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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시로바로앉는여자 Dec 04. 2019

며칠을 갉아먹은 최근사건과 죽음에 관한 그림책

<무릎딱지><할머니가 남긴 선물> 

저녁 6시. 동생네 집에서 놀고 있는 2호를 데리러 집을 나섰다 

겨울이라 매우 깜깜하고 몸이 안좋았던 나는 어서 애 데리고 와서  밥해먹여야지 하는 생각뿐이 없었다.

늘 이렇게 기온이 확 떨어지는 늦가을과 겨울 사이에 나는 아팠던 것 같다.이유없이 몸져 눕기도 하고 축농증에 비염게 만성피로에. 요즘도 그런날들이다.

우리집 뒷편 아파트에 사는 동생네에서 2호를 데리고 바쁜 걸음으로 되돌아오는데 25분정도가 걸렸다.

아파트에 경찰이 나와 동시에 도착했고 구급차에 사람을 막 실어 나르는 모습이 보였다

추워서 쓰러지셨나.

그냥 막 걸었는데내 발밑에 피가 .... 다행인건지 깜깜해서 색구분 불가한  검은 선지같이 뭉겨져 있는액체에 김이 모락모락.

갑자기 가슴이 쿵쾅되었다. 도대체 무슨일이 일어난거야.

경비아저씨게서 머리가 깨져 쓰러져있는 걸 방금 실었다고... 사람이 죽은거 같다고 하였다. 

내가 이자리에 오기 바로 오분전 일어난 일이다. 

누군지도 모르는 이웃이 몸을 던졌다.

칼바람에 모두들 바삐 집으로 가는데 발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무슨사연일까 그날밤은 계속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사람이 죽었다

그런데 경찰이 조사를 오래 하지 않은것 같고 떨어진 곳을 서둘러 흙으로 덮어버렸다

아파트 현관문앞인데 사람들은 그냥 밟고 지나가고 있다.

그 자리에서 사람이 어제 죽었는데. 아파트 전체가 쉬쉬하는이 분위기는 뭐지. 설마 집값??

도둑들었을 땐 떼거지로 몰려와서 비둘기 깃털하나도 확보할 것처럼 이틀동안 난리치더니 사람이 죽었는데 반나절도 조사를 안한다. 


내가 지나가는 이 길목에서  오분전에  공기보다 더 가벼웁게 날아가버린 그 사람의 명복을 대신 약 이틀간 빌어주는 느낌이다. 사연이 있을텐데 노트북을 안고 투신한 사연. 그리고 초저녁에  저 작은 계단의 창을 비집고 떨어진 사연.

아무도 몰라주는 것 같아서 내가 맘이 쓰인다. 

죽음도 삶의 일부라고 그림책모임에서 이야기해놓고 너무 두려운 상황들에  몸이 늘 움츠려든다. 마음보다 몸이 반응하는 나이대에 들어오고서는. 

홀연히 떠나지 못한 영혼이 그자리에 머무는 시간이 있을듯하다. 그자리를 지날때마다 명복을 빌어줘야겠다.



지난주에 도서관 모임에서 같이 이야기 나누었던 <죽음>에 관한 그림책이다 


  여기, 쏙 들어간 데 있지? 엄마는 바로 여기에 있어


<무릎딱지> 샤를로트 문드리크 글/ 올리비에 탈레크(동화작가) 그림.

글작가 그림작가 모두 유명하고 너무 좋아하는 작품을 많이 쓰신 분이다.

엄마의 죽음이라는 큰 문제를 겪고 난 후 아이의 슬픔과 감정변화, 그리고 극복의 과정을 보여준다


이렇게나 직접적으로 죽음을 이야기하는 그림책은 잘 없다

그러면서도 외면하는 것이 아닌 받아들임에 대해 이야기하고있어서 작은 희망을 안고 읽을 수가 있다.

책 전반의 빛깔은  선명한 빨간색. 아이의 고통의 빛깔을 표현하것 같다.

엘리자베스 퀴블러의 <상실수업>에 애도의 5단계는 부정 분노 타협 절망 수용 의 단계를 거쳐 극복이 된다고 했다. 극복이 과연 되기나 할까 싶다. 그냥 흐려진 존재와 생채기 난 상처를 안고서 가는거지.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것은 아이에게는 더더욱 큰 상처와 고통이지만 또 어른과 다르게 다른방식으로 빨리 받아들이기도 한다. 잊는게 아닌 안고 살아가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기도 하다. 경험치가 많은 어른이 더 큰문제가 될 때도 있다.

같이읽은 <할머니가 남긴 선물> 에서 담담히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갑작스런 죽음을 대비해 현실적인 유서를 썼었노라고 고백도 했다.

연습은 해도 아직은 죽음이 삶의 일부라는 것을 체득화하는 데에는 더많은 시간을 살아야 할 것 같다.

농밀한 하루.

밀도있는 하루를 위해 생각하는 죽음은, 슬픔의 감정만 있는 게 아니니 더욱 잘 살아내야겠다는 다짐과 감사의 감정도 들어있다. 결국은 그런것.


좋은 그림책 <할아버지는 바람 속에 있단다> 색감이 아름다운 그림책인데 소재도 죽음이다.

바람속에 있다고 생각하면 공존하는 결국 공존하는 세상.


어려운 주제라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마무리를 서둘러 했지만 그날 밀도있는 삶을 생각해보기로 하였다.

결국 한주동안 머무른 단어 <죽음>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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