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인기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여주인공 지안은, 이력서의 특기사항에 이렇게 썼다. 이것을 보고 담당 부서장은 그녀를 채용했다. 그 이유를 물으니, ' 왠지 쎄 보여서...'라고 답했다. 내 주위에도 달리기를 취미로 하는 지인들이 있는데, 확실히 일에서도 삶에서도 쎄 보인다. 쉽게 지치는 나와 달리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를 모르며, 한번 결심한 일은 반드시 해낸다. 바쁜 시간을 쪼개 틈틈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브이 자를 그리며 찍은 그들의 사진을 볼 때마다,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이맘때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불현듯 달리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이키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러닝 앱을 깔고, 어린이 대공원으로 향했다. 나이키의 러닝 트레이너가 알려주는 대로, 달렸다, 걸었다를 번갈아 가며 30분을 뛰었다. 그리고 땀에 흠뻑 젖어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했다. 온몸에 노곤노곤한 기운이 번지면서 기분이 너무 상쾌했다. 나의 첫 달리기는 그렇게 성공적으로 보였다. 문제는 다음날이었다. 오른쪽 발목이 퉁퉁 부어오르며, 걸을 때마다 엄청난 통증이 수반되었다. 결국, 나는 찔끔찔끔 눈물을 흘리며, 우리 동네 어르신들 사이에서 명의로 소문이 자자한 정형외과에 갔다. 절뚝거리며 진료실로 들어오는 나를 빤히 보던 의사선생님은 물었다. " 어디서 넘어졌어요? 아니면 삐긋했나요? " 나는 고개를 가볍게 흔들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 아니요, 달리기를... 했어요. " 의사 선생님은 찐빵처럼 쏟아 오른 내 발목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보며 말했다. " 달리기를 얼마나 심하게 했길래 발목이 이지경이 되었나... 뭐든 과하면 안 좋은 겁니다. "나는 어르신들과 나란히 누워 얼음찜질을 하고, 침을 맞고 집으로 왔다. 30분도 채 되지 않은 과한(?) 달리기의 후유증으로, 일주일 동안 꼼짝을 못 하고 집안에 감금되었야 했다. 일 년이 지난 오늘 문뜩, 그때처럼 또 달리기가 하고 싶어진다. 공원을 가로질러 바람처럼 달려가는 러너들처럼, 조금은 쎄 보이고 싶어서인지도 모르겠다.(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