조금 더 맛있게 먹을 걸 그랬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