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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온 Dec 09. 2023

SM 메인보컬 계보와 잡담 - 1

SM은 소위 4대 기획사라고 불리는 엔터테인먼트 회사 중에서 보컬 풀이 가장 좋기로 유명하다. 오늘은 그들이 배출한 그룹의 보컬 1등을 담당한 멤버들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1세대부터 죽.

    

H.O.T : 강타

    

1세대 아이돌 음악은 메인보컬 한 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는데 HOT도 그랬다. 전통적인 의미의 가수라고 할 만한 실력을 가진 멤버는 다섯 명 중 강타가 유일했다. 그는 물론 발라드도 잘 부르지만, 난 댄스곡에서 강타가 보여준 찰지고 리듬감 있는 보컬을 참 좋아했다.

 

그래서 아직도 <캔디>의 후렴구를 강타가 아닌 토니 안이 맡은 사실에 아쉬움이 남아 있다. 작곡가 장용진이 그 파트를 토니가 하지 않으면 곡을 안 주겠다며 강력히 밀어붙였다는 후문인데, 그 의도 자체는 이해한다. <캔디>는 모두가 알다시피 서툴고 치기 어린 사랑 노래이므로 능숙한 강타보다는 풋풋한 토니의 목소리가 더 어울린다는 판단이었겠지. 그치만 난 대체로 느낌보다 스킬을 중요시하는 편이라서, 강타가 불렀어도 좋았을 거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S.E.S : 바다

     

SES가 해체한 지 2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SM에서 바다를 능가할 만한 여성 보컬이 나오지 않은 건 대단한 일이다. 그래도 태연 정도면 그녀에 근접한 듯하지만 완전히 능가했다고 볼 수는 없다. 이수만이 학비까지 다 내주며 그녀를 캐스팅하려고 공들였다는 일화는 지금의 어린 팬들에게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바다 보컬의 가장 큰 장점은 톤의 변화무쌍함이다. <너를 사랑해>의 귀여움, <Dreams Come True>의 사이버틱함, <Be Natural>의 도도함, <꿈을 모아서>의 청량함, <I Will>의 간절함이 모두 다 바다의 것이다. 카멜레온처럼 자유자재로 변하는 그녀의 음색 덕에 SES의 많은 명곡이 탄생할 수 있었다.

     

바다는 음역도 매우 넓어서 <Rain>의 초저음이나 <감싸안으며>의 초고음을 모두 탁월하게 소화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그녀의 보컬은 1집부터 흠잡을 데가 없는 완성형이었다.

      

지난 2021년 바다는 후배 그룹인 에스파의 메가히트곡 <Next Level>을 커버하여 공개함으로써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나와 비슷하거나 위인 연배부터 SES의 음악을 잘 모르는 10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찬사를 받았다.

     

특히 랩이 끝나고 유영진의 시그니처 멜로디가 등장하는 순간, 시원하게 터지는 보컬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유튜브 댓글란은 온통 그 파트의 칭찬으로 도배되었다. 그 중엔 슈퍼주니어의 신동도 있었는데 그는 바다 팬으로 유명한 팀 동료 려욱에게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얼마 후 진짜 려욱이 등장해 선배 가수를 향한 팬심을 잔뜩 쏟아놓고 갔다. (그런 려욱도 슈퍼주니어의 메인보컬이다.)

          

신화 : 신혜성, 김동완

     

신화의 투탑 보컬인 신혜성과 김동완의 목소리는 에릭의 랩과 함께 팀의 음악을 상징하는 존재다. 두 사람의 노래 실력엔 큰 차이가 없었지만 김동완이 무대공포증(녹음 공포증이었을 지도. 내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이 있었던 탓에 신혜성이 대표 보컬을 맡았다고 한다.

     

신혜성의 앙칼지게 도드라지는 미성과 김동완의 부드럽고 안정적인 음색은 신화의 음악을 풍성하게 해주었다. 둘은 가장 중요한 파트를 번갈아 맡으며 가수로서 전혀 손색없는 가창력을 선보였다.

    

그런데 이 양대 산맥은 반대로 춤에서는 양쪽 가장자리 담당이었다. 극악의 난이도로 유명한 신화의 <너의 결혼식> 안무를 짠 사람이 다름아닌 멤버 이민우였는데, 신혜성이 춤을 배우다 화가 난 나머지 이민우의 멱살을 잡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신화뿐 아니라 그 시절엔 춤과 노래가 다 최상위인 아이돌이 거의 없었다.

     

딴 얘기지만 신화는 천하의 장난꾸러기 악동 개그맨 그룹으로도 유명했다. 오죽하면 슈퍼주니어가 한창 말썽부리고 다닐 때 매니저가 ‘이 신화 같은 것들’이라는 발언을 했을까.

     

그러나 이후에 데뷔한 SM 남돌들은 상대적으로 좀 얌전(?)했던 탓에 신화의 개그 계보를 잇진 못했다. 심지어 엔시티는 노잼시티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애들이 I가 많아서 그렇지 자기들끼리 있으면 참 잘 노는데...ㅠㅠ)

    

현재 가장 재미있고 똘끼 넘치기로 소문난 아이돌은 BTS와 세븐틴이 아닐까. 저 두 팀의 자체 콘텐츠는 얼마나 웃긴지 타 팀 팬도 일부러 찾아볼 정도다. 세븐틴은 회사가 음악보다 개그를 더 가르치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산다. (물론 그들은 노래와 춤에도 능하다) 이 순위는 인기 순위와도 정확히 일치한다.

     

Fly To The Sky : 환희와 브라이언

     

플라이 투 더 스카이는 아이돌로 출발했으나 훌륭한 보컬 듀오로 성장했다. 둘 중 순수 가창력이 더 뛰어났던 건 환희지만 브라이언도 노래를 아주 잘했다. 난 언제나 환희의 진하고 두꺼운 보컬보다 브라이언의 곱고 예쁜 목소리가 더 좋았다. 둘의 상반된 음색은 서로를 완벽히 보완했다.

     

그래서 난 <가슴 아파도>라는 노래를 들을 때 언제나 둘이 같이 부른 버전을 선호한다. 환희 솔로는 좀 느끼하고 브라이언 솔로는 힘이 약간 부족하게 느껴져서다.

     

그들이 탈 SM 이후 발표한 곡들도 다 좋지만, 아이돌 시절 음반에도 명곡이 많았다. 특히 <Sea Of Love> 같은 노래는 유영진의 필생 역작이라는 평까지 들었다. 그러나 요즘엔 플라이 투 더 스카이가 SM 출신이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있으니 격세지감이다.

      

보아

     

보아는 춤을 너무 잘 춰서 노래 실력이 묻혔다. 오늘날 일본에서 보아는 발라더로 더 유명하다. 대표 발라드로는 <Moon&Sunrise>, <Everlasting>, <Merry Chri>, <Winter Love> 등이 있는데 다 주옥같은 명곡이다.   

한국 발라드에도 좋은 곡이 많다. <늘>, <나무>, <My Prayer>, <옆사람>, <한별>, <Love and Hate> 같은 노래들이 대표적이다. 특히 <옆사람>은 김동률에게, <한별>은 김종완(NELL)에게 선사 받은 곡이며 <Love and Hate>는 보아 본인의 자작곡이다.

     

이렇게 발라드에 능한 그녀지만 보아 보컬의 진가는 역시 댄스곡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녀의 최신 음반들을 들어보면 이제 댄스곡에서는 거의 신의 경지에 올랐다는 생각이 든다. 리듬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능력, 곡의 맛을 살리는 극도의 섬세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특히 보아는 특유의 중저음이 너무 듣기 좋다. 일본에서 대성공한 싱글 <Listen To My Heart>는 그녀의 최대 매력인 중저음을 살린 대명곡이다. 한국 노래 중에선 <공중정원>을 필수 레퍼토리로 꼽을 만하다. 진성 고음은 약하지만 가성이 매우 아름다워, 가성이 키포인트가 되는 노래도 많다.

     

2010년 이후 보아는 창법을 크게 바꾸어, 발성이 훨씬 편안해졌고 음색도 트렌디해졌지만 비음이 강해졌다. <메리 크리>의 오리지널 버전과 2015년에 발표한 버전을 들어보면 차이가 극명하다.

     

동방신기 : 시아준수, 영웅재중

    

5인조 시절 동방신기는 아카펠라 그룹을 표방하고 나온 만큼 멤버들의 노래 실력이 고르게 좋았지만, 그중에서도 1, 2등에 해당하는 보컬은 단연 시아준수와 영웅재중이다.

     

시아준수는 음색이 굉장히 특이한데 가창력까지 매우 뛰어나서 뮤지컬 배우로서도 크게 성공했다. (듣자하니 뮤지컬계에서 김준수의 네임밸류는 탑 오브 탑이라고 한다) 그의 독특한 음색은 호불호가 갈리는 편인데, 나는 ‘호’다. 너무 좋다.

     

그는 춤도 기가 막히게 잘 춘다. 사람들은 동방신기의 메인댄서로 유노윤호만을 떠올리지만 시아준수도 만만치 않은 춤 실력의 소유자였다. 그가 너무 오랜만에 <주문(미로틱)>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이 유튜브 쇼츠로 올라왔었는데, 뒤늦게야 영상을 본 한 팬의 절규를 잊을 수 없다.

“아니 준수가 미로틱을 췄으면 재난 문자라도 보내줘야 될 거 아냐!”

     

영웅재중은 표준적으로 듣기 좋은, 호불호가 없는 목소리다. 그는 이후 SM 상이라고 불리는 비주얼의 전형을 확립시킨 외모로 유명하지만 음색도 잘생겼다. 김준수가 최근에 김재중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말하길, 연습생 시절 저렇게 생긴 사람이 노래를 저렇게 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고 했다.

     

미로틱의 도입부를 담당한 사람이 바로 재중으로, 숨소리 가득 섞인 창법으로 살짝씩 레이백을 주면서 능수능란하게 벌스(verse)를 소화하는 보컬 스킬에 할 말이 없어진다. 너무 맛깔 난다. 동방신기가 그 시절 SM이 회사의 사활을 걸고 데뷔시킨 최정예 그룹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뿐이다.

    

슈퍼주니어 : 예성, 려욱, 규현

  

슈퍼주니어 이후 SM은 다인원 그룹에 메인보컬을 3명씩 배치하는 전통을 만든다. 한 팀에 기성 가수급 멤버가 3명이나 있다는 사실은 나 같이 실력파를 좋아하는 팬들을 어마어마하게 매혹시켰다.

     

슈퍼주니어의 보컬 삼총사는 예성, 려욱, 규현으로, 모두 다르게 잘한다. 예성은 환희를 연상시키는 두터운 음색, 려욱은 하이톤의 카랑카랑하고 예쁜 목소리의 소유자이며 규현은 부드럽고 포근한 미성으로 유명하다. 저 셋의 실력은 우열을 가릴 수 없지만, 가장 내 취향의 목소리는 려욱이다.

     

삼인방은 이름 이니셜을 따서 슈퍼주니어 K.R.Y.라는 발라드 유닛도 결성했는데, 대표곡이 <푸르게 빛나던 우리의 계절>이다. 이 노래는 전주부터 전통 케이팝 발라드라는 느낌이 팍팍 난다. 옛날 발라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마음에 들어할 곡이다. 음색이 판이하지만 가창력은 공통적으로 훌륭한 세 명이 서정적인 선율을 번갈아 불러 무척 듣기 좋다. SM은 대체 저렇게 노래 잘하는 애들을 어디서 데리고 오는지 신기하다니까.

      

이 곡의 링크를 마지막으로 1편은 마무리 짓도록 하겠다. 2편 커밍 쑨. (아 그리고 서울 여행기 마지막 편도 커밍 쑨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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