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전도

by anego emi

하루 해가 질 무렵 태양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노을빛을 흔들어 펼칩니다


어떤 방은 당신을 숨 가쁘게 합니다

어떤 방은 당신을 할 말조차 잃게 합니다.

햇살이 방안을 이만큼 아름답게 비춰준다면

사람들은 그것을 뭐라고 말하기 조차 힘들 거예요.

그러나 그 순간, 그들이 가장 흔하게 내뱉는 두 마디.

그것은 앤더슨 윈도입니다.


유리로 만든 집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나무를 바라볼 수 있는데도 왜 벽만 바라보는 걸까요?


새들이 당신의 둥지를 엿보게 하세요

숲에서 가장 둥지를 잘 트는 이들도 질투할 만한 방을 만들어 보세요.


모든 감정의 색깔엔 빛의 색깔이 있습니다.

빛이 그 색과 강도를 바꾸듯, 그것이 주는 기분 또한 바뀝니다.


빛이 방안을 감동시키기도 하지만,

가끔은 방이 빛을 감동시키기도 합니다.



알이 먼저일까요 닭이 먼저일까요? 창이 먼저일까요 방이 먼저일까요? 창이 없는 방은 있지만 방이 없는 창은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위의 카피에서는 '객'인 방을 '주'로 내세웁니다. 그러나 결국 머릿속에 남은 것은 창문으로 들고 나는 빛과 창을 통해 펼쳐진 풍경입니다. 이것들은 창이 있어 가능한 것이니까요. 집 짓기의 달인인 새들도 부러워할만한 아름다운 방을 가지라고 말하지만 결국은 아름다운 창을 가지라고 말하고 있는 셈입니다. ( 영문 카피를 국문으로 번역하여 다소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의도와 뜻을 전달하는 데는 무리가 없기에, 다듬지 않고 그냥 읽어드립니다.) 집 혹은 방에서 창은 인테리어의 가치를 넘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창의 단열성과 방음력을 어필하는 광고들을 왕왕 만나게 됩니다. 아마도 창 그 자체로써 제품의 강점을 부각하고자 하는 의도가 강했을 터이지요. 그러나 창이 주는 감성적인 본질, 즉 그것을 통해 무언가를 볼 때의 기분, 그것을 통해 내리쬐는 빛의 눈부심 등도 충분히 그 선택의 이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감정을 자극하고 시각화된 이미지들은 우리의 뇌가 거부반응 없이 받아들여 긍정적인 요소로 기억될 확률이 높으니까요. 새빨간 립스틱이 돋보이려면 건강한 피부의 도움이 필요하고, 맛있는 김치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의 도움이 필요한 것처럼요. 절묘한 주객전도로 메시지의 몰입도를 높은 것도 카피의 힘입니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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