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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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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의 초정으로 아주 오랜만에

콘퍼런스에 참가하게 되었죠.

회사를 나온 후, 줄곧 몰랑몰랑한

책들만 읽어대는 저에게

때로는, 좌뇌를 위한 지적 자극이 필요하다는

살가운 충고와 함께 선배는

비싼 참가비를 내야 하는

콘퍼런스의 프리패스를

저에게 보내주었답니다.


코로나로 인해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대처하는

브랜딩과 마케팅에 관한 주제가

메인이었는데요

꽤 오랫동안 현업을 떠나 있었던

저에게는 낯설기도 하고

익숙하지기도 한 여러 가지 감정이

한꺼번에 교차하는 시간들이었죠.


오전의 강연이 모두 끝나고

삼삼오오 점심을 먹으려 가는

젊은 무리들을 보면서

얼마나 옛날 생각이 나던지요.

회사가 마련해준 이런 기회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것과

같이 온 동료들과 나누는

소소한 궁금증과 농담들이

그들을 얼마나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될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탓이겠지요.


그런데, 말이죠

오후의 강연이 시작되고

여기저기 제가 듣고 싶었던

강연을 골라 들으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다가

저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지지 뭐예요.

마치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제가 막 광고회사에 첫 발을 딛고

일하는 재미를 알아갈 때의

흥분과 감격 같은 것들로

가슴이 꽉 채워졌죠.


그 순간, 깨달았답니다.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일을 시작하고

일을 떠나서 언젠가 꼭 해보고 싶었던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잊었던 저를 돌아보고

드디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는 걸요.

모든 것들은 흐르고 있었고

진행 중 -ing 중이었다는 사실을요.

한 번도 저에게 위로가 되지 못했던

'때를 기다리라는 말'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그 무엇을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말이라는 걸요.


이제야 말로, 저만의 잣대로

다시 무엇이든 시작해 볼 수 있는 때가

되었다는 단단한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이번 판은 좀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답니다.

그냥 멍하니 멈춰있다고 생각되는 순간에도

인생은 계속 흐르고 있었고

삶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씩 알 것 같았거든요.


'오춘기'에 막 접어든 저는

오랜만에 두 팔을 활짝 펼쳐봅니다.

오늘도 인생은 나를 위해

무언가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잔잔한 미소를 지어봅니다.


<남은생, 잘 먹겠습니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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