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해야 할지... 누구도 모른다

by anego emi

" 뭘 하고 살아야 하나? "

최근 아내의 갑작스러운 해외파견으로

육아와 일사이에서 고전 분투하는 후배 K는

대화의 끝마다 이 말을 애드리브처럼 달았죠

그는 몇 년째 일이 너무 재미가 없고

다음 해에 임원이 되지 않으면

더 이상 회사에 있을 이유가 없는데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그만큼 더 치열하게 일을 해야 하는데

더 이상 그러고 싶지가 않다고 했죠.

이런 그의 상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무기력함' 이 아닐까요.


'무기력.. 어떤 일을 감당할

힘과 기운이 없는 상태 '

이것은 나이와 상관없이 인간을

가장 우울하게 만드는 감정의 상태지요.

어쩌면 나이가 들수록

이런 상태에 빠지면 사는 것이

점점 재미가 없어지고

사는 의미가 희석되기 마련이죠.

'살만큼 살았는데... 뭘 그렇게 하고 싶은 게

끝없이 생겨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문제는 우리가 너무 오래 산다는

웃픈 사실이랍니다. 게다가 몸과 머리가

생각보다 너무나 멀쩡하고 총명하니

'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사인을 스스로

보내기 때문인지도 몰라요

그런데 그 '뭐라도'가 사회적인 성공과

명예를 위한 그 '뭐라도' 라기보다는

좀 다른 것이 기를 바라는

이 생경한 마음은 뭘까요?

말하자면, 예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다른 가치와 비전이었으면 하는 바람...

그것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면서 말이죠


작가로 살아가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갈길을 잃은 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이제는 '이걸 해서 뭘 하나

저건 또 해서 뭘 하나' 하는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고 말았답니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그 해결책을 반드시

책에서 찾아내고 말겠다는

심산으로 닥치는 대로 책을 읽으며

제 마음에 새겨진 문장들을

한 줄 한 줄 이어가며 출구를 찾기 위해

미로를 헤매는 단계에 이르렀답니다.

그래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냐고요?

네.. 최소한 저를 한 발더

전진하게 할 수는 있을 만큼은요.


어떤 작가는 말했죠.

이렇게 길게 살게 된 판국에

20년 단위로 '다른 일'에 도전하며

'다른 나'로 살아보는 것이 어떻겠냐요.

한 가지 직업군에 평생 종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면 얼마든지

가능한 새로운 삶의 형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작가의 말대로, 저는

20년을 광고인으로 살았고

10년을 작가로 살았으니

다음 10년 혹은 20년은

무엇으로 살아갈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고민 중입니다.



<남은생 잘 먹겠습니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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