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온 Dec 15. 2023

NCT 시스템, 케이팝 초유의 체제

<설명문 주의>

     

NCT 체제는 대중이 막연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전혀 어렵지 않다. 조금 낯설긴 하지만 금방 익숙해질 수 있는 체제인데도 어쩌다 보니 입덕 장벽이 되어 있어 팬으로서 억울한 면이 있다.

      

그들의 음악을 즐기기 위해 반드시 체제를 알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아는 대로 들린다고, 기초적인 개념을 알아둬서 나쁠 건 없다. 그리고 이런 특이한 그룹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의외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선 다음 그림을 보자.

                    


 이제 저 그림의 네 귀퉁이를 차지하는 고정 팀과 자유 조합인 U를 하나씩 살펴보겠다.

     

1. NCT127 (9명)

 숫자 127은 127명이라는 뜻이 아니라 서울의 경도를 의미하는 숫자다. 즉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유닛이 바로 엔시티127이다.

    

  127은 오랫동안 엔시티 유닛 중에서 가장 주력 팀이었으며, H.O.T. - 동방신기 – 엑소로 이어지는 역대 SM 최고 보이그룹 계보를 이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이런 태생에 걸맞게 127은 출중한 실력을 자랑한다. 다른 건 몰라도 실력으로 127을 비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저마다 대적할 자가 없는 시절이 있었던 선배들과 달리 인기를 쉽게 얻지 못해 멤버들의 스트레스가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본인들의 매력이나 능력이 부족해서는 아니다. 127은 엑소가 최정상에 있을 때 입사한 다수의 남자 연습생 중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쳐 데뷔에 성공한 멤버들이기 때문에 노래, 춤, 비주얼 등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인재들이다.

    

 127의 음악은 뭐니뭐니해도 역시 네오NEO한 = 강렬하며 난해한 힙합댄스 곡이 대표적이지만, 앨범을 들어보면 의외로 매우 감미롭고 아름다운 수록곡이 많다. 전자는 주로 타이틀로 활동하며 랩 멤버가 주축이 되고, 후자는 보컬 라인의 활약이 돋보인다. 이들은 평단의 우호적인 반응과 함께 음악성을 인정받은 팀이기도 하다.


2. NCT DREAM (7명)     

 전원 미성년자 그룹으로 출발했던 팀. 원래는 성인이 된 멤버를 졸업시키고 새로운 미성년 멤버를 영입하는 방식으로 기획된 비고정 팀이었으나, 팬들의 강력한 반발로 졸업 제도가 폐지되었다. 그래서 현 멤버들은 원년 멤버 그대로다. (맏이가 한 번 졸업했다가 복귀했다)

    

 현재 전원 성인인 드림은 미성년자 시절과 비교하면 음악 색깔이 많이 바뀌었으나, 기본적으로 밝고 활달하고 경쾌하며 약간의 장난기를 머금은 음악을 선보인다. 대체로 무겁고 진지한 127의 대표곡과는 다르다.

  

 드림은 초등학생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15~18세의 나이에 데뷔했기 때문에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없었고,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친한 친구이다. 127이 개개인의 역량이 뛰어나다면 드림은 팀으로서의 단합력이 훌륭하며, 특히 전원 춤 실력이 고르게 뛰어나다. 이런 점이 매력으로 작용하여 드림은 현재 엔시티 내에서 가장 큰 국내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 공통 멤버의 존재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127과 드림에 둘 다 속한 멤버가 두 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마크와 해찬이 바로 그들로, 둘 다 127 멤버였으나 동시에 미성년자이기도 해, 드림에도 소속돼 있었다. 회사의 원래 목표대로라면 그들은 성인이 되는 동시에 드림에서 졸업할 예정이었으나 졸업 제도가 없어지고 사실상 드림이 고정 유닛화되면서 계속 두 팀 활동을 병행하게 된 것이다.

     

 이 이중체제에는 장단점이 있는데, 한 팀이 활동 중일 때는 다른 팀의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마크와 해찬 본인들은 어느 한쪽에도 소홀히 하지 않고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두 팀의 색깔이 크게 다르고 팬층도 거의 겹치지 않기 때문에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저 둘은 손꼽히는 실력파이자 부동의 인기 멤버이므로, 일 년 내내 그들의 퍼포먼스를 볼 수 있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다.

    

 3. WayV (6명)     

 중국 현지화 유닛. 전원이 외국인(중국, 대만, 마카오 등 중화권 멤버에 더해 태국 멤버도 있다)이며 주 언어도 중국어다. 이들도 전체적인 실력과 비주얼이 좋지만 나는 중국어를 한 마디도 못 알아들으므로 아는 게 거의 없다. 그래도 멤버들이 한국어와 영어에 능해, 한국 활동 시 문제가 되진 않는다.

     

4. NCT NEW TEAM (6명)     

 왜 이름이 그냥 엔시티 뉴 팀이냐면, 아직 데뷔 전이라 정식 팀명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팬들은 여러 단서로 미루어 보아 엔시티 ‘위시’가 정식 이름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처음 이수만이 엔시티 체제를 기획할 땐 ‘무한확장’이라는 표어 아래 새 멤버를 끊임없이 영입하고자 했었다. 그 시도가 절정에 다다른 2020년에는 멤버가 총 23명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 초 새로 출범한 경영진은 일본 팀을 마지막으로 무한확장 컨셉을 끝내겠다고 발표했고, 이로써 일본 팀은 엔시티의 최종 유닛이 되었다. 그리고 전체 인원은 총 26명으로 확정되었다.

    

 뉴 팀은 SM 자체 서바이벌을 통해서 최종 멤버 발탁 과정이 공개되었다. 그러니까 엠넷에서 맨날 하는 오디션 프로를 자기들끼리 했다고 보면 된다. JYP나 YG는 이런 류의 서바이벌 경험이 있지만 SM에는 전례가 없던 일이다.

    

 서바이벌을 통해 데뷔를 확정한 멤버는 한국인 2명, 일본인 4명이며 최연장자는 2002년생, 막내는 2007년생이다. 어리디어리다.


 내가 보기엔 선배들에 비해 보컬은 약한 편이고 춤은 보통 정도이지만, 랩을 잘하는 멤버가 있고 비주얼이 훌륭해서 인기 팀으로 도약할 자질은 충분해 보인다. 내년 정식 데뷔를 기대 중이다.

     

 5. NCT U     

 NCT U는 엔시티 체제의 꽃이다. 이런 방식의 유닛은 케이팝 사상 최초이다.

     

 앞의 네 고정팀과 달리 U는 노래에 따라서 멤버 구성이 달라진다. 즉 유닛에 구애받지 않고 오직 곡의 컨셉에 따라 26명의 멤버를 자유롭게 조합하는 것이다.

     

 이 독특한 체제의 상징인 U 팀은 보편적으로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인지 언제나 가장 훌륭한 곡을 받으므로, 그들의 노래는 대중성 약한 엔시티 곡들 중에서 그래도 꽤 알려진 편이다. 나 역시 U의 노래를 시작으로 엔시티의 음악 세계를 소개할 요량이다.

     

 또 한 가지 내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용할 방법은 곡의 난해함을 별점으로 표시하는 것이다. 이는 내가 임의로 구분한 팬의 단계와 일치한다.


☆ 0단계 : 머글. 엔시티가 누군지 모름. 아니 뭔지 모름. 먹는 거냐고 물을 수도 있음.

★ 1단계 : 흔한 케이팝 리스너. 그룹 이름은 들어봤지만 노래는 모름.

★★ 2단계 : 다양한 아이돌 노래를 폭넓게 좋아하는 이. 이지리스닝 수록곡 위주로 좋아함.

★★★ 3단계 : 라이트 팬. 대표곡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함. 슬슬 네오함에 물드는 시기

★★★★ 4단계 : 코어 팬. 네오함에 완전히 잠식된 상태. 웬만한 음악은 심심하게 들림. 어떠한 현란한 비트도 자장가나 노동요로 취급 가능.


 그러니까 내가 어떤 노래에 대해 글을 쓰면서 2단계를 매기면 누구나 편안하게 들을 수 있다는 뜻이고, 4단계를 매기면 나 같은 마니아가 환장하는 노래라는 의미다.

     

이제 기초지식은 다 설명했으니, 다음엔 음악과 퍼포먼스 차례다. 벌써 지치면 안 된다. 이제 시작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SM 메인보컬 계보와 잡담 –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