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기울이면 들리는 것들

그림책 <울음소리>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단상

예전에는 많지 않았던 사건이었을까, 아니면 관심을 가지니 들리고 보이는 것들인가.
부쩍 많아진 아동학대 뉴스에 마음이 쿵 내려앉는다. '정인아 미안해' 이슈에 편승하여 글을 쓸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지난번 '헬로 스트레인저' 전시회에서 만난 하수정 작가의 작품 <울음소리>를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만 가득했다. 이후부터 감히 긴 글을 풀어낼 엄두도 못 내고 있다가 또 아픈 뉴스를 접했다. 10월에 일어난 일이었고 다시 분개한 것은 1월의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이 나간 후다.
매일 분노만 하고 끝 날텐가 법안은 쌓여 국회 앞에서 쓰레기가 되어 있었다는데 또 마음이 들끓었다.
'그알' 피디님의 방송 후 인터뷰를 보니 눈을 의심하며 취재를 하셨다 했다. 생각보다 참혹했고 우리가 정인이를 구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입양'시스템이 미약한 것은 아니었으니 다시 무얼 만들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였다고 했다. 입양에 관해선 적절한 시스템이 있었지만 힘없는 아이들은 늘 마지막 순위라고 하였다.
아동인권에 관련된 것들은 모두 우리나라에서 끝 순위라고. 너와 나 그리고 그들 모두가 직무유기였다는 사실이 참담했다.

<울음소리>는 작은 상자가 있는 책이다. 그림책 수집가에게는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색다른 그림책인데 나 역시 어렴풋이 주제만 안 채로 작가님의 다른 책만 책방에 들여놓았었다. 상자는 아담하고 평화스러워 보이는 작은 아파트 형태로 우리가 사는 집이다.
상자를 '까 보기' 전까지는 알록달록 사탕이 담겨 있을 것 같다고 느껴지겠지만......
우리 모두 그 집안의 속사정은 철저히'개인사'남로 긴 채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것이 요즘 우리들의 예의 이기도 하면서 말이다. sns에서 보이는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의 가면 속에 속아 넘어가며 보이는 대로 믿어버린다.

책을 꺼내어 펼치는 방향에 따라 뱀처럼 이어지는 이미지들이 설마설마하며 연결된다. 그곳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날 던 것일까? 그저 예상해보는 것만으로 점점 마음이 가라앉는다. 공간, 장소에서 있었던 아이들의 학대 소리를 시각화한 그림책이다. 하나하나 손으로 펼쳐가며 따라가는 스네이크 북의 물성은 신선했다.
'신선'이라는 단어를 가져다 쓰기가 미안하다. 스네이크 북 형식은 상처 난 조각을 하나하나 접어 올리며 흐르는 시간을 사유하라고 작가가 만들어낸 장치 같다. 책을 모두 펼쳤을 때 뒷면에 퍼즐처럼 맞춰진 아이의 슬픈 얼굴은 앞장에서 펼질때마다 보였던 고운 색으로 얼룩진 얼굴이다.
고왔으나 고통인 폭력의 색.

얼마 전에 보았던 <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생각났다.
<울음소리>처럼 알록달록 한색으로 칠해진 고속 도로가의 홈리스용 장기투숙 모텔이 집인 아이들의 이야기.
디즈니로 가는 길에 낡고 오래된 모텔들은 가진 것이 없고 삶의 기반을 잡지 못한, 사회에서 밀려 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변두리의 삶은, 화려한 외관 페인트의 색과는 대조적으로 무력하고 표정 없는 어른들이 그저 살아내고 있는 듯 했다. 그 와중에 아이들은 잘 놀고 해맑다.
보호받지 못하고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어른들의 세계에 눌려 어둡거나 주눅 들지 않는다.
마치 모든 것을 다 안다는 식이다. 자기만의 방식을 미이 터득한 것일까. 적당히 모른 척하고 어른들이 뿜어내는 어둠의 기운을 선별해서 흡수하는 듯하다.
여기서도 무니를 홀로 키우는 어린 엄마가 어디서도 지원을 받지 못하자 해서는 안될 생계활동을 하게 되어 친구가 경찰에 고발을 하게 된다. 아동보호소에서도 나와 모녀를 갈라놓으려고 하는데 어린 엄마 역시 기회를 잃은 사회의 피해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둘을 갈라놓는 게 정답일까 고민하게 만든다.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단편적인 사건만 해결한다고 디즈니 근처에 사는 아이들이 디즈니에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들을 적당한 거리에서 보호하려 마음 쓰는 모텔 관리인(웰렘 데포)처럼 누군가, 사회 어딘가는 이들을 지켜봐 주고 있어야 하는데.


" 내가 왜 이 나무를 좋아하는지 알아? 쓰러졌는데도 자라나기 때문이야 "


무니의 이 말이 가슴팍에 아프게 꽂힌다.

무니가 엄마와 마지막 식사를 하는 장면에서 "그래 이 맛이 인생이지 " 하며 해맑게 웃었다.

아이러니한 상황에 코끝에 피가 몰렸다. 누가 이들을 보호해줄 수 있겠어. 우가 어린 엄마를 함부로 욕할 수 있나.

마지막 장면에서 숨이 가빠 큰일 날 뻔했다. 무니와 친구가 전속력으로 디즈니를 향해 달리는데 나도 아이들과 함께 뛰는 것 같았다.

귀 기울이는 한해. 놓치지 않는 한해. 40대 중반으로 들어선 나에게 주어진 과제일지도 모르겠다.

코로나로 우린 연결되었다는 확신.

그것만은 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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