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그림>은 지난 7월에 출시된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단순하고 직설적인 제목과 흥미로운 홍보 문구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과연 진짜로 재미있을까? 이 글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이다.
유튜버의 소설
책날개에 소개되었듯이 작가 우케쓰는 일본의 한 유명 유튜버이다. 장르는 오컬트나 미스터리로, 9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모자랐는지, 책을 두 권이나 출간했다.
첫 책이 우리나라에도 번역된 <이상한 집>으로,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소설이 원작인 영상은 많아도 반대의 경우는 잘 없는데바로 그 드문 케이스다.
그래서인지 <이상한 집>은 충분히 스릴 있었지만 소설로서의 완성도는 높지 않았다. 언뜻 봐서는 정상이고 잘 뜯어보면 기괴한, 이상한 평면도를 발명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했지만 풍부한 서사를 기대하긴 어려웠다.
그런데 놀랍게도 두 번째 작인 <이상한 그림>은 같은 사람이 쓴 글이 맞는지 의심될 만큼 향상된 필력을 보여준다. 심리묘사에 훨씬 공을 들였으며 구성도 입체적이다. 이 정도면 전작과 달리 처음부터 소설로 발표할 생각으로 쓴 걸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니 유튜버가 쓴 소설이라고 편견부터 가질 필요는 없다.
사이코는 누구인가
이 책을 읽을 때는 두 가지 과제를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하나는 당연히 ‘이상한 그림’이 뜻하는 바를 밝히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사이코패스’가 누구일지 맞히는 일이다. 왜냐하면 소설 전체가 한 사이코패스의 비뚤어진 욕망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정체가 밝혀지고 범행의 동기가 드러나는 순간 독자들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범인의 정신세계가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그릇된 가치관으로 물들어있기 때문이다. 소름이 끼칠 정도의 괴상함이다.
범인의 행동에 조금이라도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는지, 그가 태어날 때부터 사이코였을지 아니면 주위 환경의 산물인지 고민하며 읽어보자. 한층 심도 있는 독서를 즐길 수 있다.
그림이 하는 말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제목 값을 한다. 그림에 얽힌 수수께끼를 독자가 알아내기란 매우 어렵고, 풀이 과정의 서스펜스도 꽤 괜찮으며, 해답이 밝혀지는 순간의 충격도 상당하다. 그림의 비밀을 고안한 것 자체가 대단해 보인다.
그러나 그림이 범인을 밝히는 결정적인 단서가 되는 부분에서 설득력이 부족하다. 즉 그림이 그때 그렇게 그려질 수밖에 없었던이유가 약간 억지스럽다. 이는 본격 추리소설이 아닌 본 작품의 한계라고 할 수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치명적인 단점도 아니다. 이 책의 주요 셀링포인트는 완벽하게 빈틈없는 트릭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상한 그림>은 엄밀히 말해 추리물보다는 스릴러에 더 가깝다. 사건의 진상이 드러날수록 스릴러물의 느낌이 강해진다. 공포, 그중에서도 ‘인간’에 의한 공포를 강조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그러므로 독자는 조목조목 개연성을 따지기보다는 막연하게 두려움을 느끼는 편이 더 낫다.
종합해봤을 때 <이상한 그림>은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며 분량도 그다지 많지 않아 두 시간 정도면 완독할 수 있는 책이다. 너무 가볍지 않으면서도 심각함은 덜어내, 감정이입의 부담도 덜하다. 어느새 완연히 선선해진 요즘, 더위의 마지막을 이 소설과 함께 보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