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울_나를 잘 따라오고 있는가

영화<soul>을 보고

감개무량하게도 2년만에 영화관이었다.


시작 전 처음 만나는 오프닝(burrow:토끼굴)영상부터 훅 빠져서 이 영화를 매우 사랑하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만큼 1부터 100까지 다 좋았다. '호들갑도 유분수지' 라고 어이없어 하겠지만 영화관에 가기까지도 생각이 많았고 가서도 세번의 체온측정 관문을 통과하여 사랑하는 팝콘도 마다하고 누린 행복이다.

'burrow' 의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전하는 메세지가 소울의 전체를 요약해서 보여주는 듯하여 오프닝 보고 이미 나는 감동할 만발의 자세를 갖추었다.

오랜만의 영화관이기도 하고 한칸씩 비어진 영화관 좌석을 보며 현실의 비현실감이 새록새록 올라와 복받쳐오는 울컥이라니. 영화 보는 내내 2시간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라 화면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너무 몰입했나 약간의 두통이 오긴 했지만 말이다.


기술이 또 업그레이드 된 듯 움직임과 인물의 피부와 근육까지 디테일이 눈에 띈다. 바로 전작 '인사이드 아웃'보다 훨씬 생동감 넘치는 화면이다. 특히, 재즈피아니스트 주인공 존이 빠른곡을 연주할 때 피아노 건반과 음이 딱딱 맞고 실제 연주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게다가 영화의 세계관이 놀라워서 가슴이 쿵쾅거렸다.

옆에 있는 딸아이를 붙잡고 이야기 하고 싶어 죽을 것 같은 엄마를 측은한 듯 바라보며 아이는 '쉿' 좀 조용히 하라고 날카로운 손짓을 보냈다.

머릿속에 떠오른 그림책은 마치 저 감독이 분명 참고했으리라는 확신마저 들었다. 픽사와 디즈니는 에니메이션을 만들 때 심리학 전문가들도 모니터링을 한다고 한다.

<태어난 아이> 그리고 <잃어버린 영혼>.

그 밖에도 아주 많은 그림책들이 툭툭 생각이 나서 나혼자 히죽히죽 웃었다.


픽사 전작에 비해 평이하다 어쩐다 실망한 관객들도 있는 모양인데 메세지가 명확하기 때문이리라. 반면에 발상과 아이디어가 아이에게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딸아이는 '뭐 잘 만들었네!' 심드렁하게 이야기했다.

"어렵지 않았어?"

"아니야 불꽃이 꼭 중요한 것만은 아니란 걸 알았어"

음... NO!NO! 너한테는 불꽃이 중요해 가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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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고 싶지 않아 태어나지 않은 아이 '22'

'22'가 사는 세계는 태어나기 직전의 영혼들이 모여 자기고유의 성격을 부여받는 훈련을 받는 곳이다. 일렉트로닉한 음악이 흘러 나도 모르게 미소를 흘렸다. 예전 한창 음악을 들을때는 락과 일렉트로닉을 좋아했다. 지금은 음악의 무취향을 고수하지만. 음악이 좋아 검색해보니 '나인 인치 네일스'가 '22의 세계' 음악부분을 만들었더라.

왕년에 좋아했던 인더스트리얼 락밴드다. 재즈와 일레트로닉의 대비가 꼬마 영혼 '22'와 꿈을 향해 달리는피아니스트 '존 가드너' 와 어울려 캐미가 좋았다.

'22'가 멘토들에게 '불꽃'을 찾는 방법을 배워 태어나기 위한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도 '22'는 태어나기 싫었다. 불꽃을 찾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꼭 태어날 필요가 있나 생각이 들었겠지.

멘토 마더 테레사가 '나는 너가 정말 싫어'

멘토 코페르니쿠스가 ' 지구는 너 중심으로 돌지 않아'

우리의 '융' 멘토까지 나와서 '22'에게 모진말을 하고 두손 두발 다 드는 장면은 빵 터졌다.

양자화된 우주의 총체라고 불리우는 '제리' 가 나오는데 갑자기 그림책 <나의 진짜 소원은> 오버랩되는 것이다. 집에 돌아와서 그림책을 보고 '이렇게 유사하고 신박한 발상'이라니 입이 근질거려서 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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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영화 <소울>의 제리 / 아래는 그림책< 진짜 내 소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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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도, 안정적인 직장도, 부모님의 바램도 마다하고 멋진 공연, 훌륭한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존 가드너. 꿈을 향한 목적이 이끄는 삶을 사는 주인공이다. 현실에 안주하고 세속적인 목표에 저당잡혀 있는 지금의 우리보다 존이 이상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마져도 영화에선 '진짜 삶'이 아니라고 한다.

꿈을 향한 달리는 그에게 <잃어버리는 영혼>처럼 뒤에서 쫒아오지 못하고 길을 잃은 영혼이 있을 것이라고. 그 꿈하나만을 달려온 그는 주변을 살피지 못하는 이기적인 사람일 수도 있다.

그리고, 존이 스치고 지나가버린 많은 것들은 '22'를 통해서 발견하게 된다.

'22'와 가드너가 잠시 현실세계에 내려왔을 때 '22'가 처음 사랑에 바진 건 피자 한 입이다. 천국의 맛이라는 치즈 가득 피자 한입 에 이 세계에 빠지게 될 것을 예감하고 달콤한 막대사탕 , 햇살 한 줌,거리의 활기,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드디어 태어나고 싶어했다.



그랬다.

목적없이 살아도 된다고 한다. 우리는 얼마나 꿈과 삶의 목적을 강요받으며 살았을까 나조차도 불꽃 한톨 조차 없는 큰 딸에게 꿈에 대하여 주구장창 이야기하며 살았다. 나의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결핍이란 없고 부족한 것이 없어 꿈과 희망이 없는 듯 해보였다.머리는 이해했으나 가슴은 반만 움직인 채 나오기는 했다만 이 영화는 내게 거대담론을 던졌다. 아마 제작기간 동안 코로나가 터지면서 음악영화로 나아가려하다 현실을 긍정하고 힐링하는 영화로 선회한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사는 것 자체가 삶의 이유가 될 수 있다.<태어난 아이> 에서 엄마 반창고를 붙이고 싶어서 짠하고 태어난것처럼.

맛있는 음식을 기다리고 사람들과 부대끼며 햇살받으며 살기 위해 사는 것이 삶의 이유라고.


"(황홀한) 바다가 어디있어요? 바로 여기가 바다다"


조가 그토록 꿈꾸던 연주를 끝내고 한껏 흥분한 상태로 집으로 가는길 그런데 이상하게 그렇게 행복하지는 않은 기분이라며 함께 무대에선 도로시아 한테 묻자 그녀가 하는말이다

태어났기 때문에 사는 것이아니라 살 준비가 된 영혼이 태어났기 때문에 나는 '지금, 여기'에서 내 삶을 살면 되는 것.

가슴의 불꽃이 목적이 아니라고 이야기해주어서 다행이다. 그러면 딸에게도 덜 닥달하게 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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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책< 잃어버린 영혼> 과 아래 <태어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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