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하고 낮아진 자존감 높이기

직장생활, 이직생활 이야기 (4화)

by 문전성시


이직이 결정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전과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일을 하게 되었지만 직장생활이 10년 차에 접어들고 있던지라

'회사 생활이 결국 거기서 거기겠지..'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조금은 있었다.


하지만 막상 새로운 회사에 출근을 해 보니

이전 직장에서 일하며 나름대로 채워졌던

자신감 게이지의 눈금은 금세 줄어들기 시작했고,

출근을 할수록 낮아지는 자신감과

실수를 할 때마다 밀려드는 자괴감에

아침 출근길에 문득문득 괜히 이직을 한 건 아닌가 하는 후회감이 몰려들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었다.

마치 물에 빠진 것처럼 허우적대고 있었지만

풀뿌리라도 잡아서 어떻게든 버텨내야 한다는 마음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10여 년 전으로 돌아가

처음 회사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이직하기 직전까지

어떻게 지내왔는지 기억을 더듬어보기로 했다.


첫 회의에 들어가 아무것도 들리지 않던 내용들을 어떻게 익숙하게 만들어 갔는지,

처음 보는 상황과 마주했을 때 누구에게 물어보고 어떤 책들을 찾아보려고 했는지,

회사의 관리시스템은 어떻게 되어있는지,

처음 만난 동료들과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등등..

바둑을 끝내고 다음 게임을 위해

'복기'를 하듯 하나씩 돌아보고 정리를 해 나갔다.

그리고 괜찮았던 방법들은 이직한 회사에서 다시 써보며 낮아진 자존감을 높여야겠다고 생각했다.


① 작은 실수 줄이기


[ ※ 참조 : 만화 - 미생 중]



이직을 하게 되면 근무 환경이 바뀌고

다른 조직 문화 속에서 생활을 하다 보면 긴장을 해도 나도 모르게 실수가 나올 때가 있었다.


사람이니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 위로해 보지만,

잦은 실수는 사람을 점점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사소한 것이라도

무엇보다 실수를 줄이는 게 중요했다.


사소한 실수가 가장 많이 나오는 경우는

이전 직장에서 무심코 하던 습관들이

새로운 직장과 안 맞을 때 주로 발생했다.


그래서 일단 무엇이 다르고 이 회사는 어떤 직장 문화가 있는지 유심히 관찰해보기로 했다.


크게는 회사에서 운영하는 관리 시스템, 규정, ERP 등 여러가지 시스템적인 사용법이 많이 달랐고,

작게는 문서 폰트, 글자 크기, 자주 사용하는 문구뿐만 아니라

문서를 출력 후 스테이플러를 찍는 위치가

이전 직장에서 당연한듯 대각선으로 찍던 위치가 아닌, 문서 모서리 끝쪽 수평방향을 대부분 선호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결론적으론 주변을 잘 둘러보고 작은 실수부터 하나씩 줄여가며, 새로운 환경에서의 자존감을 키워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고,

적응을 위해서는 한 동안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이직했다고 무조건 급하게 뛰려고 하지 말고,

되려 주변을 살피며 천천히 걸으면서 적응할 시간을 나에게 줄 필요가 있었다.

② 효율적인 메모하기


이직을 하고 회의에 들어가 보니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일단 이럴 땐 많이 적고, 기억하고, 익숙해지는 방법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습장을 들고 다니며 회의에 나온 이야기들을 최대한 많이, 효율적으로 적어두려고 노력했다.

나에게는 이런저런 자기 계발 책들을 참고하여 만든 '메모하는 방법'이 있었는데,

이직하기 전에는 모든 게 익숙해져서 별로 쓸 일이 없었지만 열심히 적으려면 다시 사용해야 했다.


메모하는 방법을 간단히 설명하면,

호칭의 경우 전무는 J, 상무는 SM, 부장은 B, 차장은 C, 과장은 K, 대리는 D로 표기해서

내용을 적을 때 누가 이야기를 했는지를 따로 표시를 해 두었고,

회의에서의 대화는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때문에 방향이 있는 화살표라던지, 특정 내용에는 네모나 동그라미 기호에 의미를 부여해 쓰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삼색 볼펜을 이용해서 나만의 표시를 해 두었다.


예를 들면 회의 내용을 이렇게 메모해 두었는데,


김 전무가 ASME 회의를 12/30까지 준비하라고 지시했는데,

→ 나는 ASME 회의가 뭔지 모르니 나중에 찾아보기 위해 물음표로 체크


이 부장이 20개 회사만 준비하면 된다고 하며 박 차장과 서 과장에게 일을 지시하였고,

→ 내가 당장 할 일은 없지만, 20개 회사를 파악하고 같이 챙기면 되겠구나라고 생각


이대리는 이미 서류랑 책자를 준비하고 있음

→ ASME 회의는 책자를 제작해야 하는 회의이고 다음 회의 때는 참고하자고 체크


대충 이런 식으로 메모를 하면서

녹색은 궁금한 것,

파란색은 해야 할 것,

빨간색은 중요한 것으로

나만의 표식을 같이 남겨두었다.


이런 방식으로 회의 내용을 정리하면 생각보다 많은 내용을 남길 수 있고,

나중에 누가 회의에서 어떤 내용이 있었냐고 물어봐도 노트에 적은 메모만으로도 대부분의 내용을 잘 설명할 수 있었다.


③ '약어' 사전 만들기


어느 회사나 그들만의 용어들이 있다.

대개는 영어로 된 약어가 제일 힘들게 하고,

한글을 줄인 말도 은근히 많이 있다.

이런 용어들은 외국어 단어를 외울 때처럼 반복적으로 익숙해져야만 내 것이 된다.


주로 내부적인 회의를 할 때

이런 용어들이 막 튀어나오는데,

일단은 약어를 적고 표식을 남겨 회의가 끝나고 난 후에 잘 찾아서 정리를 해 두는 방법을 사용했다.


개인적으로는 'THE NOTHING BOOK'을 문구사에서 하나 사서 (가격도 저렴함)

업무와 관련된 용어들에 대한 나만의 사전을 만들어 두었다.


이 책은 크기도 작고 아무것도 없는 백지로 된 메모장이라 내 맘대로 책을 만들어 적기 참 좋다.


[※ 이미지 출처 : 문구랜드 ]


이렇게 나만의 업무용어 사전을 채워 나가다 보면,

대략 1/3 정도 채워졌을 즈음에는

책을 더 이상 찾을 일이 없어지고 용어들이 거의 다 익숙해지게 되었다.

나중에 신입 후배 사원이 들어오고 회의에서 뭔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고민을 들었을 때,

참고하라고 건네줬더니 꽤 고마워하기도 했다.


④ 기초가 되는 교과서 읽기


같은 업계로 이직을 했다고 해서 이전과 똑같은 일을 하게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직을 했다면 어느 정도는 학습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


하지만 직장인들은 시간이 많지 않고,

업무에 쓰이는 책이라고 해도 일과 중에 책을 읽을만한 여유는 별로 없다.

그렇기 때문에 퇴근 후 혹은 주말에 시간을 내서

이직한 회사에서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어야

나중에 동료들과 같이 일할 때 전혀 모르는 내용이 나와 쩔쩔매는 상황이 생기는 걸 줄일 수 있다.


어느 분야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읽는 책이 교과서이고 효율적일 확률이 높다.

내용이 어렵더라도 시간이 나는 대로 앞에서부터 꾸준하게 읽어나가는 노력을 하면 좋다.


그 이유는 소위 교과서라는 책을 읽어두면 언젠가는 쓰일 일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그런 기회가 생기면 자존감을 높이는데 큰 작용을 하게 된다.



⑤ 동료와 적당한 회식을 하며 어울리기


한국 회사에서 회식은 직장문화라고 할 수 있다.


경력직으로 이직을 했다고 해도 서로 모르는 사람과 처음 일하게 되면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이럴 때 회식은 술을 한잔 하면서 서로의 거리를 조금은 좁혀주고,

또한 서로 소위 ''을 보며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나와 코드가 맞을지 아닐지

저울질해보는 시간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렇게 조금 친해지게 되면

이직하면서 뭔가 어려운 점에 대해 대화를 나눌 상대가 되어주기도 하고,

새로운 회사에서 무언가를 부탁해야 할 때 조금은 마음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지원군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동료들과 어울리면서 새로운 직장에서 하나의 멤버로서 자리를 잡게 되면 마음이 좀 편해지게 된다.




누구나 이직을 하고 근무환경이 바뀌면

걱정과 생각이 많아지게 된다.

그리고 적응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마음고생은 각오해야 하고, 필요 이상의 노력도 해야 한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째는 쉽다는 말도 있지만

이직을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혹여나 다음에 또 이직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이직 단어만 들어도 벌써부터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다.


모든 이직을 꿈꾸는

혹은 이제 막 적응하고 있는 직장인들을 응원합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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