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작업하는 날이 많은 프리랜서인 저는
일주에 3번은 김밥을 먹습니다.
먹기에도 간편하고, 은근 커피와의 궁합도 좋답니다.
따지고 보면, 김밥 속에는 시금치, 당근,
우엉과 같은 야채도 들어있고
단백질의 덩어리인 계란과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는 어묵도 들었네요.
골고루 잘 차린 5첩 반상을 철분과 미네랄이
풍부한 김으로 푸짐하게 감싼 셈이죠.
이만한 건강 밥상이 또 있을까요?
게다가 가격도 얼마나 착해요?
저는 어릴 적부터 소풍 가는 날이 아니라도
김밥을 자주 먹었는데요.
그 이유는 꼬마 시절 누구나 그렇듯이
유독 야채를 잘 안 먹던 저희 남매들에게
야채를 골고루 먹이기 위한
엄마의 눈물겨운 수고 덕분이었죠
그 손이 많이 가는 김밥을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손수 해 먹였답니다.
특이하게 저녁밥 대신 김밥을 싸서
먹은 적이 많았는데요
엄마는 몇 시간 동안 참기름 냄새를 풍기며
정성껏 준비한 김밥 소들을 큰 접시에 담고
고슬고슬한 밥을 적당히 식힌 다음에...
슬슬 허기가 오른 우리들을 거실로
불러 모아 김밥을 싸기 시작했죠.
김밥을 싸는 엄마의 익숙한 손놀림에서
눈을 떼지 못한 우리는
첫 김밥 한 줄이 완성되기가 무섭게
얼른 썰어달라고 앙탈을 부렸죠.
엄마는 그런 우리의 성화를 못 들은 척하고
꿋꿋하게 4줄의 김밥을 싼 후에야
한 줄씩 썰어 각자에게 나눠줬답니다.
(저희는 4남매입니다)
여전히 밥의 온기가 남아있는 김밥 한 알을
입속에 넣고 우물우물 씹으면 얼마나 맛있었게요.
저는 단숨에 한 줄을 다 해치우고
급한 마음에 엄마가 썰지도 않은
김밥 한 줄을 통째로 양볼이 터져라
크게 베어 물어 몇 번 씹지도 않고 꿀꺽 삼키곤 했죠
지금도 입안 가득 행복한 포만감을 주던
그 맛이 또렷하게 기억난답니다.
마음에 허기가 지는 날,
김밥 한 줄 씩씩하게 먹어보면 어때요?
이왕이면 자르지 말고 통째로, 폼 나게, 맛있게...
남은 생 잘 먹겠습니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