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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전성시 Dec 11. 2019

역대급 오피스 빌런을 만났을 때 대처하는 법

직장생활, 이직생활 이야기 (3화)


원피스의 주인공 루피는

마음에 드는 동료를 만났을 때 이렇게 말하지만,

회사에서는 이와 반대로

'넌, 내 동료가 절대 되지 마라'라고

외치고 싶은 경우가 있다.




전 직장은 직원수가 4,000명이나 되는 제조회사였고 꽤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이후 금융권으로 이직하면서

다른 업권, 다른 환경이었기에

전혀 다른 사람들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도플갱어'가 아닐까 싶을 만큼 비슷한 사람들을 여럿 만났다.


※ 도플갱어 : 독일어로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이라는 의미


특히 안 좋은 유형의 경우

생긴 모습은 달라도 말투나 행동, 웃는 표정 등 어딘가 섬뜩하게 비슷해서,

전에 '도플갱어'와 겪었던 추억(?)을 떠올리며 미리 조심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대한 조심한다고 해도 한 직장에서 같이 일하다 보면 비슷한 상황을 피할 수는 없었다.


요즘 오피스 빌런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던데,

개인적으로 여러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공통적으로 마주쳐야 했던 

'내 동료가 절대 되지 말았으면 하는 진상 빌런'의 몇 가지 유형에 대해 적어볼까 한다.




'선배' 빌런


한국에서는 한 달을 빨리 들어와도 선배이고 고참대접을 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일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나이가 한두 살 많거나 심지어는 동갑이나 나이가 어려도 입사를 조금 더 빨리했다는 이유로 무조건 선배 대접을 받으려는 사람이 있다.

이건 '꼰대'를 생각하면 보통 떠올리는

'내가 해봐서 아는데!' 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기본적으로,

'선배인 내 말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것이 머릿속에 박혀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대화가 어렵다.


대부분은 고집이 지독히 세고,

체구는 왜소하더라도 다혈질이며

남에 대한 배려가 상식 이하인 경우가 많았는데,


특이한 점은 자기를 따르는 후배들을 모아

 패거리를 만드는 경향이 있었다.

혹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의 오른팔 이거나..


신입사원 때부터 이런 사람과 엮이면 회사를 다니는 내내 밤낮으로 끌려다닐 수 있다.

나중에 '건방지다'라는 욕을 먹겠지만 애초부터 적당히 거리를 두고 회사생활을 하는 게 상책이다.



'감언이설' 빌런


※ 감언이설 : 귀가 솔깃하도록 이로운 조건을 내세워 꾀는 말


사람마다 일하는 방식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개인의 능력을 키워서 베테랑이 되어가는 일반적인 경우가 있는 반면,

대부분을 타인의 도움으로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 있다.


즉, 인맥을 무기로 일하는 유형인데,

이런 사람이 관리자가 되면 대개 감언이설을 남발하기 시작한다.

힘든 일을 시키면서 이것만 잘 마무리되면

따로 고과를 챙겨준다던지

진급할 때 윗선에 어필을 해 주겠다는 등 달콤한 말로 유혹하며 일을 시킨다.


특히 이런 사람은 일만 시키고 

성과에 대해서는 독식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회사에서 이런 사람이 특히 나쁜 빌런인 이유가

첫째,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감언이설에 속을 가능성이 높고,

둘째, 속는 사람 대부분이 한 부서에서 같이 일하는 경우가 많아서 내부 분란을 조장하기 때문에 죄질이  나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을 만나게 되면 젠틀하게 사양하거나 일을 시원찮게 처리하여 눈밖에 나는 게 현명한 방법이긴 하다.

어차피 내가 아니어도 금방 대타를 찾아 감언이설로 살살 꼬드겨서 일을 시킬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단점은 이 사람 눈밖에 나는 순간 인맥에서 제외됨과 동시에 투명인간 취급을 받을 수 있으니 이점은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한다.



'뒤끝없(다고 말하)는' 빌런


성격이 급하고 화를 잘 낸다. 그리고 사과도 잘한다.

말 그대로 본인만 뒤끝 없는 유형이다.


하지만 당하는 쪽은 이유도 정확히 모른 채

일단 욕받이가 돼서 욕을 먹고,

영문도 모른 채 내 마음은 풀리지도 않는 사과를 어느 순간 받고 있다.


본인은 사과를 해서 이미 쿨한 사람이 되었고,

나는 사과를 받았는데도 마음이 안 풀리고 있으면,

결국 나만 뒤끝 있는 사람이 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된다.


이런 사람과 동료가 되면

'화를 낸다' → '사과를 한다' 반복되며

심적으로 피폐하게 만든다.


다행(?) 인건 이런 사람과 일하는 게 지쳐서 이직이라도 해야 하나 고민할 즈음

본인이 먼저 부서를 옮기거나 이직을 해서 다들  길 잘 찾아서 헤어지긴 하였다.


급한 성격 탓인지 사람들과의 불화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사람을 만나게 되면 짜증이 좀 나더라도

조금 더 기다려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갑질' 빌런


한 회사에서도 내부 고객이란 게 있어서

소위 갑을 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회사 내에 몇 안 되는 갑질을 할 수 있는 부서에서 일을 오랫동안 하게 되면 이런 유형에 빠지기 쉽다.


갑질이 몸에 배면 일단 일을 시작할 때 으름장을 먼저 놓는다.

쉬운 일도 그냥 'OK'해주는 법이 없고,

본인이 납득할만한 무언가를 꼭 가져다줘야 한다.

그게 안되면 매번 어르고 달래고, 밥 사 주고 술 사주면서 비위를 맞춰줘야 마지못해 일을 조금씩 시작한다. 그렇다고 깔끔하게 일을 처리해주지도 않는다.


가장 안 좋은 경우는 신입사원이 이런 부서에 배치돼서 갑질 하는 선배를 사수로 만나 일을 배우게 되는 경우인데, 이렇게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건 매우 위험할 수 있다.


뭐든 나쁜 건 빨리 배운다.

같은 회사에서 월급 받으며 일하는 동료끼리 갑질은 웬만하면 안 하는 게 좋다.

한 회사에 있는 한 언제 어떻게 다시 만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피노키오' 빌런


회사 업무가 대개 1년 단위로

업적에 대한 평가를 받다 보니,

연말에 실적을 집계할 때가 되면 교묘하게 거짓으로 실적을 부풀리는 사람이 있다.


해가 바뀌고 과대 포장한 실적이 들통나면

혼이 나기도 하지만,

금세 또 일이 바빠지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자연스럽게 잊히게 된다.

그리고 연말이 되면 또 실적을 부풀리고 거짓말을 하는 피노키오가 된다.

이렇게 몇 번을 반복하면 사람들이

 '저 사람은 못 믿을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정작 본인은 반성하거나 그 성향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의외로 회사에서는 이런 사람이 승진도 잘되고 임원까지 하는 경우를 여럿 보았다.

그래서 이런 사람 밑에서 일을 하게 되면 충성을 다하거나 내부고발자가 되어야 하는데 어려운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난 주로 옆 부서에서 상대적인 피해를 보는 쪽이었는데, 부하직원 중에 내부고발을 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고, 어느 정도는 맞춰서 일하고 같이 칭찬을 받는 쪽을 택했다.

이런 경우를 만나게 되면 본인의 선택이 중요할 것 같다.



'나는 자연인' 빌런


이런 사람은 나쁘다고 말하긴 그렇고 '회사를 왜 다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일하려는 생각이 없고,

본인이 하는 일 외에 다른 회사일은 관심이 1도 없다.


그렇다 보니 집에 재산이 많아서 회사를 놀이터처럼 다니는 거라는 소문도 있고,

친하게 지내는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인맥도 안 만들고 회식도 전혀 오지 않는다.


이런 유형과 일로 만나게 되면 그냥 없다고 생각하거나,

업무 영역을 적당하고 확실하게 구분해주면 깔끔하게 처리해주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어떻게 보면 편하기도 아니면 어딘가 불편하기도 한 유형인데 좀 친해지게 되면 재미있는 사람인 경우가 많았다.




회사에서 만난 역대급 빌런은 위에 적어놓은 유형을 하나만 가지고 있지 않았다.

여러 개의 모습이 동시에 보이기 때문

그 사람과 일하는 내내 심한 스트레스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럴 땐 본인이 정 힘들면 먼저 떠나거나,

아니면 그 사람이 잘 돼서 나와 멀어지기를 바라야 한다.


누구나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여러 유형의 사람을 만나게 되고,

어떤 이는 함께하고 싶은 동료로, 어떤 이는 버리고 싶은 동료로 구분이 된다.


나도 누군가에겐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동료로 분류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부디 그런 사람이  많지 않기를 바라본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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