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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온 Dec 08. 2023

라이즈(RIIZE)는 남자아이돌 원탑이 될 수 있을까

어제 갑작스러운 울적함에 휩싸인 이후 난 결심했다. 눈치 안 보고 브런치에 마음껏 아이돌 글을 쓰기로.

      

글 쓰는 사람은 독자를 최우선으로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에 여태껏 이 주제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는 지양해 왔다. 브런치에는 이런 종류의 글을 반길 분이 그다지 많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사랑하는 팀이 큰 전환기를 앞둔 지금, 답답하고 슬퍼서 도저히 못 참겠다. 쓰고 싶은 대로 다 써야 마음이 풀릴 것 같다. 브런치가 원하는 책에 준하는 기획, 문학적인 글쓰기, 전문성 있는 내용에 대한 욕심도 다 내다 버리고 내키는 대로 쓰려고 한다.

     

주된 대상은 SM엔터테인먼트에 속한 팀들이지만 간간이 타 소속사의 아이돌도 등장할 예정이다. 오늘은 SM이 무려 7년 만에 선보인 신인 보이그룹, 라이즈에 대해 얘기해 보겠다.

     



라이즈(RIIZE) : 지난 9월에 데뷔한 신인, 6인조

(7인조로 출발했으나 여러 사정으로 인해 현재는 6인조임)

     

특기할 점 및 간단한 소개

     

1. 유명 뮤지션인 윤상의 아들이 멤버로 속해 있다. 이름은 앤톤(Anton, 한국 이름은 이찬영). 2004년생.

     

앤톤은 윤상이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태어났으므로 미국, 한국 복수국적 소유자다. 아버지와 어머니(배우 심혜진)을 쏙 빼닮은 훈훈한 외모와 특유의 웅얼거리는 듯한 귀여운 말투로 인기몰이 중.


     

아버지의 음악적 유전자까지도 닮았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왜냐면 앤톤은 미국에서 16세까지 음악가가 아닌 수영선수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지금 팀에서 노래와 춤이 돋보이는 포지션을 맡고 있진 않다. 윤상도 아직 아들의 파트가 아주 적다며 겸손한 발언을 하였다.

     

2004년은 윤상이 SM에 곡을 줬던 시기로, 그중 나는 보아 4집의 <그럴 수 있겠지...!?>라는 곡을 기억한다. 참 좋아한 노래인데 그 즈음에 앤톤이 태어났었다니, 그가 새삼 얼마나 어린지 실감난다. 그런데도 성인이라는 게 더 믿기지 않는다.

     

2. 비주얼 센터이자 메인 댄서로 ‘원빈’이라는 멤버가 있다. 2002년생이고 원빈이라는 이름은 본명이다. 성은 박씨이고 무려 내 고장 울산 출신이다. 난 깜짝 놀랐다. 울산에 저런 인재가 있었다니. 그의 고향인 천상리에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이름이 부담스러울 것 같지만, 실제로 본인도 그렇게 말했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원빈도 존잘이거든. 20대 시절 안정환을 닮았다는 평이 많다. 학생 시절부터 잘생긴 얼굴로 유명했는지, 인스타 사진을 본 SM에 의해 캐스팅된 케이스다. (요즘엔 인스타 캐스팅이 성행한다. 걸그룹 에스파의 리더 카리나도 같은 경우다)


     

능력도 출중해서 춤을 대단히 잘 추고 센터로서의 무대 매너와 카리스마가 돋보이며 노래도 꽤 한다. 가끔 자체 콘텐츠에서 사투리를 쓰면 딱 우리 동네 말투라서 신기하다.

 

3. 한때 NCT에 속해 있던 멤버가 두 명 있다. 성찬(2001년생)과 쇼타로(2000년생)인데 올해 SM에 큰 변화가 일어난 이후(경영권 분쟁) NCT에서 탈퇴하고 라이즈로 새로 데뷔했다.


      

왼쪽이 성찬, 오른쪽이 쇼타로



성찬은 꽃미남으로 유명한 멤버이고 쇼타로는 압도적인 춤 실력을 자랑하는 메인 댄서다. 특히 쇼타로는 엔시티로 데뷔했을 당시 매우 비판적이었던 팬 여론을 단숨에 뒤집을 만큼 걸출한 춤 솜씨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원래 일본에서 댄서로 활동했었기 때문이다.

     

쇼타로의 데뷔곡인 <Make A Wish> 직캠은 몇 년이나 먼저 데뷔한 멤버들을 다 제치고 엔시티 내에서 직캠 최다 조회수 신기록을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 그 영상의 조회수는 무려 781만이다. 그 곡에서 쇼타로는 목 아이솔레이션이라는 댄스의 기본기에 해당하는 단순한 동작을 독특하고 멋지게 표현해, 수많은 팬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4. 메인보컬 소희는 2003년생. 남자 이름으로는 특이하지만 이 역시 본명이다. SM이 선호하는(그리고 내가 무척 좋아하는) 스타일인 미성 보컬로 곡의 퀄리티를 높이는데 기여 중. 춤도 잘 춰서 종합적인 능력치가 훌륭하다.


     

마지막으로 2001년생 은석은 SM 그룹에 한 명씩은 꼭 있는 정석 미남이자 배우상 멤버. 근데 춤 잘 추고 노래도 괜찮게 한다. 차가운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4차원스러운 언행으로 예능에도 소질이 있어 보인다. 팬들은 원빈, 성찬, 은석 중 누가 라이즈의 최고 비주얼인지 갑론을박하는 듯. 저 세 명 정도 되면 그냥 취향 차이다.




          

이런저런 생각

     

확정된 라이즈 멤버들을 처음 봤을 때 든 생각은, SM이 이를 갈았구나, 였다. 유명한 아버지를 둔 앤톤, 엔시티 시절의 인지도를 등에 업은 성찬과 쇼타로까지 포진한 데다 완전한 비공개 멤버였던 원빈의 능력과 매력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팀의 컨셉이 그들의 성공을 확신하게 했다. 라이즈는 정식 데뷔 전부터 인스타로 멤버들의 일상 사진을 공개했는데, 팬들 사이에서는 꼭 여자 뉴진스를 보는 것 같다는 말이 많이 나왔다. 그만큼 ‘꾸안꾸’그 자체인 사진들이었다. 아주 내추럴한 의상과 헤어, 표정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이면에 고도로 세련된 스타일링이 숨어있다는 뜻이다.

      

난 그들의 컨셉이 이렇다면 데뷔곡은 요즘 유행하는 이지리스닝 류의 음악일 것이라고 추측했고, 그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Get A Guitar>는 그간 SM 가수들에게서 보기 힘들었던 편안하고 가벼운 노래였고, 대중의 취향을 저격했다. 곡은 음원 차트 10위 권까지 오르는 놀라운 성적을 거뒀으며(지금은 남자아이돌의 음악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절정에 달한 시기이므로 차트 상위권은 거의 여자아이돌이나 솔로 가수들이 차지한다. BTS나 세븐틴 같은 탑 오브 탑 외에는...) 첫 미니앨범은 백만 장이 넘게 팔렸다. 갓 데뷔한 신인이 처음으로 낸 앨범이 밀리언셀러에 등극한 것이다.

      

그러나 <Get A Guitar>는 대중의 취향일지는 몰라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비트가 강한 음악을 좋아하는 내게 이 곡은 좀 밋밋하게 느껴졌다. 난 SM이 시류에 휩쓸려 소신을 포기한다고 생각하고 실망했다.

    

그런데 두 번째 싱글인 <Talk Saxy>는 웬일로 그들이 늘 하던, 약간은 어려운 스타일로 돌아온 게 아닌가. 승승장구했던 <Get A Guitar>와 달리 <Talk Saxy>는 음원차트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나는 좋았다. 유후.

     

라이즈를 얘기하면서 퍼포먼스 <Siren>을 빼놓을 순 없겠지. 그들은 데뷔곡보다도 먼저, <Siren>이라는 노래에 맞춘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아래의 영상(1분이 조금 넘음)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격하고 어렵다 못해 무릎 관절이 걱정될 정도의 안무다. 20대 초반의 창창한 멤버들조차 이 춤은 너무 힘들어서 하루에 일정 횟수 이상은 못 춘다고 한다.





근데 격렬한 만큼 멋있긴 무지 멋있다. 특히 각각 도입과 결말을 책임지는 두 댄스 담당 원빈과 쇼타로의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이미 유튜브에 무수한 커버가 올라와 있고 최근 모 시상식에서도 훌륭한 공연을 선보인 바 있다.

     

그런데 앞으로 SM이 라이즈를 어떤 그룹으로 키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Get A Guitar>의 성공에 고무되어 계속 이지리스닝을 밀고 나갈 줄 알았는데 바로 노선을 바꾼 걸 보니 뭐라 짐작하기가 힘들다. 공식홍보자료에 따르면 ‘이모셔널 팝’이라는 장르를 추구한다지만 그런 음악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정의하기 나름이라, 아직 이 팀의 방향성이 확고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라이즈를 남자아이돌 5세대로 친다면 가장 큰 라이벌은 역시 엠넷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결성된 제로베이스원과, 하이브의 보이넥스트도어인데, 이 세 팀 중 최종 권좌를 차지하는 건 누가 될까? 얼마 전 열린 MMA(멜론 뮤직 어워드)에선 라이즈와 제로베이스원이 공동신인상을 탔다. 현재로선 두 팀이 엇비슷하게 앞서나가는 모양새인 듯하지만 어찌 될지 모르지. 나중엔 하이브의 보이넥스트도어가 우세를 보일 수도 있다. 투바투(투머로우 바이 투게더)를 이렇게 키워놓은 기획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엑소를 마지막으로 이제는 SM이 보이그룹의 원탑을 배출하는 일이 없을 지도 모르겠다. 보아하니 제로베이스원에도 출중한 멤버들이 많아 쉽지 않다.

      

SM 내에서는 최고 인기그룹의 위치를 아직 엔시티 드림이 차지하고 있는데 언제 라이즈로 세대교체가 될지도 궁금하다. 드림이 워낙 어릴 때 데뷔해 놔서 여전히 20대 중반으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회사가 엔시티127을 어떻게 대우할지도 미지수다. 제발 입대한 멤버를 제외하고라도 자주 활동시켰으면 좋겠지만, 꼭 팬들 마음대로 되라는 법이 없으니.

     

라이즈 멤버들이 잘한다 해도 127의 보컬, 랩과 대등한 수준까진 아니라서 더 걱정이다. SM이 어서 내 귀를 만족시킬 명곡들을 속속들이 뱉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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