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할머니의 팡도르>
이탈리아 빵 팡도르에 숨겨진 '아름다운 생의 맛'에 관한 이야기예요
삶과 죽음에 관한 섬세한 이야기이며 긴글 그림책의 장점들이 골고루 녹아져 있어요
숲속 아무도 찾아올 것 같지 않은 외딴집에서 할머니 혼자 세월에 몸을 맡긴채 쓸쓸히 살고 계십니다.
"죽음이 나를 잊은 게야"
하던차에 할머니의 집에 손님이 옵니다.검은 그림자가 외딴집 문을 두드렸습니다
"나랑 갑시다"
죽음은 할머니를 잊지 않았던 거예요.
죽음의 신이 찾아오는데 할머니는 아이들을 위한 음식을 만드느라 사신에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지요.
고소한 향기와 함께 크리스마스 디저트의 맛이 궁금하여 사신도 죽음을 유예하며 기다립니다.
꿀에 졸인 귤향기, 생각만해도 황홀합니다. 사신이라고 이겨낼 수는 없는 모양이에요
할머니의 레시피는 사신도 기다리게 하는 마력의 비법이랍니다.
"아름다운 맛이군요"
사신은 감탐했습니다
"하지만 더는 안 돼요. 그만 갑시다"
"말랑한 누가 반죽이 바삭해지려면
하룻밤 식혀야 하죠. 비법은 오직 기다리는 거예요
삶과 죽음이 밀당을 하네요. 결국 할머니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민담, 전설, 신화에 푹빠져있는 글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 역시 이탈리아 산타할머니와 크리스마스 디저트의 전설을 바탕으로 지어졌다고 하지요.
<섬 위의 주먹><숲><마음의 지도> 일러트스레이터 비올레타 로피즈 가 그린 따뜻하고 아름다운 생의 맛은
동화인듯 긴글이 특징이지만 그림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모두의 그림책입니다.
전작은 색이 매우 화려하고 다채로왔는데 <할머니의 팡도르>는 매우 간결합니다.
심플한 세가지 색으로 글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그러나, 빨간 구슬이 화면 가득한 장면에서는 생명의 상징인 빨간색이 죽음과의 경계를 허무는 느낌을 받았어요.
빨간 구슬은 할머니가 만드는 디저트들이 품고 있는 단맛의 영혼을 의미합니다.글에는디저트에 관한 묘사가 매우 풍성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에, 나는 그 음식들의가장 핵심적인 부분만을 그리기로 했지요
삶과 죽음은 실은 다르지 않다
작가와 옮긴이의 설명이 풍부한 것도 이 책의 특징이기도 해요. 빨간색과 검은색이 사라진 흰눈덮인 화면은 또다른 시작이기도 하며 경계없는 연속성 죽음도 삶의 연장인듯한 묘한 느낌을 줍니다.
할머니의 또다른 삶이 궁금합니다.
이게 바로 팡도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