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순 산문집 <안녕하다> 그림책 <철사 코끼리>
고정순 작가의 <안녕하다>를 다시 읽었다
책을 덮고 하늘을 봤다. 영화 <러브레터>에서 처럼 큰소리로 작가님께 안부를 전하고 싶었다
"안녕하신가요?"
책 전반에 걸쳐 얼기설기 얽혀있는 기조는 고독이다
작가의 외로운 등을 어루만져 주고 싶은 맘뿐이다
작가의 북 토크를 기획하고 노른자 구석에서 작품도 많이 읽었다
유년시절 안녕하지 못했던 기억의 영등포로 작가님을 다시 모시는 게 편하지만은 않았다
책 전반에 불어오는 스산한 바람은 작가가 얼마나 외로운 길을 걸어왔는지 아주 조금(아주 조금입니다만) 이해가 되었고 작품들을 그의 자식인양 하나하나 곱씹어본다
공감한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조심스럽게.
지금 나는 영등포에 산다
아파트가 빽빽하고 사무동이 즐비하지만 여전한 이 곳.
좁고 냄새나는 골목도 아직 남아있고 노숙자가 대거 거주하는 영등포역도 그대로다
밤이면 형광 빨강의 간이 칸막이 공간이 유독 눈에 띄는 곳.
이곳은 여전합니다.
이곳은 또한 여전하지 않습니다.
마을공동체가 나름 활발히 움직이고 있고 문래동 일대 철공소와 예술인들이 얽혀 무언가를 창출하기 위해 몸부림도 치고 벤처의 직전 규모의 작은 사업체들이 신화 및 대박의 꿈을 꾸며 사무동에 촘촘히 자리를 잡았다
모두들 조금 다른 형태지만 꿈을 꾸고 있다
나무로 만든 교습소 문턱이 닳았다면 시간과 내가 공범이다. (68p)
이런 표현을 너무 좋아한다.
당신은 내가 노력하지 않고 유일한 행운
나의 팔자에 가장 빛나는 인연
당신은 나를 위해 날개를 두고 발로 나는 새
당신은 내가 아는 가장 쓸쓸한 이야기
내가 함부로 끝내지 못하는 연속극
그곳은 힘들고 이곳은 외롭다
세상은 언제나 만 개의 슬픔 끝에 겨우 단 하나의 기쁨과 희망을 노래한다
만개의 슬픔 끝에 온 단 하나의 희망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림책 <철사 코끼리>
아기코끼리 얌얌의 죽음을 극복해나가는 소년 데헷의 이야기이다
작가의 그림책 중 가장 작가와 닮은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소년 데햇이 죽음을 애도하는 방법은 얌얌은 철사로 만들어 끌고 다니는 것. 상처투성이가 되고 주변이 바다 갈라지듯 둘을 피해 사방으로 흝어져도 데헷은 한동안 철사 코끼리를 끌고 다니며
일종의 고행 같은 시간을 갖는다.
상실의 슬픔을 예상할 수도 없을 만큼 커다란 것이며 이러한 고행은 소년만의 방법인 것이다.
고정순 작가는 소년 데헷처럼 직면하면서도 자신의 방법으로 삶을 살아내는 사람 같다.
아픔도 슬픔도 가난도 늘 직면한다. 그리고 조용히 때로는 소리 없이 뜨거운 결단을 내리고 나아간다
뚜벅뚜벅.
한동안 끌고 다니던 철사 코끼리를 소년은 삼촌의 대장간 용광로에 밀어 넣어버린다
삼촌은 종을 만들어주었다.. 희망의 엔딩이다. 작가는 고독한 삶을 살아가는 세상의 따뜻한 지지자 이기도 하다
철사 코끼리를 가만히 보면서 또 하나의 희망을 발견한다. 작가를 똑 닮은 산문 <안녕하다>와 <철사 코끼리>를 강력하게 추천하는 밤이다.
가능한 한 오~~래 오랫동안 작가님의 작품을 만날 수 있길 희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