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을 위한

-<당신이 옳다><가만히 들어주었> <내 얘기를 들어주세요>

독서모임 노른자에서 만난 정혜신 박사의 <당신이 옳다>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어느 날 <가만히 들어주었어>를 만났다. 둘은 너무 닮아있었고 나에게 주는 메시지는 한결같았다. 소박한 집밥 같은 치유, 일상에서 만나는 진정한 공감만이 상대방을 치유하고 나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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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군가가 나에게 고민과 상처를 이야기하면 답을 줘야 할 것 같은 마음의 숙제를 안게 된다.

같이 화낼까? 욕할까? 어떻게 해보라고 대안을 제시해줄까? 그 고민을 바통 터치하듯 받아 안고는 나는 혼자 또 끙끙 앓는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도움이 될까. 해결에 가까운 명쾌한 대답을 줘야 할 것 같은 숙제다. <당신이 옳다>에서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야. 너의 마음과 너의 감정이 무조건 옳다’고 해준다. 그 어떤 조언과 충고는 모두 거두고 그저 ‘네가 옳다’라고 지지해주는 것이 진정한 공감이라는 것이다. 진정한 공감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본 적 없었다. 괜한 숙제를 푼다고 온갖 경우의 수를 들먹이며 머리로 공감해주었던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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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들어주었어>는 아이들에게 ‘진정한 공감과 위로’를 쉽고 편안하게 설명해주는 그림책이다. 등장하는 아이와 위로해주는 토끼의 캐릭터마저 너무나 사랑스럽다.

테일러가 공을 들여 새롭고 특별하고 놀라운 걸 만들고 있었는데 새들이 날아와 와르르 무너졌다

절망에 빠진 테일러에게 닭이 어찌 된 일인지 말해보라고 했지만 테일러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곰이 화를 내보라고 했지만 테일러는 소리 지르기 싫었다.

코끼리는 원래대로 고쳐주고 싶어 했지만 테일러는 떠올리기조차 싫었다. 하이에나, 캥거루와 뱀까지... 모두 테일러가 원하는 방법이 아니었다.


조금씩 조금씩, 토끼가 다가왔다. 테일러가 따뜻한 체온을 느낄 때까지.


토끼는 가만히 테일러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소리 지르는 것도 가만히 들어주었다. 누군가에게 복수할 계획도 가만히 들어주었다. 때가 되자 테일러는 말했다.

"나 다시 만들어볼까? “

“ 너무 조용해서 테일러는 토끼가 다가오는 줄도 몰랐어.


나는 조용히 들어주는 엄마일까? 나는 기다려주는 엄마일까? 아이에게 맞추어 ‘기다리고, 기다리고 따라가며 반응하기‘ 잘하고들 계신가요?

이 질문에 엄마 반성문 한 묶음이 나올 지경이지만 공감과 진정한 위로의 방법은 아이와 함께 배워가야 하는 것이다.

엄마는 <당신이 옳다>로 아이들은 <가만히 들어주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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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위로와 공감에 관한 노른자 추천 베스트 책이 하나 더 있다



책방지기의 최애 작가 중 하나인 안 에르보의 <내 얘기를 들어주세요> 다.

벨기에 태생의 작가는 <바람은 보이지 않아><숲의 거인 이야기><파란 시간을 아세요?>로 사랑을 받고 있으며 노른자에서 <내 얘기를 들어주세요>와 <바람은 보이지 않아>를 책방지기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추천해드리고 있다. 서정적인 그림과 함께 등장인물들이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불완전하고 미숙한 것들에 관심을 갖게 만든다.


최혜진 작가의 <유럽의 그림책 작가에게 묻다>에서 안 에르보가 한 말이 너무 인상적이다. “부모님께서 '아무 쓸모없는 일'에 시간을 써도 불안하지 않은 사람이 되게 키워주신 걸 가장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는, 불완전한 아이들을 기다려주는 일이 얼마나 성숙의 과정이어야 하는지 잘 안다.


그림책 낭독회 때, 얘들아 아주 멋진 책을 읽어줄게. 하고 꺼내 보여주니 애들이 모두 깔깔깔 웃는다. 작가가 어린이예요? 그림이 유치해요! 어머 이렇게 그려도 책 낼 수 있어요?

아이들이 표지만 보고 말이 많아졌다. 나는 미소 지으며 얼른 책장을 넘겼다. 말이 많아진 건 이 책에 푹 빠질 준비가 되어 있다는 증거니까.

면지의 고양이가 나오고 첫 장에 슬픈 브루의 얼굴이 화면 가득 채웠다. 브루에게 무슨 일이 생겼구나... 아이들은 집중하기 시작했다.

브루는 길을 가며 사람들과 동물들에게 고양이를 잃버려서 슬프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모두 자신이 가진 고민과 아픔을 말하며 브루의 슬픔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 한다. 물난리가 나서 고향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 앞에서 브루는 작아지고 세상에는 너의 슬픔보다 더 심각한 일들이 많다고 한다. 그렇게 나의 얘기를 말할 용기조차 잃고 북극까지 다다랐을 때, 브루에게 다가온 한 마리 개. "응 그랬구나"

브루가 듣고 싶었던 한마디였다


“ 그거야 그렇겠지. 그래도 네 고양이에 대해 얘기해줘,

그럼 그 이야기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널리 퍼져 나갈 거야.

다정한 너와 길들여지지 않는 고양이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말이야 “


책을 덮고 아이들이 하는 말

“저도 저런 적 많아요. 엄마는 바쁘다고 맨날 나중에 얘기하자고 했어요”

“친구랑 얘기하다가 내 감정을 무시당한 적이 많았어요”

“선생님, 브루는 고양이를 찾았을까요?”

“너희들, 그랬구나, 작은 일들이라고 무시당해서 많이 속상했겠구나”

아이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우리 모두 결말을 알 수 없지만 브루가 고양이를 찾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눈빛이다. 고양이를 잃어버린 브루의 속상함이 결코 사소하지 않다는 것을 아이들은 모두 잘 알고 있다. 한껏 감정이입이 된 아이들과의 대화 속에서 브루는 이미 고양이를 찾은 듯했다.

관심 갖고 귀 기울여주기, 이것이 경청이며 ‘아 그랬구나’ 하는 작은 반응이 공감이다.


이 쉬운 명제 앞에서 나는 부끄러운 엄마이다. 나 역시 ‘나중에 얘기하자’를 반복하여 내뱉는 엄마이니까. 오늘도 자신의 방식으로 아니 온몸으로 나에게 내 얘기를 들어달라고 아우성치는 아이들과 함께 책방 문을 잠그고 놀이터로 직행한다.


그래, 듣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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