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왕이 되고 싶다

그림책 <내 안에 내가 있다>

지역의 도서관에서 그림책 모임을 하고 있다. 우리 책방에서도 오랫동안 해왔지만 코로나로 다시 시작할 원동력을 상실한 뒤 책방지기도 모임이나 손님 없이 혼자 그림책을 만나고 있었다.

도서관에서 다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싶다고 하셔서 반갑게 참여하고 있다.

멤버들이 일 년 사이 탈퇴를 해서 성실 멤버 3명이지만 힘을 내본다.


<내 안에 내가 있다>가 나오자마자 멤버들과 나누고 싶어 책을 챙겨갔다. 그날 또 다른 멤버가 가슴에 뜨거운 것을 뱉어내게 해 준 책이라며 이 책을 가져오셨다. 우린 함께 읽었고 가슴속 형용할 수 없는 뜨거운 감정을 또 느꼈다.

그림책을 붙잡고 있으면 울 일이 많다. 그림책은 은유의 매개체이기도 하며 낭독의 힘도 가지고 있다

내 안에 검은 것이 불쑥 튀어나와 이름 지어주지 못한 감정의 파도를 일으킨다.

작년 노른자 그림책 동아리 <심미안>에서 루크 북스 전집에 있던 이 책을 한 선생님이 낭독해주셨는데 우리 모두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강렬한 역동에 흔들렸었다. 그래서 내가 총대를 메겠다고 출판사에 전화를 여러 번 했었는데 결국 별도로 구입할 수 없어 개똥이네를 뒤져 전집을 산다고 멤버들이 난리를 쳤었다.


화제의 책을 바람의 아이들에서 이렇게 신혜원 선생님 번역으로 단독 출간해주셔서 반가웠다.

아직도 '키티 크라우더 '그림책은 어렵다. 최근작 <서부시대>는 굉장한 피로감마저 주는 그림책이라

이걸 붙잡고 어쩌지 못하는 나였다. 해석들을 찾아보며 '키티 크라우더' 작가님 한번 만나고 싶다는 강력한

소망이 하나 생겼다. 그림의 해석이 더 어렵다.

물론 이 책의 글 작가는 '알렉스 쿠소'다

( 알렉스 쿠소는 샤를 시리즈로도 유명한 이야기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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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에 씌여진 "이겨 낼 때마다 꽃 한 송이가 피어난단다"는 내 안에 괴물과 싸워 이기라는 아들에게 보내는 헌사다.

내 안에 항상 내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어느 날, 내 안에 나를 발견했는데 내 안에서는 내가 왕이 아니었다.

난 내 안에 있는 괴물과 물 수제비 싸움에서 이겼고 이긴 내가 괴물을 먹어버리면 되는 것이었지만 선택하지 않았다. 다시 나타나는 괴물. 그 괴물과 정면 승부하기로 마음먹고 괴물 안으로 들어간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힘껏 외친다. 소리를 지르고 난 뒤 괴물의 머리 위에 구름을 발견한다.

그 구름의 실체를 알아내고 난 뒤 비로소 나는 꽃과 꿀이 가득한 곳의 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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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이루는 많은 것들과 내 안에 숱하게 많은 나를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왔다.

전지적 위치에서 아래를 보니 괴물 속에도 동굴 속에도 모두 구름이 있다.

우리가 만드는 수 없이 많은 구름의 실체를 푸는 것이 온전히 내가 나를 지배할 수 있는 비밀의 열쇠인 것.

침묵, 함구하지 말고 말하라고 한다. 적극적으로 나로 살아가라고 작가는 이야기하는 것 같다.

어떠한 글보다도 강력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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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라고 추상적으로 생각했던 것을 작가는 실체가 있는 마음으로 시각화한 것도 재미있다. 따뜻한 피가 흐르고 근육과 장기가 있는 실체로 나타내었다. 내 안에 나를 이루고 있는 많은 것들.

장기 여기저기에 붙어 있는 '나'를 통합하는 과정은 스스로 괴물에 잡아먹힐 만큼 고통스럽고 희생적인 것이다.


나는 준비가 되어 있을까 자문해보았다.

아직도 먼길이라고 생각되지만 그림책을 만나며 돌아보는 과정은 조금씩 나에게 희망적이다.

아. 그림책이 있어서 다행이다.

오늘도 아이와 씨름하며 장기에 붙어있는 괴물이 밖으로 튀어나왔더랬다. 돌아서서는 <내 안에 내가 있다>를 읽으며 그럼에도라고 생각해본다. 그럼에도 가야 할 길이 있고 그럼에도 나는 '다정하고 바른 엄마'이고 싶다.




" 내 안에 누군가 있다.

나를 잡아먹으려 하는 괴물.

우리는 둘 다 말이 없고,

내 입은 비밀을 풀어야 열리는 문이다.

그러나 사방을 헤매어도 비밀은 없다.

찾은 것은 공허뿐.

이제 남은 곳은 하나, 비밀이 내 안에 없다면 괴물 안에 있다.

나는 괴물을 찾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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