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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온 Mar 10. 2023

전래동화와 본격 미스터리의 완벽한 퓨전

일본 추리소설 ‘시체가 있었습니다’ 시리즈 서평

- 스포일러 없습니다 -     


이번에 다룰 아오야기 아이토의 전래동화 미스터리 시리즈 3부작은 최근 출간된 추리소설 중 단연 독보적인 완성도를 자랑한다.     

이미지 출처 : YES24

시리즈 구성은 이러하다.    

 

1권은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

2권은 <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

3권은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역시 시체가 있었습니다>     


1권과 3권은 일본의 전래동화를 추리소설로 각색한 것이고, 2권은 서양의 유명 동화를 역시 미스터리로 꾸민 것이다. 권마다 여섯 개 정도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서로 연관되는 부분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1) 동화의 정체성을 놓치지 않다


미스터리의 성격을 강하게 지니고 있으나 동화로서의 특색 역시 놓치지 않은 것이 이 시리즈의 강점이다. 갖가지 의인화된 동물들과 초자연적인 설정은 이야기의 뿌리가 동화라는 것을 잊지 않게 한다. 일본의 전래동화라고 해서 낯설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등장인물의 유형이나 줄거리가 우리나라의 그것과 꽤 비슷하기 때문이다.     


2) 참신한 트릭과 정연한 논리


 본격 미스터리의 꽃은 단연 트릭과 논리다. 이 시리즈에서는 동화에서 볼 수 있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이용한 매우 참신한 트릭들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1권 중 바닷속을 배경으로 한 작품의 트릭은 온갖 추리소설을 다 읽어본 나도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훌륭했다.

 추리 과정도 본격 미스터리답게 매우 논리적이고 복선도 치밀하게 깔려 있어서, 독자에게 공개되지 않은 단서로 사건을 해결하거나, 진상이 너무 터무니 없다거나 하는 일이 없다.     


3) 1과 2의 완벽한 융합


 앞서 말한 동화로서의 성격과 본격 미스터리로서의 정체성은 사실 완전히 정반대되는 특성이다. 왜냐하면 동화는 상대적으로 플롯이 단순하고 비합리적인 설정도 용인되는 반면, 본격 미스터리를 쓸 때는 극도로 정교하고 세심한 플롯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느긋한 동화와 빡빡한 추리소설의 결합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마치 물감과 물감이 섞이듯 자연스럽고 절묘하게 해내는 작가의 구성력이 대단하다.     


 그렇다면 세 가지 작품 중 어떤 것이 가장 뛰어날까. 나의 취향과 판단으로는 1권이다. 3부작 모두 앞서 말한 장점들을 다 가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1권이 역시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2권은 대단히 재미있고 특히 맨 마지막 단편이 3부작 전체를 통틀어서도 최고로 꼽을 수 있을 만큼 큰 스케일에 훌륭한 만듦새를 자랑하지만, 가장 중요한 빨간 모자의 캐릭터에 공감하지 못할 요소들이 있다. 3권은 첫 번째 단편이 상대적으로 예측가능한 트릭에 범인을 맞추기도 쉽게 쓰여서 조금은 덜 정교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앞의 두 작에 비해 등장인물들이 훨씬 더 입체성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 책들을 서점에서 본다면 알록달록 예쁜 표지와 작은 판형 때문에 가벼운 흥미 위주의 이야기일 것이라 짐작하기 쉬우나, 보기와 달리 진중함을 갖춘 작품성이 뛰어난 소설들이다. 재미있는 추리소설을 찾는 이에게 반드시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역자 후기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시리즈의 4권이 연재를 마치고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고 하던데, 어서 우리나라에도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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