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GONG MAGAZINE
학창 시절에 선생님께서 정보 비대칭에 대한 얘기를 '카센터'에 비유해서 말씀해주신 적이 있다.
자동차에 대해서 잘 모르는 '소비자'는 '카센터'에 비해 자신이 받고 있는 서비스 혹은 제품에 대해서 지불하는 금액이 타당한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가 힘들고 결국 카센터 사장님의 도덕성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다고..
온라인의 등장으로 훨씬 쉽게 다양한 정보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가장 크게 해결된 부분 중 하나는 정보 비대칭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정보가 많아도 너무 많아져 어떤 것이 진짜 정보인지 저 정보는 누가 공유해주는 것인지 파악하기가 너무 힘들다. 유튜브나 SNS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 계속 문제가 발생하고 이를 집어내는 사람들이 조명받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본다.
과장광고, 허위광고도 온라인이 점점 더 활발해지면서 발생하는 부분이다.
어릴 적 부모님과 자전거를 사러 가면 자전거 가게 사장님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그냥 타고 한 바퀴 돌아보고 오세요."라고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제품을 설명하는데 매우 깔끔하고 판매자로서 제공할 수 있는 굉장히 많은 정보를 한 번에 전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그 자전거가 얼마고 내가 그만큼의 돈이 있는지 그래서 그 가격이면 이 정도 성능에 만족하는지는 그다음 얘기지만.
그래서 제품에 대한 스스로의 경험보다 타인의 경험이 더 중요해진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우리는 지금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고 '판매자에게 필요한 도덕적인 책임이란 무엇일까?'에 대해서도 고민해봤다.
가끔은 해야 할 일을 정하는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정하는 게 더 담백할 때가 있으니까.
사실 이미 우리는 결론을 어느 정도 가정했다.
자신의 제품에 깊은 책임감을 느낄 수 있도록 직접 만드는 사람이 자신을 밝히고 직접 판매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무엇일까?
정말 많은 제품은 생산자와 판매자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이렇다. 화장품 같은 경우, 책임 판매업자가 따로 있다. 이게 나쁜 건 아니다. 쉽게 생각하면 잘하는 것에 집중하며 서로의 비용도 낮추는 것이니까. 그리고 많은 브랜드에서도 충분히 자신들이 판매하고자 하는 제품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생산자에게 꼼꼼하게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브랜드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많은 문제점들 역시 이 과정에서 나온다. 책임이 애매해진다. 이미 사고가 난 후 생산과정에서의 문제로 돌리는 것도 이런 부분 때문이다. 온라인 마케팅을 진행하다 보면 다른 많은 업체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되는데 판매자(브랜드)에서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여기서 판매자라 함은 판매채널이 아닌 생산자로부터 상품을 받아(구매) 직접 책임 유통하는 유통업자 혹은 브랜드를 말한다.
만드는 사람이 직접 소비자와 만나고 판매하는 구조가 되면 제품에 대한 책임감을 갖지 않기 힘들다 (가질 수밖에 없다). 제품을 판매해보신 분들은 아실 것이다. 가끔 그렇지 않은 독한 사람도 있는 것 같지만 보통 사람이라면 자신이 판매한 제품에 대한 고객의 1점짜리 후기가 달리면 얼마나 속상한지. 결국 자신이 판매하는 제품이 자신의 얼굴이 될 테니 책임감과 좋은 상품은 이런 부분에서 만들어지지 않을까.
마케팅이라는 것이 필연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야 하는 것이다 보니 가끔씩은 자극적일 수 있다. 그러나 자극적이라는 것은 과장 또는 허위와는 분명 다르며 정당화될 수 없다.
관심을 끌려다 보면 자극적이 되고 자극적이려다 보면 과장하고 결국 없는 말을 지어내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 많은 SNS 상품들이 유튜버의 후기에 매장당하고 소비자들이 점점 SNS 제품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도 점점 피로도가 쌓이고 경험이 축적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만들면 잘 팔릴까?'에 대한 고민은 좋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좋은 제품을 기획하고 생산자(공장)에게 의뢰하여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에 매우 긍정적인 고민이다. 그러나 이 접근이 잘못되면 실제 제품에 반영되는 여부를 떠나서 소비자의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포인트에 대해서만 집중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허위광고와 과장광고가 나오게 된다. 실제 많은 마케팅 브랜드가 그렇다.
단점을 들어내는 것은 생산자 또는 판매자 입장에서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장점을 부각하거나 집중하고 더 설명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정도에서 그쳐야 한다. 그 이상은 정말 '사기'가 될 수도 있다.
우리 역시 마케팅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사장님들에게 물어본다. '저희가 어떤 부분을 강조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여쭤보면 다소 소비자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언어로 생산자의 입장에서 원부자재, 비용, 기능, 단점 등 을 말씀해주신다. 예를 들어, 사장님이 '이 옷은 어떤 원단을 사용해서 줄어들지 않아요.'라고 하시면 우리는 직접 세탁을 해본다. 그런데 줄어들면 '사장님 이거 줄어드는데요?'라고 말씀을 드리고 이후에 상품 상세 페이지에 찬물 세탁 등 여러 가지 조건이 붙는다. 그럼 우리는 그 조건으로 테스트하고 그 조건을 소비자에게 안내한다. 만약에 아무리 세탁을 해봐도 줄어드는 게 보인다면 그 오차 범위에 대해서 안내한다.
이게 우리가 하는 역할의 전부이고 최근에 포스팅한 '파헤치기' 시리즈에서 이런 것들을 좀 더 가볍게 풀어볼 예정이다. 쇼공도 판매채널이고 판매량이 중요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충분히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으면 좋지만, 우리는 우리의 역할을 판매보다는 '사실에 기반한 정보 전달, 연결'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가치를 잃지 않으려고 한다.
여기서 꼭 언급하고 싶은 게 있다.
생산자(공장)와 직접적인 일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가치관을 갖고 계신 사장님들을 만난다. 어떤 사장님은 저렴한 제품을 생산해서 낮은 가격에 판매하고자 하시며 어떤 사장님은 비싼 제품을 생산해서 높은 가격에 판매하고자 하신다. 또 다른 사장님들은 중간 정도의 제품을 생산해서 다른 브랜드들이 주는 브랜드 가치를 포함하여 높은 가격에 판매하고자 하신다.
이건 전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낮은 가격에 판매한다고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고 높은 가격에 판매한다고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소비자도 다양한 품질과 여러 가격대에 대한 니즈가 있는 것처럼 판매자도 다양한 목표, 니즈가 있는 것뿐이니까.
문제는 자신의 제품이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는 것처럼 과장하거나 줄 수 없는 효용을 줄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하고 설명하는 것이 문제이다.
더 큰 문제는 많은 소비자가 이에 속고 있다는 것이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땅히 없다는 것이다. 온라인의 발전으로 판매자가 되는 것에 대한 진입장벽은 점점 낮아질 것이다. 이 변화는 분명 장단점이 있을 것이고 다양한 형태로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쇼공은 이 부분을 '자신의 이름을 건 책임감 있는 생산자가 모인 플랫폼'이라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갖고 접근하려고 한다.
물론 갈 길은 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