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 어떻게 푸시나요?

직장생활, 이직생활 이야기 (5화)

by 문전성시


일본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를 보면

주인공과 입사동기 중 가장 유능했던 친구가

몹시도 지독한 상사와 갑질 하는 고객을 만나

극도의 직장 스트레스로 받으며 자아가 무너져가는 걸 묘사한 부분이 있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되면

머릿속에 그려진 흰 종이에 먹물이 툭툭 떨어지는 상상이 되고,

스트레스가 강해질수록 먹물이 떨어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실제 드라마를 보면 굉장히 섬뜩한 느낌이 든다)


< 이미지 출처 :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 중 >


그걸 막아보기 위해 주변에 보이는

아무 숫자나 머릿속에 집어넣고 암기하면서

다른 생각을 해 보려고 노력해보지만

어느새 흰 종이가 검정 잉크로 다 채워지게 되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이성의 끈이 풀리게 된다.


< 이미지 출처 :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 중 >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게 얼굴에 쓰여있어

나는 어릴 때부터 포커페이스가 안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화를 내지는 않았어도

당신으로 인해 내 기분은 이미 불쾌하다는 것을

표정 변화 없이 숨기는 것은 어려웠다.


어느 책 제목과 같이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적어도 나에겐 불가능해 보였고,

그 정도의 내공은 책을 읽고 노력하며 연습한다고 해서 체득되는 건 아니었다.


사실 회사가 아닌 곳에서의 불편한 사람들은

그냥 피하거나 무시하면 되었지만,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받는 스트레스는

갇힌 공간에서 매일 마주치고 부딪히며 생기는 것이다 보니, 풀린다기보다는 오히려 계속 쌓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는 화를 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화를 내고 나면 기분이 좀 개운해지거나 시원해야 하는데

화를 내고 난 이후에 기분이 더 다운되거나,

화를 냈던 상황이 한동안 머릿속에 떠올라 곱씹어지는 바람에

‘그때 이렇게 말할걸 그랬나?’하는 생각이 뒤늦게 떠올라 머리가 더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얼굴엔 이미 표정이 굳어버려 있고,

마음은 애써 화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바람에

뭔가 모순되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면서 스트레스가 내 안에 점점 쌓이고 있었다.




이런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선 좀 더 객관적인 눈으로 나를 살펴보았다.


어떤 것이 나의 마음에 스트레스의 불씨를 당기는지,

어떤 사람에게 유독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그 사람의 어떤 말에 나는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과 함께할 때 기분이 좋아지는지,

어떤 것을 하면 스트레스 좀 풀리는 것 같은지,

무엇을 했을 때 정신적으로 리셋이 된다는 느낌을 받는지 등등


결국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유형의 사람들에게

반복되는 상황을 통해 피로도가 쌓이고 있었고,


부딪혔던 사람들과 계속 마주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지 못하면서

내 마음속 어딘가에도 존재하는 하얀 종이 위에

검정 잉크 자국을 남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어떤 장치나 프로세스를 마련해 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타인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를 막는건 불가능해 보여서, 차라리 없애는쪽에 집중하는게 나을 것 같았다.


작은 스트레스가 들어왔을 때 털어버릴 수 있는 방법,

큰 스트레스로 마음이 얼룩졌을 때 지울 수 있는 방법,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를 만났을 때 리셋하는 방법 등을 정해

나만의 매뉴얼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우선 스트레스를 단계별로 구분하고,

이런저런 그에 맞는 나만의 해소 방법을 정해서

마음에 남아있는 응어리를 최대한 없애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리고 스트레스가 쌓여서 곪아 터진 후에 수습하는 것보단, 미리 예방을 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1) 평소에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

: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참지 말고 한다.

단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말고,

상대방의 말을 우선 다 듣고 난 후에,

정제된 내용을 젠틀하게 말한다.


(2) 퇴근하고도 마음이 불편해지는 기분이 남을 때

: 퇴근하고 다른 주제로 가벼운 수다를 떨거나,

따뜻한 물로 샤워 후에 냉장고에 넣어둔

차가운 맥주를(가장 좋아하는 맥주로)

마신다.


(3) 마음속 흰 종이에 검정 잉크가 떨어지기 시작할 때

: 주말에 착한 지인을 만나 즐거운 시간

보낸다.(무엇보다 난 착한 사람을 좋아한다)

착한 사람과 여유 있는 식사와 이런저런 대화

하며 정신적인 정화를 한다.


(4) 마음속 흰 종이에 검정 잉크가 절반 정도 채워졌을 때

: (가장 좋아하는 색깔)을 보러 간다.

1박 2일 정도로 휴양림을 찾아 숲 속으로

들어가 새소리, 계곡 소리를 듣는다.

(5) 마음속 흰 종이가 검정 잉크로 거의 채워짐을 느낄 때

: 제주(가장 좋아하는 장소)로 여행을 간다.

여행 중 가장 방문하고 싶은 곳을 미리 정해

리셋 버튼을 누를 준비를 한다.





사실 난 다음 주에 제주여행이 예정되어 있다.

작년 연말부터 회사에서 받았던 묵직한 스트레스들로 인해 1월 초에 일찌감치 예약을 해 두었었다.

이번엔 서귀포 숲 속 깊은 곳에 들어가 산책을 하며,

내 머릿속 어딘가에 있는 만들어 놓은 '리셋 버튼'을 지그시 누르고 올 생각이다.


그렇게 또 검정 잉크로 덮혀진 마음의 종이를 찢어버리고,

깨끗한 흰 종이를 새로 꺼내며 쌓였던 스트레스가 어느정도 정리되길 바란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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