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뻐하지 못해서 미안해
두줄...
그렇게도 기다리던 두줄이었다.
매직아이로 들여다보지 않아도, 15분을 기다리지 않아도, 소변이 스쳐 지나가자마자 나타나는 선명한 두줄!!
간절하게 기다릴 때는 상상했었다.
두 개의 빨간색 라인이 영롱한 테스트기를, 네모나고 앙증맞은 선물상자에, 상자만큼 귀엽고 깜찍한 아기 양말 한 켤레와 함께 넣어서 남편에게 보여주는 그런 깜짝 이벤트 상황을...
감정에 북받쳐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나를...
막상 현실은,
거듭되는 실패에 지쳐 결국에는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었던 시험관 시술을 결정했었다.
6개월 정도는 몸을 만들어보자. 좀 쉬자.라는 생각이었고 임신은 꿈도 꾸지 않고 있었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겨우 일주일이 지났을 뿐이었고 장례식장에서 조문객들을 맞이하면서 술도 많이 마셨더랬다.
심지어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기 바로 전 일주일은 코로나로 내내 앓으면서 종합감기약이며 처방약이며 닥치는대로 때려부었었고 테스트 당시는 월드컵 시즌으로 매일(진짜 everyday) 저녁이 맥주파티였다.
그렇지만 가장 신경 쓰였던 건 다른 무엇보다도... 개업 특허사무소의 파트너 변리사로 합류한 지 겨우 3주 차였다. 다른 동료들에게 도대체 뭐라고 말한단 말인가.
그렇다. 순수하게 기뻐하기에는 여러 가지 상황들이 너무 복잡했고 당혹스러웠으며 왜 하필 지금?이라는 생각만이 들었다.
선물상자는 무슨.
가벼운 마음으로, 아니겠지라는 생각으로, 회사에서 점심 먹고 가볍게 해 본 테스트 결과의 선명한 두줄에 기겁한 나머지, 선물상자에 들어갔어야 마땅했던 테스트기는 회사 화장실 쓰레기통에 그대로 처박혀 버리고 말았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이 부분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쓰레기통에 버린 건지 화장실 변기 칸에 두고 나온 건지 세면대에 올려두었었는지...)
퇴근 후에 집에 도착할 쯤에는 집 근처의 산부인과가 문을 닫을 것 같길래, 급하게 검색해 본 후 회사에서 제일 가까운 양재역 근처의 산부인과에서 검사를 받았다.
귀여운 타원형의 아기집을 보고 진료실을 나오는데, 접수처의 간호사가 물었다. "낳으실 거예요?"
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음날 약속되어 있던 새벽라운딩을 취소하고 집으로 향하는 길. 그제야 점점 벅차올랐다.
미안해 딸.
처음엔 그랬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