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적으로 달성 가능한 새해 목표 세우기
오늘부턴 인생 계발을 시작합니다 (1화)
스무 살 때 다이어리를 선물 받은 적이 있었다.
매일 들고 다니며 지갑처럼 쓰기고 하고,
친구들과 찍은 스티커 사진을 붙여 놓기도 하고,
그 날 있었던 추억을 몇 줄 기록해 두고는 했었다.
그 이후 다이어리를 쓰는 게 습관이 되었다.
매년 초가 되면 1년 목표와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다 잊고 살다가 연말이 돼서야 급 반성을 하며,
그다음 해에 하고 싶은 목표와 계획을
다시 정해 새로운 다이어리에 채워두기를 반복하며 살아왔다.
그렇게 꽤 오랫동안 반복되었던 습관은 직장인으로서 자기 계발이란 걸
은퇴하기로 맘먹은 이후로는
새해가 되어도 특별한 계획 같은걸 세우지 않고 지내오고 있다.
호기심을 가질만한 분야가 생기면,
내 성향과 관계없이 관심을 가져보기도 하고,
도서관에 가면 아무 책이나 손에 잡히는 대로 읽어보기도 하면서 지냈다.
그렇게 2~3년을 지내고 보니
새해에는 오랫만에 뭔가 짜임새 있고,
규칙적인 한 해로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이제는 너무 어렵거나 도전적인 목표는 만들고 싶지않고,
약간의 노력은 예상되나 실현 가능성이 보이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처럼
'소소하지만 확실한 목표'들로 구성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로 인해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약간의 예외규정을 두어,
가끔 놓치더라도 채워 넣을 수 있는 여지를 두었다.
와이프도 함께 동참해 보겠다고 해서
12월 한 달간 각자 구상을 했고,
달성할지 실패할지 모르지만
1월 1일부터 시작해보기로 했다.
소확목(소소하지만 확실한 목표) 만들기
● 매일 한 가지 하고 싶은 일 - 짧은 일기 쓰기
늘 같은 종류의 수첩형 다이어리를 사고 있었는데,
5년 전 둘째 형이 다이어리를 하나 선물해 주었다.
하루 4줄 밖에 쓸 수 없지만 5년 치의 기록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다이어리였다.
[※ 출처 - 인터파크 도서 ]
선물 받을 당시,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던 시기라
내 일상을 기록하는 대신 육아일기 형태로 아이들과 있던 에피소드를 글로 남겨 놓았다.
작년까지 어느새 5년 치가 채워졌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어봐도
재미있는 추억들이 꽤 많이 기록되어 있었다.
(당연히 중간에 내용이 없는 날이 있기는 하다)
새해가 오기 전 두 권을 주문해서 와이프와 한 권씩 나눠가졌다.
우리는 각자의 추억을 매일 적어보기로 했고,
난 하루도 빠짐없이 1년을 채워보는걸 목표로 정했다.
(단, 3일까지는 몰아서 쓸 수 있도록 허용)
● 일주일에 한 가지 하고 싶은 일 - 흑백사진 찍기
직장은 서울이고 집은 천안이다 보니,
KTX를 타고 매일 출장 가듯이 출퇴근을 하고 있는 중이다.
KTX를 타고나서는 책을 읽거나 유튜브를 보는데,
서울역에 내려 회사까지 가는 길은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있는 게 가끔 아쉬웠다.
그래서 뭘 해볼 만한 게 없을까 고민하다
출퇴근길 서울 어딘가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전부터 가지고 있던 무거운 DSLR 대신
단렌즈 하나를 끼운 미러리스 카메라를 구입했다.
그런데 막상 뭔가를 찍어보니,
당연한 듯 칼라로 입혀져 나오는 사진보다는
흑백으로 담긴 순간의 모습이 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흑백사진 - 퇴근길 서울역 ]
그래서 찰나의 흑백사진을 찍고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 인스타그램에 올려 놓곤했다.
현재는 몇 개의 게시글만 올린 채 멈춰있는데
올해는 일주일에 한 번씩 흑백사진과 글을 꾸준히 올려보려고 한다.
(단, 2주까지는 몰아서 업로드 허용)
③ 10일에 한 가지 Activity - 브런치에 글 쓰기
브런치 북 공모전에 도전해보고자 시작했던 글쓰기는 아쉽게도 공모전에는 떨어졌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계속 글을 올리다보니
이제는 글을 쓰는 게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여전히 글을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긴 하다.
막연하게 머릿속에 떠다니고 있던 생각들과 기억들을
활자로 다시 정리한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고,
쓰고 나서도 여러 번을 다시 읽고 수정해야 하다 보니 꽤 많은 시간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전에는 몰랐던 한 편의 글을 탈고하는 작은 즐거움이 있었다.
글을 쓰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고,
하나의 주제가 정해지면 머릿속의 생각들을 타이핑하는 게 어느 정도 자연스러워지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올해는 한 달에 3편, 10일 간격으로 브런치에 글을 올려보려고 한다.
예상대로면 연말까지 35편 정도는 쓸 수 있겠지?
(단, 15일 간격까지는 업로드 허용)
● 한 달에 한 가지 하고 싶은 일 - 악기로 노래 한곡떼기
여전히 초보 수준이지만 다룰 수 있는 악기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큰 아이의 방과 후 활동으로 구입하게 된 '우쿨렐레'이고, 다른 하나는 '전자드럼'이다.
[출처 - 개똥이와 우쿨렐레 블로그 ]
우쿨렐레는 까랑까랑한 소리가 사람의 기분이 업 시키는 매력이 있고,
기타보다는 연주법이 쉬운 편이라 초보가 익히기에도 매우 좋은 악기이다.
집에서 연주하기에 소리도 크지 않고, 사이즈도 작아서 들고 다니기도 좋다.
드럼은 군대에 있을 때 야매로 잠깐 배운 적이 있는데,
와이프가 직장 생활 10주년 기념으로,
본인을 위한 선물을 한 번 생각해보라는 제안을 했을 때 문득 떠오른 아이템이었다.
아파트에서 일반 드럼을 치는 건 아무래도 불가능한 일이라
전자드럼을 하나 장만해서 바닥 매트를 두텁게 깔고 살살 치곤 했었다.
주택으로 이사 온 후 처음에는 아랫집 눈치 볼 것 없어서 신명 나게 쳤었는데,
다락방에 둔 탓인지 최근엔 먼지만 쌓이고 있어 뭔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악기로 노래를 한 달에 한 곡 정도 외우는 건 생각보다는 쉽지 않은 일이다.
우쿨렐레가 되었든 드럼이 되었든 한 달에 한곡씩 쉬운 곡부터 마스터해보려고 한다.
(마스터란 악보 없이 연주 가능한 수준이고,
곡의 난이도는 고려하지 않음)
● 석 달에 한 가지 하고 싶은 일 - 계절 즐기기
우리 가족 모두는 꽃을 좋아해서 아무리 바빠도 매년 봄꽃 여행을 다니고 있다.
유채, 산수유, 매화, 벚꽃으로 이어지는 봄꽃들은 가만히 있어도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작년엔 처음으로 단풍여행을 다녀왔다.
산 너머 형형색색 눈을 즐겁게 하는 감동은
꽃을 볼 때와는 다른 무언가 있었고,
가능하면 매년 단풍시즌에 맞춰 산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등산을 좋아하지는 않아 산에 갈 일이 없었다)
봄꽃이나 단풍은 길어야 일주일 정도가 피크이기 때문에
때를 맞추지 못하면 그 매력이 한 풀 꺾여서 가능하면 절정일 때 찾아다니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올해는 특히 1년에 4번,
계절의 중심을 느끼고 기록해 보고자 한다.
더불어 그 계절에 맛볼 수 있는 먹거리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재미가 될 것 같다.
☆ 봄 - 벚꽃, 새순
☆ 여름 - 바다, 은어
☆ 가을 - 단풍, 전어/대하
☆ 겨울 - 바다, 방어
(단, 볼거리와 먹거리는 동시에 할 필요는 없음)
● 반년에 한 가지 하고 싶은 일 - 목공예품 만들기
한 때는 유행이어서,
나도 아이들이 쓸 작은 침대를 DIY로 만들어 본 적이 있었다.
나름 고생 고생하며 만들긴 했는데, 생각만큼은 맘에 들지 않았고,
결국은 중고로 싸게 정리한 이후에는 목공에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다.
작년에 와이프가 지인으로부터 나무 도마를 선물 받은 일이 있었다.
무늬도 특이하고 색상도 이쁘고,
이런 걸 직접 만들어보면 꽤나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우연찮은 기회에 작은 테이블 크기의 반제품 나무들을 몇 개 가지게 되었다.
최근에 유튜브나 핀터레스트를 보면,
나무에도 레진을 입혀서 이색적인 테이블을 예쁘게 만들던데,
조금씩 시간을 들여서 작은 목공예품을 2개 정도 만들어 볼까 한다.
(예외사항은 없음)
[ 출처 - 더루트 레진 테이블 ]
● 1년에 한 가지 하고 싶은 일 - 머리 기르기
재작년에 머리를 기른 적이 있었다.
작은 일탈을 꿈꿔보며 막연하게 길러봤는데,
생각보다 아침에 머리 말리고 준비하는데 시간이 들어서인지
아침 출근길에 보이는 여성분들이 새삼 대단해 보이기도 했다.
머리가 길어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뭔가 일반적인 편견에서 자유로워진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서 좋았다.
기른 김에 소아암 후원회에 기증할까 고민했는데,
도중에 모르고 파머를 한 번 한 것이 기증 조건에서 제외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어느 순간 너무 길어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해서 여름이 오기 전에 짧게 잘랐었다.
1년에 한 가지 해 볼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를 생각해보다,
연말까지 또 한 번 머리를 다시 길러보는 것으로 정했다.
무더운 여름에 이발의 유혹을 잘 이겨내야 할 텐데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단, 다듬는 수준에서 이발은 가능)
아주 어려운 계획이 아니어도
무언가를 그 기간에 맞춰,
꾸준하게 한다는 건 결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계획했던 모든 일을 달성하게 되면,
연말에 나에게 멋진 선물을 하나 주기로 했다.
중간에 선물을 골라보며 약속을 지켜나가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듯하다.
연말 마지막 브런치 글에는 계획을 모두 달성했다는 글을 남길 수 있기를 바란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