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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존재를 잃고 난 며칠 후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 제목에 잃고를 읽고라고 쓰고 깜짝 놀랐다. 초1도 아는 문법인데 버젓이.정신이 없었나보다 생각하며 민망함은 하늘의 몫. 내 정신이 아니었던 걸로

구름이가 아빠를 따라 하늘나라로 갔다는 이야기를 고치려다 그만 글을 날렸다. 다시 고쳐 쓰려다 일어난 참사 앞에 그 글을 소환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가슴에 남은 이야기를 또 꺼내본다. 음력으로 1월 1일부터 새마음을 가지려 노력했지만 생각보다 애도의 시간을 길다라는 것이 이론이고 내 몸은 마음과도 다르게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있다가 책을 좀 읽고 아이들과 끼니를 해결하는 식으로 일상과 같은 명절을 보냈다. 친정도 시댁도 가지 않았다. 아직도 중형의 튼튼한 강아지가 일주일 굶었다고 하늘나라로 간게 도무지가 받아들여지지도 않고 아빠와 같은 증상을 보이며 일부러 음식물을 먹지 않았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구름이의 마지막 모습이 아빠의 모습과 오버랩 되는 것은 참기가 힘들다.

만나는 책의 문장과 구절이 죽음과 가족과 연결이 되고 힘을 내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느껴진다. 밤마다 눈물이 나오고 밥을 먹다 울컥하고 할일이 있는데 하고싶지 않은 마음. 몸으로 일하는 남편의 보조도 맞추어야 하고 일탈을 같이 하던 친구에게 배신을 당해 세상이 끝난것처럼 나를 들들 볶는 사춘기 아이도 세상밖으로 끌고 가야 하고 막내아이의 공부도 챙겨주어야 하는데 정말이지 힘이 나오지가 않는다.느껴보지 못하고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무기력이다.

아빠의 사망신고를 엄마에게 말해두었는데 제대로 하실지 모르겠다. 어제는 차를 끌고 나가시다 작은 접촉사고를 내셔서 보험회사에 접수시켰고 차주는 나이기에 내가 해결할일이 하나 더 생겼다. 아빠의 사망 신고가 완료되면 국가보훈대상자 연금이 끊기니까 다시 유족연금이라는 것을 신청해야 한다. 당분간 아빠와 죽음에 관한 증명을 주변에 알리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겠지. 아빠의 물건을 받겠냐고 요양원에서 연락이 왔는데 하나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집에 있는 오래전 사진과 의외의 다양한 자격 면허증 그리고 폰이면 충분했다.

새해의 새마음은 나에게 아직 사치다.

진은영의 시.png


때마침 도착한 출판사의 시레터에서 반려견과 죽음이라는 단어를 마주하였다. 잿더미 속에서도 눈을 뜨고 옆을 보려는 사람이 있다고 하니 나도 정신차려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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