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한다는 것

by anego emi

최근에 본 '어쩌다 사장'이라는

예능프로에서, 우연히 야구 이야기가 나오자

두 사장님은 '어쩌다 한화 팬'이 되어

해마다 마음고생 중이라며 한숨을 내 쉬었죠

그 순간, 저도 무릎을 치며

백배 공감의 한숨을 내쉬었답니다.


저도'어쩌다 롯데 자이언츠'의 팬이 되었는데요

(아버지와의 어색한 시간을 깨어보자는 맘으로

함께 야구를 봤는데, 아버지는 언제나 부산이

연고지인 롯데 경기에 채널 고정이셨죠)

벌써 10년이 넘게 롯데 팬으로

맘을 조리며 경기를 보는 지경에 이르렀네요.

최근 몇 년간, 경기가 안 풀려도

이렇게 안 풀리나 싶은 날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연습 경기에서 날고 기던 선수들이

어이없는 실수를 연발하는 것도 모자라,

수억의 돈을 들여 해외에서

스카우트해온 투수들은 뻑 하면 무너지네요.


이쯤 되면 안 보고 말지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인데요, 그런데 팬심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생기지도 않지만

하루아침에 무너지지도 않기에

못난 자식 포기 못하는 부모 마음으로

또 채널을 고정, 4시간이 훌쩍

넘는 여정을 한숨과 안타까운 비명을

지르며 함께 하게 된답니다.



막강한 팬덤을 가진 팀이니

그 선수들의 마음은 오죽할까요?

무대 공포증이 있는 저는

아마도 죽었다 깨어나도

야구 선수는 못할 것 같은데요

대단한 담력과 배짱을 가지지 않고서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겨울을 제외하고 내내 그라운드에 서서

치러내야 하니, 야구선수들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겠지요.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타고난 정신력이 없다면

성공하기 어려운 직업이

야구선수가 아닐까요.

'긴장'이라는 감정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뇌가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아무리 사전에 연습을 해도

막상 무대에 서면

순간, 생각이 안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라고 하네요.


응원하는 팀이 승리한다고

뭐 제 삶이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기분 좋은 승전보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속 시원한 생맥주 한잔과 같은

짜릿함을 주지요. 그 맛에

야구를 보는 것이기도 하고요.

올해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변함없는 팬심을 다짐하며

저와 수다를 떨었던 K는 이렇게 말했죠.

'올해는 기대할 만하죠.

잘할 때가 됐잖아요.

그만큼 바닥을 쳤으면 올라오겠죠.'


글쎄요. 모르겠네요.

올해도 인내하며 바닥으로 떨어지는

팬심을 꼭 부여잡아야 하는

한 해가 될 공산이 커 보이네요.

감독을 교체한다고

좋은 선수를 스카우트해도

팀이 강해지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이유부터 차근차근

찾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네요.

'답이 안 보인다'는 말은

조급한 해결책과 임기응변의

결과일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답이 없는 지금,

누구보다 답답한 것은 당사자들일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어주는 것이

팬심이 이겠지요. 어디 야구뿐이겠어요?


인생에 답이 없을 때

나를 믿고 버티는 방법 말고

다른 것이 있던가요?

나를 향한 팬심으로

마음을 강하게 다 잡을 뿐이죠.

야구가 없는 월요일...

봄비에 촉촉해지는 텅 빈 그라운드를

떠올리며 파이팅을 외쳐봅니다.


<남은생 잘 먹겠습니다>

아네고에미



매거진의 이전글산으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