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맛있게 먹을 걸 그랬어

by anego emi

40대를 갓 넘기고 위가 좋지 않아 잘 먹지 못하는 선배가 있었다. 자신이 먹고 싶은 걸 마음대로 즐기지 못하는 탓인지, 선배는 먹성 좋은 후배들이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들을 맛있게 먹는 걸 물끄러미 지켜보며 행복해했다.


언제나 먹고 싶은 것이, 갖고 싶은 것만큼이나 많았던 우리는‘맛있는 걸 먹으러 가자’라는 선배의 한마디에 아무리 바쁜 일에도 요리조리 핑계라는 조미료를 뿌리고, 여러 날 묵혀둔 제법 묵직한 약속들도 직장인의 애환 등을 운운하며 과감히 뒤로 미루고, 소풍 가는 아이들 마냥 들뜬 마음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꼭 한 번은 가고 싶었던 새롭게 떠오르는 맛집들의 맛깔스러운 메뉴들을 각자의 식탐 속에서 줄줄이 꺼내며, ‘오늘 하루는 너희들이 원하는 거면 뭐든 실컷 먹게 해 줄 것’ 같은 선배를 졸랐다.


부족함 없이 골고루 차려진 오늘의 한상 앞에 우리들은 쾌재를 부르며 먹는 데 집중했다. 결코 줄어들지 않은 우리들의 먹성을 선배는 언제나 잔잔한 미소로 응원했다. 그러다 간간히 부러움과 아련한 후회가 가득 고인 군침을 몰래 삼키며 선배는 넋두리처럼 조용히 내뱉곤 했다. “야, 저렇게 맛있는 걸… 맘껏 먹을 수 있을 때 좋은 사람들과 조금 더 맛있게 먹을 걸 그랬어.”


PS) 코로나 때문에 그냥 보내기 아까운 10월입니다. 좋은 분들과 맛있는 음식 드세요.

가능하면 집에서요 ^-^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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