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쉬울수록 좋은 법이다. 핑클 노래가 그렇다.
그들이 1년 선배인 S.E.S.의 인기를 따라잡을 수 있었던 건 쉽고 친근한 음악 덕분이었다. S.E.S.는 조금은 실험적이거나 어려운 음악을 하기도 했지만, 핑클은 언제나 '그냥 좋은 노래'를 들고 왔다.
그래서 난 S.E.S. 의 충실한 팬이면서도 핑클의 노래를 참 좋아했다. (아직까지 가사도 다 외운다) 그 중에서도 <White>는 내가 생각하는 가장 행복한 겨울 노래다.
환하게 웃는 네 멤버는 지금 봐도 너무 예쁘고, 저 체크무늬 치마와 성유리의 모자는 당시 소녀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사랑의 설렘과 기쁨을 노래하는 가사와 명랑 상큼 경쾌한 멜로디까지. 좋은 곡, 신나는 무대의 모든 요소를 갖췄다.
링크한 영상엔 두 가지 의외의 재미 포인트가 있는데, 하나는 시작하자마자 우렁차게 귓전을 울리는, 군대를 방불케 하는 남자팬들의 함성이고 다른 하나는 열심히 춤추다 미끄러지는 댄서와 이효리다. 눈 내리는 풍경을 연출하기 위해 초입부터 스프레이를 잔뜩 뿌려놨더니 바닥이 엄청나게 미끄러웠나 보다. 넘어진 사람들이 크게 다치지 않아 다행이고, 끝까지 활짝 웃으며 무대를 마무리하는 이효리의 모습이 참 예쁘다.
겨울 분위기가 물씬 나는, 로맨틱한 H.O.T.의 3집 수록곡이다. 이 노래만 들으면 기억나는 사람이 있으니, 우리 사촌 오빠다.
우리 집에도 이 앨범의 테이프가 있었지만 이모집에도 있어서, 우리가 놀러갈 때면 오빠는 언제나 카세트를 틀어놓곤 했다. 그 중에서도 유독 이 노래가 너무 좋다며 되감기를 무한 반복하는 바람에 아직도 이 곡을 들으면 그 오빠가 생각난다.
오빠가 내 브런치에 올 일이야 없겠지만, 이 참에 짧은 편지나 써볼까.
오빠! 잘 지내나요? 서울은 여기보다 더 춥겠죠? 애들은 잘 크고요? 서로 결혼하고 애 낳고 하니 이제 통화할 때나 만났을 때 반말 대신 존댓말이 나오더라고요. 원래 그런 건가 봐요.
옛날에 나랑 동생이 꼬맹이었을 시절 이모집에 놀러가면 오빠들이 엄청 잘 놀아줬던 거 생생히 기억해요. 그때 오빠들은 벌써 중고등학생이라서 우리랑 노는 거 엄청 지루했을 텐데도 언제나 재미있게 해주고 귀여워해줘서 고마워요. 아무나 그러기 힘든데. 오빠들은 진짜 친절했어요.
아직도 겨울엔 H.O.T.의 노래를 듣나요? 아니죠? 잊어버린 지 오래됐겠죠? 근데 난 여전히 이 노래를 들으면 오빠랑 놀던 추억, 옛날의 이모집이 떠올라요. 슈퍼 하셨던 이모가 맨날 우리한테 공짜로 과자를 줘서 엄마가 손사레를 치곤 했었죠. 뒷마당에는 깊은 우물이 있어서 오빠가 날 들어올려서 안을 보여주기도 했고요. 우리 집엔 푸세식 화장실 밖에 없으니 옆에 있는 밭에다 볼일 보라고 장난도 쳤잖아요. 그로부터 너무 많은 세월이 흘렀네요.
멀리 떨어져 있고 각자 살기 바빠 어렸을 때처럼 자주 보진 못하지만, 가끔 오빠들 보면 참 반가워요. 나중에 직접 만나면 여기 쓴 얘기 말로 다 할게요. 엄마가 이모랑 제일 친했던 것처럼 우리도 사촌 중에서 오빠들을 제일 좋아하고 존경한답니다.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길 바라요.
(작가님들 ~ 산타 할아버지가 아이들 선물은 잘 챙겨놓으셨겠죠? 저희 집 착한 아이는 언제부터인지 산타 할아버지 선물에 더해 엄마 아빠도 선물을 주는 줄 알아서 지출이 두 배랍니다 ㅠㅠ.. 그래도 메리 크리스마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