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뜨거워질수 있을까?

by anego emi
IMG_0648 2.JPG

저는 최근에 꽤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잘 흥분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호르몬의 문제라는 군요.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의 감소로

감정을 자극하는 도파민이 웬만해서는

분비되지 않는다네요.

그 대신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호르몬이

발달되어서 말수가 줄고 차분해진다고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 몸과 마음도

늙어가는 탓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모든 것이 호르몬의 장난이라니

놀랍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네요.

반백 살인 제가 무언가를 죽도록 해도

예전에 느꼈던 희열이나 성취감을

다시 느끼기 어렵다는 이야기니까요.


작가라는 타이틀로 살아가려고 애쓰는 저는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주절주절

아이디어를 쏟아내곤 하는데요

그때마다 기분 좋게 맞장구를 쳐주던 그들이

언제부터인가 제 말문을

단박에 막는 한마디를 내뱉기 시작하는 거예요.


" 좋아. 일단 해봐 "

그 순간... 반드시 해 보이고 말겠다는

오기가 발동하지만, 커피 한주전자를 비우고,

몇 장의 책을 넘기고, 어느새 뉘엿뉘엿 지는

해를 보고 있자면... 그 마음은 순식간에 싹 사라지고

그 걸해서 안 되는 별별 이유를 떠올리면서

며칠 째 제자리인 습작들을 꺼내보곤 하죠.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늙은이 호르몬에 흠뻑 젖은 탓인가요?

해마다 챙기는 다이어리는

비닐을 벗기 지도 않은 채 쌓여있고,

답답한 마음에 애꿎은 책들만 사 모으네요.

아마도, 마음 한구석엔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다는

목마름이 있기 때문이겠죠.

도파민이 다 말라버리기 전에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뜨거워질 수 있을까요?

아니 너무 오래 사는 덕에 다시 뜨거워지기 위해

어떻게든 애를 써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저만의 일일까요?

최근에 읽은 책에서(자기 개발서 따위는

더 이상 읽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건만...)

'최대한 씨앗을 많이 뿌려놓고 기다리라'

하던 저자의 말처럼, 미지근하더라고

할 수 있는 만큼 뭐라도 이것저것 하는 것이

정답인지도 모르겠네요.

게다가, 나이 든 저에게 유리한

호르몬이 끈기와 인내를 키워준다고 하니,

일단 그것에 의지해서 꾸준하게 하면서,

그 중 하나라도 어쩌다 꽃이 피기 기를

기다리는 수밖에요.


그래서 저는 다시 다이어리를 펼치기로 했답니다.

심심한 루틴 속에 '열정의 씨앗 키워보기'를

가장 반짝반짝한 시간대에 밀어 넣고,

매일 끼니를 챙기는 마음으로 챙겨보기로요.

얼마나 오래 계속될지 잘은 모르겠으나,

(도파민이 좀 힘을 내주면 좋을 텐데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딱 좋은 온도로

일단은 버터 보는 거죠. 어쩌겠습니까?

너무 오래 사니 별 수 없잖아요. 힘을 내 봅니다


< 남은생 잘 먹겠습니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