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덩이를 건너는 가장 멋진 방법은 정면돌파!

그림책 <웅덩이를 건너는 가장 멋진 방법>

나의 유년 기억이 생생한 그쯤부터 돌이켜보건대 어린 시절의 난관이라고 새겨진 경험은 많지 않다. 아빠의 교통사고와 엄마의 잦은 지병, 이 정도 기억을 가지고 있고 우리 집은 그리 풍족하지고 모자라지도 않은 상태의 생활 살림살이였던 것 같다. 33살, 결혼 이후에도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받았다는 자부심도 있고 큰 굴곡 없이 지내왔다. 물론 어려움은 있었지만 대체로 이겨냈다.

그러나,

살면서 이렇게 걱정을 켜켜이 쌓아놓은 적이 있었던가?

요번 주 도서관 그림책 모임에서 소개할 책을 찾던 중 이 그림책을 뽑아놓고서는 한동안 계속 읽었다. '웅덩이'라는 단어에 꽂힌 걸까. 아이는 웅덩이를 건너려고 안간힘을 쏟는데 그 모습이 마치 나와 같았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안간힘은커녕 큰 웅덩이 앞에 걱정만 하고 있는 내가 떠올랐다.

어찌할 수 없는 팬더믹이라.



아이는 무려 아홉 가지 방법을 생각해내고 있지만 나는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 아이가 생각해 낸 방법들이란 것이 어른이라면 눈길조차 주지 않는 방법이지만... 아이는 커다란 개를 타고 웅덩이를 건너는 방법도 알려준다.

SE-07cbc1b5-1a7a-4f88-bcd8-5656cc015625.jpg

그네가 맨 위를 찍고 내려올 때 펄쩍 뛰어내리는 방법도 사랑스럽다. 작은 아이가 보더니 '난 이 방법이 재미있을 것 같네' 한다. 너희들은 재미있는 방법을 찾는구나. 엄마는 쉬운 방법만 찾고 있는데.

아이는 비가 그치자 반짝이는 구두와 새 옷을 입고 나왔는데 어쩌면 좋아. 결국 웅덩이에 빠진 거다.


어라. 그런데 신났어. 그냥 너무 신나서 첨벙첨벙되는 거야.

" 그 순간 나는 깨달았어.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는 걸!"

웅덩이를 건너는 방법이 분명 또 있을 것이지만 아이는 잘 건너는 방법은 다음에 배우기로 하였다.

그림책이 건네는 우문현답인가.

'어떻게 하면 쉽게 웅덩이를 건널 수 있을까요?' 하고 어른이 물었더니

'그냥 상황에 나를 맡기고 흠뻑 도전해보면 어때요? ' 하고 아이가 답해주었다.

얘들아 지금 웅덩이가 너무나 커서 지구 상의 모든 어른들은 우왕좌왕하고 있어. 너희들 말처럼 도전하기가 쉽지 않구나. 그림책과 대화를 하면서 나는 또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버린다. 그렇지만 일 년 동안 팬데믹 안에서의 삶을 살아냈는데 언제까지 물러서기만 할 것인가.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뭐라도 하는 게 맞다.

우리는 이미 웅덩이에 빠졌다.


책에서 아이가 엄마에게 이끌려 들어간 목욕탕 커다란 욕조에서 방긋 웃는다.

' 난 이미 신나게 놀았거든! '

그래, 분명 우리도 그럴 날이 올 거다 그렇게 되어야 하겠지.

SE-6891815b-4718-4bf0-8506-dafb28d7d2ce.jpg


SE-e7cced2a-aace-4ef3-aa4d-3dc6daaab2a6.jpg
SE-738e47f6-72ca-4fb3-9b9c-5c0730169b07.jpg




<웅덩이를 건너는 가장 멋진 방법> 수산나 이세른 글/ 마리아 히론 그림

이전 09화골덴바지 블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