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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온 Oct 04. 2023

그대가 들려준 CD는 Love Letter

Merry Chri (보아)의 추억

1

 S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면 언제나 밤 열 시가 넘어 있었다. 우리는 서늘한 밤공기를 가르며 차를 달리곤 했다. 나는 S와 함께하는 드라이브가 좋았다. 블루투스 기능조차 없는 2009년생 아이써티는 그러나 소박하고 아늑해서, 핸드폰에 AUX선을 연결하는 불편함조차도 일종의 낭만이었다.

     

 내가 틀어준 메리 크리를 듣고 S는 너무 좋다며 감탄했다. 이 유명한 노래를 여태껏 몰랐단 말이야? 나는 이마에 잔뜩 힘을 주어 주름을 만들었다. 그러나 S는 나를 통해 알게 된 그 곡을 나보다 더 좋아했다.

      

 그는 매일 같이 메리 크리를 들으며 나를 집에 데려다주었다. 언제나 한쪽 무릎을 운전석 위에 당겨 세운 자세로 운전하는 것이 신기했다. 다리를 그렇게 올리고 운전하면 불편하지 않아? 아니야, 이게 제일 편해. S가 활기차게 답하며 콧노래를 불렀다. 그 옆모습은 내가 생각하는 그의 가장 정다운 얼굴이었다. S가 운전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나중에야 알았다.

    

 7년이 지난 후, 보아의 라이브를 들을 기회가 왔다. 나의 우상은 팬들을 향해 말했다.

 “저에게도, 여러분에게도 가장 소중하고, 그래서 언제나 잘 부르고 싶은 노래예요.”

 혼신의 열창에 눈물이 날 것 같은 마음으로 S를 떠올렸다. 같이 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너무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아이처럼 기뻐했을 텐데.

     

 이상하게도 특유의 무릎을 세운 자세로 차를 모는 모습은 못 본 지 오래되었다. 어쩌면 안전을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이 노래를 들으면 연인 S가 선명히 떠오른다. 음악이 여전히 스물아홉과 서른둘의 추억을 머금고 있는 덕분이다.

     

 짐작했겠지만, 지금 그는 내 아이의 아빠다.


2

 

 메리 크리는 보아가 일본에서 발매한 곡인데요, 한국어로 번안된 버전도 있어요. 남편도 우리말 노래를 더 좋아하고 독자분들이 들으시기에도 그 편이 나을 것 같아 라이브를 찾아보았는데, 잘 없더라고요. 대신 우리말 자막이 삽입된 영상을 링크해봅니다. 글 제목으로 쓴 구절은 가사의 한 부분이에요.

     

 영상 초반에 팬들이 불러주는 노래를 듣고 눈물 흘리는 보아가 나와요. 뒤이은 라이브도 아주 훌륭하답니다.

    


3

 다음은 마피아 악보(https://www.mapianist.com/) 에서 마피아 악보팀이 제작하신 악보를 제가 구매하여 연주해 본 것입니다. 손만이라도 나오게 영상을 찍어보고 싶었지만, 장비도 없고 결정적으로 손이 별로 안 예뻐서 포기했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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