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일(목)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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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모기가? " 새벽녘 내 귓가에 맴도는 '앵앵' 거리는 불쾌한 소리 - 이건 분명... 모기다. 나는 새까만 허공을 향해 몇 번의 손을 휘젓고, 침대 옆에 비상상비약처럼 고이 모셔놓은 모기약을, 내 주변으로 큼직한 원을 그리며 뿌렸다. 역대 최고의 폭염이 예상된다는 올여름... 무더위보다 더 두렵고 싫은 것은 바로, 모기다. 공룡시대부터 숙주의 피를 빨아 번식을 하는 모기 - 바이러스로 인류가 멸종을 해도, 이 모기들은 살아남을 것이 분명하다. 세계 정복을 꿈꾸던 알렉산더 대왕도, 패배를 몰랐던 로마시대의 군대들도, 이 모기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고 하지 않았던가. ( 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에 감염되어 떼죽음을 당했다 ) 나만큼 모기를 증오하는 한 인류학자가 쓴 책에 의하면, 모기가 좋아하는 피가 따로 있다고 했다. '혈액형은 O형, 성별로는 여, 연령대로는 40대 이후의 중년 여성'이다. 나는 이 구절을 읽는 순간, '헉'하는 분노의 감탄사를 내뱉으며 한 손으로 바닥을 세게 내려쳤다. 그 이유는, 내가 이 조건에 완벽하게 해당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모기는 맥주와 같은 달짝지근한 보리 향을 좋아해서, 만약 여름날 내가 맥주까지 마시고 있는 중이라면, 그야말로 자신들의 구미에 딱 맞는 먹잇감이 된다는 소리다. 맥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푹푹 찌는 습한 여름이 되면 시원한 맥주가 당기고, 어쩌다 한 두 캔은 비우게 되는데, 그때마다 내 주변을 맴돌며 입맛을 다시는 모기들을 상상하니, 순간 소름이 돋았다. 작년 여름, 나는 정말로 어마 무지하게 모기에게 물렸다. 가려운 걸 잘 못 참고 벅벅 긁은 탓에, 팔, 다리, 등, 온몸에 알레르기 증상처럼 새빨간 반점이 군데군데 생겼다. 가장 효과가 좋다는 액상형 모기약을, 크지도 않은 방에 사방으로 설치해 놓았으나 별로 효과가 없었다. 처음 며칠 동안은 잠잠한가 했지만, 어느새 모기는 내 몸에 북두칠성 같은 빨간 반점들을 더하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러고 보면 식물이야말로, 자연이 주는 햇살과 물만 먹고, 그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으며, 본연의 아름다움으로 기쁨을 주니, 참으로 대단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어느새 더위에 말라버린 꽃들을 내려다보며, 무한한 사랑과 존경을 보낸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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