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매치

by anego emi

오렌지색 명품 쇼퍼백에

화사함을 더하기 위해

유기농 대파의

비비드 한 그린 걸러를 매치시켰더니

제법, 잘 어울린다.


핏이 좋은 블랙 슈트에

자칫 밋밋할까 싶어

횡성 한우의 선홍빛 마블링으로

포인트를 줬더니

꽤나, 멋스럽다


클래식한 신상 블랙 페도라에

신선한 제주산 은갈치의

메탈릭 한 실버 컬러로

포인트를 줬더니

기대 이상으로, 고급지다.


백화점에서 이마트까지 -

한눈에, 한 번에

신세계적 쇼핑포탈 SSG 닷컴


아마도 이 카피를 쓴 주인공은 연신 키득키득 웃음을 터뜨리며 카피를 써내려 갔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유달리 B급 감성의 유모나 센스를 애정했을 테지요. 백화점의 명품과 이마트의 식품을 B급 감성이라는 트렌드의 힘을 빌러 아주 절묘하게 매치시켰습니다. 이 두 가지가 이렇게 척척 매치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명품으로 유명한 신세계 백화점과 먹거리의 신선도를 보장하는 이마트를 한 쇼핑사이트에서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장점 때문입니다. 얼핏 보면 그저 피식하고 웃고 넘길 말장난처럼 보이지만, 이 카피에는 제품의 장점을 쉽게 소비자에게 각인시키고자 하는 분명한 전략과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아울러 명품과 먹거리를 동시에 노출하는 효과까지 노린 셈이죠. 이 광고를 통해서 즉각적인 매출의 상승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이 쇼핑몰의 콘셉트가 분명하게 기억되기를 기대했을 겁니다. 비주얼도 색의 매치가 또렷하면서도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 마치 이 쇼핑 몰의 매인 창의 콘셉트를 대변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런 광고를 만나면 담당자들이 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제작을 하는 과정이 참으로 즐거웠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광고 콘셉트와 크리에티브의 아이디어가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죠. 아울러, 낯선 것들의 연결이라는 크리에이티브의 스킬이 탁월해 보입니다. 한 번에 두 가지를 동시에 광고해야 할 때 이런 접근법을 적용해 보면 어떨까요? 그저 두 가지를 적당한 포션으로 나누어 설명하려고 하기보다는 과감하게 그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매치를 시켜보는 것입니다. 아마도 카피를 쓰는 내내 웃음이 날지도 모릅니다. 만드는 사람이 즐거우면 결과물도 위의 카피처럼 즐겁답니다. < 아네고 에미>

매거진의 이전글주객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