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6일(월)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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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티브에서 파도만 봐도 마구 설렌다니까. " 아름다운 5월에 다시 연애를 시작한 후배 E는, 촉촉하게 비가 내리는 휴일 날 아침, 갓 구워낸 크루아상을 사들고, 우리 집으로 놀러 왔다. 그녀가 티브 화면 속에 출렁이는 파도만 봐도, 사춘기 소녀처럼 가슴이 꿀렁대는 이유는, 바로 서핑 마니아인 새 남자 친구 때문이다. 금세 상대방에게 녹아드는 그녀는, 남자 친구의 취미가 자신의 취미가 되고, 남자 친구의 취향이 그녀의 취향이 된다. 그녀가 개념이나 줏대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것이 그녀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무엇이든 함께 하고 싶고 이왕이면 둘 다 좋아하는 걸 하고 싶기 때문이다. 영화 ' 먹고, 사랑하고, 기도하라'에서, 여주인공의 파트너이자 절친은, 공허한 결혼 생활로 힘들어하는 여주인공에게 이렇게 말했다. " 너는 사랑에 빠지면 그냥 그 사람이 돼버려, 너란 존재는 사라져 버려. " 소위 콩깍지가 쓰여서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다 좋아 보이다가, 서서히 식어가는 감정과 함께 내가 그토록 잘 안다고 믿었던 그 사람이, 어느 순간 내 주위를 부유하는 낯선 이방인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나는 오늘 달뜬 후배에게 이런 충고를 하고 싶지는 않다. 사랑에 빠진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예뻐 보였다. 핸드폰 속 사진 함을 가득 채운 서핑을 하는 그녀의 모습에는, 오랜만에 삶의 활기가 넘쳐 보였다. 나는 실컷 그녀를 부러워해 주며,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 그래도, 너를 전부 잃어버리지는 말아야 한다. 혹시 헤어진다 해도, 덜 아프게...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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