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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온 Dec 12. 2023

SM 메인보컬 계보와 잡담 – 2

(1편에서 이어집니다)

    

소녀시대 : 태연

     

태연의 노래를 들을 때 떠오르는 단어는 딱 하나다. ‘만렙.’(게임 좋아하기로 소문난 태연이니 왠지 이런 표현도 싫어하지 않을 듯.) 모두가 알다시피 그녀의 노래 실력은 완벽하다. 팀에 티파니나 서현, 제시카(탈퇴 전) 같은 좋은 보컬이 있지만 누구도 태연에 범접하지 못한다. 괜히 바다 이후 SM 최고의 보컬리스트인 게 아니다. 게다가 솔로 아티스트로서도 대성공하여 현재 태연보다 윗급에 놓을 수 있는 여성 솔로는 아이유 정도밖에 없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보아와 태연을 보컬리스트로 비교하면 누가 더 우위인지 논하는 글을 봤다. 난 보아 팬이지만 솔직히 이건 태연 승리라고 본다. 태연이 모든 음역에서 더 편안한 소리가 나고 음색까지 더 좋다. 다만 중저음만큼은 보아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태연은 노래만 잘하는 게 아니라 아이돌에게 요구되는 모든 능력이 최상위다. 미모면 미모, 춤이면 춤, 끼면 끼, 예능감까지 전부 뛰어나다. 내가 SM 임원이라면 그녀가 우리 회사 소속이라는 사실에 감읍해 매일 업고 다닐 거다. (지금도 5초 정도는 업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너무 말랐다)

     

작년에 <INVU>가 나온 후 평론가들은 입이 마르게 그녀의 가창력을 칭찬했다. 그 쉽지 않은 곡을 어찌나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지. 노래를 고르는 안목도 훌륭한 그녀는 회사의 반대를 무릅쓰고 <INVU>를 타이틀로 밀어붙여 성공시켰다.

   

이제는 SM을 넘어, 소녀시대를 넘어 아이돌계의 거물로 떠오른 그녀를 보면 존경심이 생긴다. 나보다 어리지만 언니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다. (원래 성공했으면 다 언니다) 지금처럼 훌륭한 아티스트로 오랫동안 활동해 주길.

     

샤이니 : 故종현

     

예전에 SM 청소년 베스트 선발대회라는 게 있었다. 노래, 댄스, 외모, 연기, 개그로 부문이 나뉘는 이 대회는 경쟁률이 수천 대 일에 달했고, 부문별 우승자는 노래짱, 댄스짱으로 불렸다. (흘러간 유행어에서 이 회사의 연식을 짐작할 수 있다)

     

역대 짱 중에서 몇몇은 걸출한 연예인으로 성장했으니, 그 면면은 다음과 같다.

     

댄스짱 유노윤호

노래짱 최강창민, 천무스테파니, 태연

외모짱 이연희, 고아라, 동해, 강인

개그짱 신동

     

춤으로 유명한 천상지희의 천무스테파니가 노래짱에 입상한 것과 개그짱으로 뽑힌 신동이 눈에 띈다. 그리고 태연이 1등을 차지했을 당시 2등에 입상한 이가 바로 샤이니의 故종현이었다.

      

실력파 그룹인 샤이니에서도 종현의 보컬은 단연코 가장 빛났다. 다른 멤버들도 무척 노래를 잘해서 지금도 샤이니의 음악 퀄리티는 변함없지만, 스킬이 가장 훌륭했던 종현의 빈자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은 아니다.

     

내 취향의 보컬은 온유와 태민의 미성이지만 샤이니의 히트곡이 뿜어내던 파워풀하고 화려한 느낌은 분명 종현의 것이었다. <산소 같은 너>의 독특한 발성과 <셜록>의 강력한 고음, <재연>의 짙은 호소. 그의 목소리는 샤이니의 숱한 명곡 속에 영원히 살아 있다.

     

엑소 : 첸, 백현, 디오

     

난 엑소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 그들의 전성기는 내가 케이팝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시기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 3인방의 가창력이 저세상 급이라는 사실만은 알고 있다.

     

저들은 엑소가 아닌 어느 팀을 가도 1등을 차지할 실력이다. 그게 어려운 팀이라 해봤자 저~기 다른 회사의 비투비 정도 아니겠나. <으르렁>의 영향인지 멋진 퍼포먼스로 유명한 엑소지만 실상 그들을 보컬로 이길 만한 팀은 거의 없다.

     

난 <MAMA>에서 디오와 백현이 선보이는 애드립의 향연과, 디오와 첸이 번갈아 부르는 <Ko Ko Bop>의 브릿지가 너무 좋다. 몇 개월 전 유튜브의 딩고 채널에 올라온 엑소의 킬링보이스만 봐도 저 셋이 노래를 얼마나 멋있게 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디오는 유영진이 성대로 낳은 아들이라는 밈이 널리 알려져 있을 정도로 SM 창법에 최적화된 보컬이다. 근데 그게 전혀 촌스럽지 않고 좋게만 들린다. 그는 무조건 배우와 가수를 겸업해야 한다. 한 가지에만 집중하기엔 다른 하나가 너무 아깝다.

     

레드벨벳 : 웬디

    

레드벨벳은 F(x)이후 유독 평론가들이 좋아하는 그룹이다. 특히 <피카부>가 수록된 <Perfect Velvet>이나 <Phycho> 대표하는 <The Reve Festival Finale> 앨범에는 평단의 극찬이 쏟아졌다.

      

여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언제나 빠지지 않는 칭찬 포인트는 보컬이 탄탄하다는 것이다. 웬디는 그 보컬 라인의 수장이자 핵심이다.

     

웬디는 성격도, 창법도 모범생 같다. 캐나다 유학 시절 성적표에 A가 수두룩한 걸로 유명한 그녀는 지적인 이미지에 더해 탁월한 가창력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녀의 가창은 어느 한 곳 모나거나 튀는 데 없이 정돈되어 있고 깔끔해 마치 교과서 같다.

     

 청아하고 예쁜 멤버들의 목소리를 듣다 웬디의 현란한 보컬 테크닉이 짜잔 하고 등장할 때 느껴지는 쾌감은 엄청나다. 특히 데뷔곡 <행복>(HOT의 행복 아님)에서 보여준 고음은 SM 걸그룹 음악 전체를 통틀어서 다섯 손가락에 꼽을 만한 짜릿한 순간이다. shine on me, let it shine on me, 내 품에 let it shine- 이라는 가사로 시원하게 내뻗는 그녀의 가창력이 얼마나 인상적인지, 유튜브에는 샤인 온 미 모음까지 있다.

    

엔시티127 : 태일, 도영, 해찬

     

태일

강렬한 힙합댄스곡과 고난도의 퍼포먼스에 묻힌 감이 있지만, 엔시티127은 소속사의 유구한 전통을 따라 노래 실력이 대단한 그룹이다.


그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태일은 고등학교에서부터 실용음악을 전공한 가수 지망생이었다. 그는 스무 살 때 청소년 가요제에 나가 SM 관계자에게 명함을 받았으나 입사를 매우 망설였는데, 얼마 안 있어 한양대 실용음악과에 합격했기 때문이었다.

      

대학교 실기시험 당시 면접관은 박효신과 김현철이었고, 태일은 400대 1에 달하는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유일한 남자 보컬이었다고 한다. 그는 SM 입사와 대학 진학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다 학교를 선택했지만 회사 관계자의 설득으로 마음을 바꿔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밀도가 높고 단단한 목소리로 엔시티 곡의 중심을 잡는다. 실용음악과 출신답게 노래하는 자세와 소리를 내는 위치 등 이론적인 측면에도 강하다. 한마디로 가창력을 평가하는 여러 기준을 모두 만족시키는 완성형 보컬이다.

    

멤버들은 이런 태일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의지한다. 아무리 어려운 곡이 주어져도 태일이 형이 다 불러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마치 옛날 프로야구에서 불펜 투수들이 아무리 주자를 쌓아도 승환이 형(오승환)이 다 막아줄 수 있다고 믿었던 것과 같다.

     

도영

가수로서 도영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아름다운 음색이다. 그의 미성은 이수만을 비롯해 무수한 사람들에게 극찬받았다. 한 번은 대선배인 송창식과 함께 노래 부를 기회가 있었는데, 아마도 도영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송창식은 그를 이렇게 평가했다. “젊은 사람 목소리가 참 아름답네.”

     

내가 엔시티127의 팬이 된 이유 중 하나도 도영의 보컬이다. 한 리얼리티에서 무반주로 노래하는 걸 듣고 단박에 반했다. 저렇게 좋은 목소리를 가진 아이돌이 있었다니, 놀라움 그 자체였다. 심지어 도영은 특출난 보이스 컬러에 더해 기본기까지 훌륭하다. 발성, 성량, 음역, 기교까지 어디 하나 모자란 구석이 없다.

      

해찬     

해찬은 도영과 더불어 SM 전체에서, 아니 어쩌면 아이돌 전체에서 손꼽히는 음색 킹이다. 그의 목소리는 너무나 독특해서 언제 어디에서도, 어떤 노래에서도 단번에 구별할 수 있다.

     

도영의 목소리가 편안하고 고운 미성이라면 해찬의 보이스는 쨍하고 화려한 미성이다. 그의 장식적인 음색은 자칫하면 무거워질 수 있는 노래에 상쾌함과 청량함을 준다. 게다가 곡 이해도와 보컬 스킬이 매우 좋다.

    

난 앞서 도영의 노래로 엔시티의 팬이 됐다고 얘기했지만 해찬의 지분 또한 그 못지않다. 해찬은 메인보컬이면서 춤까지 너무 잘 추는 덕에 도저히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돌이 아닌 그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노래와 춤 양쪽 다 기막힌 실력을 자랑하는 멤버다. 심지어 예능감도 뛰어나서, 엔시티에서 제일 웃긴 축에 속한다.

    

엔시티 드림 : 해찬, 천러, 런쥔

     

바로 앞에서 언급한 그 해찬 맞다. 그는 127과 드림 두 유닛을 겸업한다. 어쩌다 이런 특이한 제도가 생겼는지는 추후 다른 글에서 설명하겠다.

     

천러와 런쥔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둘 다 중국인인데 이들도 해찬 못지않은 예쁜 음색의 소유자다. 미성에 환장하는 난 이래서 엔시티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보컬들 목소리가 너무 아름답다.

     

이들은 음역이 말도 안 되게 높은 노래들을 훌륭히 소화하며, 밝고 희망찬 팀의 이미지를 음악으로 구현해 내는 데 엄청나게 기여했다.

    

WayV : 샤오쥔

     

WayV는 엔시티의 중국 유닛으로, 멤버 대부분이 중화권 출신이다. 샤오쥔은 그중 부동의 메인보컬이며 127에서 태일이, 드림에서 해찬이 그러하듯 어떤 어려운 노래든 다 불러낼 수 있는 멤버다. (그래서인지 작곡가들이 점점 극악으로 높은 곡들을 준다..)

     

에스파 : 윈터, 닝닝

     

4세대 걸그룹들은 공통적으로 보컬이 약하다. ‘뉴아르’라 불리는 탑클래스 팀도 다들 강력한 메인보컬이 없다. 에스파와 JYP의 엔믹스 정도만이 예외다.

     

최근 슈퍼주니어의 려욱이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윈터와 닝닝의 보컬을 언급한 영상을 봤는데, 윈터는 태연 느낌, 닝닝은 바다 느낌이라는 평이 있었다. 난 그 평가에 대체로 공감했다. 그러나 이 둘은 어린 만큼 대선배들의 실력을 따라가기엔 아직 부족함이 있다. 1집부터 완벽했던 선배들과 달리 에스파의 두 명은 압도적인 느낌까진 아니다.

     

윈터가 더 언니이고 인기 멤버라 주요 파트를 먼저 가져가는 듯하지만 나는 닝닝의 시원하고 청량한 목소리가 좋다. 아무리 봐도 그 아이는 중국인이라 저평가받는 듯하다. 얼굴도 예쁘고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는데 말이다.

    

현재 SM 최고 막내팀인 라이즈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언급했으므로 덕후의 계보학은 여기서 마무리하겠다.     

마지막으로 노래 한 곡 정도는 링크하고 싶은데 뭘 골라야 할까. 댄스곡보다는 발라드로, 비트보다는 멜로디가 두드러지는 곡으로 정해야겠다. 샤이니의 하모니가 찬란히 빛나는 <재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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