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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온 Dec 29. 2023

어느 아줌마의 (날것의) 연말 가요대전 후기

지난 25일 치러진 SBS 가요대전을 OTT를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보았다. 아이가 잠든 새벽이라 두 시간 넘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낯선 팀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때보다도 재미있었다.

      

브런치에 올리려고 시청하는 내내 감상을 휘갈겨 놓았었고, 오늘 글은 그 메모를 거의 그대로 옮긴 것이다. 따라서 정제되지 않은 단어와 문장이 가득하며 흐름도 논리를 아예 버린 의식의 흐름 그 자체다.

     

처음 듣는 이름의 아이돌이 잔뜩 나오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읽으면 중간중간 예상 외의 재미 포인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왜냐면 1세대부터 4세대까지 아이돌 전반에 대한 각종 얘깃거리가 광범위하게 등장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순서는 동방신기의 커버 무대다. 갑자기 웬 동방신기지? 싶었는데 올해가 그들의 데뷔 20주년이었다. 아~ 그래서 이렇게 특별무대도 하는구나. 새삼 내가 이 바닥에서 얼마나 고인물인지 깨닫는다. 왜냐면 난 20년 전 그들의 데뷔 무대를 실시간으로 시청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초반부터 딴 소리로 새서 좀 민망하지만 꼭 하고 싶은 소리이므로 그냥 하도록 하겠다. 2003년 12월의 이십 몇일, 나는 한 특별 무대를 기다리며 안방 TV를 차지하고 있었다. 당시 내한한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한일 양국에서 최고 전성기를 보내고 있던 보아가 합동 무대를 펼치기로 한 것이었다. 그날 축하공연을 맡은 이가 동방신기였고, 그게 그들의 데뷔 무대였다.

     

보아와 브리트니가 동시에 춤추고 노래한 건 아니고 동일한 스테이지에서 따로 공연했을 뿐이지만, 아무튼 둘이 만나긴 만났다. 동방신기는 의자에 조신하게 앉아서 신인답게 곱게곱게 노래했다. 이 세 가수에 대한 내 인상은 대강 이랬다.

     

브리트니 - 매우 겸손하고 프로페셔널했음. 보아가 그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건넸고 그게 어떤 물건이었는지 난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한국 전통문양이 수놓아진 검정색 고급 팔토시였다. 브리트니는 그것을 마치 난생 처음 선물을 받아본 사람 같은 태도로 받았다. Thank You를 연발하며 무릎까지 굽히며 감사해하는 그녀의 매너는 확실히 세계적인 톱스타다웠다.

     

보아 - 의외로 당당하고 도도했음. 같은 여자 솔로 댄스가수이니 보아도 마음 속으로는 브리트니에 대한 선망이나 동경심이 있었을 텐데 전혀 그런 티를 내지 않았다. 당신은 너무 멋지고 난 당신의 팬이고 이렇게 만나서 좋아 죽겠다는, 그런 류의 호들갑이 전혀 없었다. 당신이 대단한 거 알지만 나도 멋져, 이런 느낌이랄까. 그런데 지나고 생각하니 당연한 애티튜드 같기도 하다. 상대가 세계적인 스타라고 해서 굽신굽신해야 할 필요는 전혀 없으니까.

     

동방신기 - 팀 이름에서 1차로 뿜음. 멤버들 이름 보고 2차로 뿜음. 에스엠이 단체로 미친 줄 알았다. 영웅재중, 최강창민?? ㅋㅋㅋㅋㅋㅋ 무슨 저런 이름이 다 있어 ㅋㅋㅋㅋ 그때까지 제일 오글거리는 예명은 강타인 줄 알았는데 그걸 아득히 뛰어넘은,, 상상을 초월한 작명이었다. 게다가 허그라는 노래의 가사는 멤버들 이름보다 더 심한 게 아닌가. 하루만 니 방의 침대가 되고 싶다니 맙소사.. 근데 그 팀이 케이팝 역사에 길이남을 그룹이 되다니, 정말 세상일 모를 일일세.     


다시 2023년으로 돌아와서. 그래서 가요대전에서 동방신기 선배님의 곡을 부르는 첫 번째 팀은 직속 후배 엔시티다. 세 유닛에서 보컬 한 명씩을 차출해 세 명이 노래했는데 곡명이 무려 ‘믿어요’ 네?

 

이 노래 진짜 오랜만이잖아! 고등학교 때 진짜 많이 들었는데! 동방신기의 초창기 발라드를 대표하는 화음 쩔고 멜로디 예쁜 노래다. 첫 무대부터 무지 반갑군. 이런 연말 시상식 무대가 흔히 그러니만큼 멤버들 실력을 다 발휘하진 못했지만 상관없다.

     

두 번째 주자는 주문을 들고 나온 에스파. 못하진 않았지만 별 특색없는 커버다. 주문은 상당히 관능적인 노래인데 에스파는 아직 그 정도 느낌을 내기에는 연륜이 모자라다는 생각.

    

그리고 동방신기 본인들이 등장. 그 둘을 보니 격세지감 그 자체다. 뽀송하던 미소년들이 잘생긴 아저씨들이 돼 있네. 그리고 난 범생이 여고생에서 피곤한 워킹맘이 되었고 말이다. 변하지 않은 건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덕질을 하고 있다는 것 뿐이구만.

    

곧이어 신인들의 무대가 주르르 나왔다. 내가 예전에 브런치에 소개했던 세 팀 – 라이즈, 제로베이스원, 보이넥스트도어 – 다. 그들은 올해 최고의 신인들로 어느 시상식을 가나 스포트라이트를 톡톡히 받고 있구나.

    

세 팀이 차례로 특별 댄스무대를 먼저 선보이며 기선제압(?)을 하는데 감탄만 나왔다. 요즘 남자아이돌은 웬만하면 다 댄서 수준인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놀랍다. 세 팀 다 너무 잘 춰서 우열을 따질 순 없고, 승패는 스킬보다 안무와 컨셉에서 가려지겠네.

     

 그리고 세 팀이 순서대로 자기들의 곡을 선보임.

 

먼저 제로베이스원. 생각보다 멤버가 많군. 그리고 댄스브레이크를 새로 짠 거 같은데 엄청 길고 멋지다.

보이넥스트도어. 팀명처럼 친근하고 귀여운 컨셉이네. 다들 어려보이는데 나이에도 맞고. 핸드마이크 라이브 아주아주 칭찬한다.


라이즈. 그래도 신인 중엔 제일 형 같다. 아마 실제로도 나이대가 제일 높을 거고. 붉은 정장이 무척 멋지긴 한데 노래에는 안 어울린다. 시상식 분위기 내려고 맞춰 입은 듯.

     

그 다음엔 완전히 처음 듣는 이름의 팀이 나오는데 Xikers라는 그룹이다. 찾아보니 싸이커스라고 읽는 듯. 이들도 라이브를 하네. 그리고 랩을 잘하는 친구가 있군. 근데 중간에 서태지와 아이들 컴백홈의 포인트 안무가 들어가 있어서 깜놀이다. 아주 잠깐 나와서 집중해서 안 보면 바로 지나가버릴 정도인데, 그렇게 애매하게 넣을 거면 뭐하러 넣었는지가 의문.

    

다음 순서는 JYP의 가장 최신 걸그룹인 엔믹스다.

이 팀은 4세대 걸그룹 중 최고 실력파지. 특히 릴리는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모든 걸그룹을 통틀어 제일 노래를 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시 초장부터 라이브로 기선제압해야지. 

댄스브레이크가 시작되고.. 춤을 어마무시하게 잘 추는 멤버가 있네? 저 긴 생머리 친구는 누구인가 했더니 메인댄서 규진이라고 한다. 어우, 요즘 아이돌들 진짜 춤이 어마무시하고만.

엔믹스 노래는 언제나 랩이 너무 날카롭고 째지는 톤이라 조금 부담스럽다. 가이드를 그렇게 주는 것 같은데 스타일을 좀 바꿨으면 좋겠고.

4세대 대표 비주얼로 묶이는 설윤은 저 얼굴에 저렇게 노래한다는 게 말이 안 되고. 시상식용으로 웅장하게 편곡한 Love Me Like This는 완전 내 스타일. 좋다 좋아.

     

다음엔 스테이씨. Teddy Bear 다. 귀엽고 예쁘다. 걸그룹의 클래식, 상큼발랄함 그 자체. 그치만 이런 류의 컨셉에는 아무래도 1세대 걸그룹 노래가 최고다. 너를 사랑해나 내 남자친구에게 같은, 한 번만 들으면 귀에 탁 꽂히는 멜로디가 제일이라는 생각. 요즘 아이돌 노래의 비트는 무지 세련됐지만 캐치한 멜로디에 있어서는 도무지 옛날 곡을 따라가질 못하는 듯.

    

그리고 또다른 걸그룹이 등장한다. 이름부터 나오지 않아 누구인질 모르겠는데.. 멤버들의 표정과 스타일링에서 풍겨나오는 이 진한 오타쿠스러운 향기는 뭐지? .. 

아, 그럼 그렇지. 내 눈이 틀린 게 아니었다. ‘니쥬’다. JYP가 만든 일본 현지화 걸그룹. 그들에 대한 내 감상은 딱 이거다. AKB48의 케이팝 버전. 대체 저들의 매력은 무엇일까? 일본에서 그런 스타일이 인기있는 이유가 뭘까?

      

뒤이어 나온 그룹은 ‘앤팀’이라는 보이그룹이다. 난 전혀 몰랐는데 알고 보니 이들도 일본 현지화 보이그룹이네? 근데 앞의 니쥬와는 반대로 일본스러운 느낌이 전혀 없는 게 신기하다. 그냥 케이팝 보이그룹이라고 해도 전혀 위화감이 없군. 일본인들은 오덕스러움을 걸그룹한테서만 찾나..

     

옆나라의 취향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을 접어두게 한 건 잇지의 유나다. 유나는 작년 연말 시상식에서 이효리의 U-Go-Girl을 커버해서 대단히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었는데, 아마 그래서 올해도 팀에서 유일하게 솔로를 선보이게 된 듯.

이번에 택한 곡은 블랙핑크 제니의 솔로곡이고 난 그 노래를 몰라서 음악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고, 그냥 유나의 미모가 이 세상 것이 아니다. 그냥 여신이다 여신. 한 채영이나 중국배우 범빙빙 느낌. 그리고 내가 봤을 때 본인이 예쁘다는 걸 본인이 너~~~무 잘 안다. 잘 알고 즐긴다. ㅋㅋㅋ 퀸카 중의 퀸카.

     

연이어 솔로 무대가 등장하고.. 이번엔 보이그룹에서 한 명이 출격했으니 TXT의 연준이라는 멤버다. 내가 모르는 팝송에 맞춰 춤을 추는.. 줄 알았더니 BTS 정국의 솔로곡이네?? 하긴 정국은 팝스타 맞지 뭐. TXT는 BTS의 바로 동생 그룹이니 커버하는 상징성도 있고.

그리고 연준이라는 친구는 잘 몰랐는데 춤을 대단히 잘 추고 끼가 넘치는구만. 정국의 노래를 정말 팝가수처럼 소화한다. 유들유들 능청능청 느낌도 잘 내고. TXT에서 얘가 유명한 이유가 있네.


그리고 2부 시작.     

오잉 엔시티127이 웬일로 멀쩡한 옷을 입고 나왔나 했더니 새로 나온 겨울앨범 노래구나. 아직 많이 듣지 못해 귀에 익기 전이지만 노래는 무난한 듯. 태용이 라이브하다가 실수했다ㅋㅋ 뭐 라이브 인증 정도로 넘어가자. 근데 새삼 태용이 엄청나게 잘생겼다는 걸 깨닫는다. 1부에서 그 많은 보이그룹을 봤는데도 태용보다 이목구비 화려한 멤버를 못 봤다.

     

이어지는 후배들의 커버 무대. JYP 스트레이키즈의 승민과 아이엔이 엑소 디오의 솔로곡을 부르네. 두 사람 음색은 디오의 알앤비스러운 창법엔 그닥 어울리지 않는 듯. 그래도 굳이 다른 회사 선배 노래 고른 거 보면 진짜 좋아하나 보다. 즐겁게 불러서 보기 좋음.

    

다음엔 드뎌 뉴진스. 최정상 걸그룹의 위용이 느껴진다. 팀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세련미의 극치다. 음악, 컨셉, 안무, 스타일링까지 뭐하나 최고 능력자들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는 곳이 없다.

근데 아무리 들어도 보컬은 내 취향이 아니다. 목소리에 너무 힘이 없다. 그리고 너무 귀를 간질이는 듯해서 간지러워서 잘 못 듣겠다. 춤은 인정. 무조건 인정. 너무 잘 춘다. 잇지 이후로 제일 춤 잘추는 걸그룹인 듯.     

보이그룹 크래비티. 몇 년 전 서바이벌 프로에 대거 출연한 멤버들이라 얼굴들이 낯익다. 대부분 귀여운 미소년 스타일. 그에 어울리게 노래도 명랑발랄하군. 근데 의상은 웬 다크한 제복..? 언밸런스하다.


걸그룹 프로미스나인. 이 그룹 진정한 남자팬들의 로망으로 유명하지. 단 한 명도 안 예쁜 이가 없는 그룹으로도 유명하고. 얼굴 보는 건 오랜만인데 그동안 다들 더 예뻐져있더라. 그리고 고혹적인 탱고 의상과 컨셉이 본인들 미모와 매우 잘 어울린다. 

     

다음엔 르세라핌인데 영상이 거의 다 잘려 있다. 생방송 때 사고 많았다더니 다시보기까지 이 모양이네. 무대는 못 봤지만 평소 이들에 대한 생각을 몇 가지 쓰자면. 사쿠라 출세했네. 다들 너무 말랐지만 건강한 컨셉이라서 운동 엄청 많이 하는 듯. 카즈하 넘 청순하게 예쁘고 프로 발레리나였던 거 멋있음.


그리고 아이브. I AM 노래 참 좋다. 근데 음역이 너무 높다. off the record 라는 노래도 처음 듣지만 좋네. 멤버들 한 명 한 명 다 너무너무 예쁘고. 음악이나 컨셉이 대중성을 갖춰 누구나 좋아할 만하다. 옛날 핑클을 보는 느낌도 난다. Baddie 라는 신곡은 늘 하던 음악과는 확 다르지만 비트와 안무가 좋았다.

     

4세대 걸그룹 릴레이의 마지막은 에스파가 장식한다. 이제까지의 걸그룹 중 가장 매니악한 음악을 들려주는군. 역시 요상한 에스엠다워... 초반 카리나의 독무 좋았고. 웅장한 편곡도 좋았고. 앞에 나온 걸그룹들 다 각양각색 매력이 넘치지만 나 같은 덕후의 픽은 에스파다.

      

보이그룹 엔하이픈의 무대가 이어진다. 노래는 좋은 것 같은데 컨셉적인 면에서 다른 팀과의 차별점을 찾지 못했다. 뭔가 멋있고 카리스마있는 분위기지만 그게 다인가? 내가 그들의 세계관이나 특징을 몰라서 어쩔 수 없는 듯.

     

TXT(투모로우 바이 투게더) 등장. 후렴 비트 좋고. 그로테스크한 무대 연출 좋고. 근데 진짜 4세대 남자아이돌에는 강력한 보컬이 잘 없네.

     

오랜만에 보는 ITZY잇지다. 리아가 건강 문제로 빠지면서 5인이 4인이 됐는데 이렇게 느낌이 다를 수가. 완전히 다른 팀이 됐네. 아이돌의 ‘대형’이라는 게 중요한 이유를 알겠다. 근데 그들의 가공할 춤실력을 아낌없이 보여줄 수 있는 극악의 안무를 보여줬으면 했는데 그렇지 않아서 아쉽네.

    

다음엔 더보이즈다. 이 팀은 엠넷 서바이벌 출연 당시에 서커스를 방불케 하는 퍼포먼스로 확 떴다. 그때 너무너무 힘들게 무대 준비한 걸로 아는데, 여전히 이렇게 연기 요소를 섞은 특별 무대를 보여주는군. 그 열정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해외에서 인기 짱 많다는 에이티즈. 매번 라이브 고집하는 팀답게 날것의 라이브를 보여준다. 이 팀도 참 꾸준히 매니악한 음악 하네. 내가 느끼기엔 엔시티보다 이 팀 노래가 더 어려운데 말이야.

     

샤이니다 ~ 샤이니는 왜 나왔지? 했는데 15주년이구나ㅎㅎ 오, 셜록이다! 샤이니는 셜록해줘야지. 15주년 기념인데 무조건 해줘야지. 아무리 들어도 명곡이다. 올해 발표한 신곡 HARD 역시 좋고.


샤이니는 워낙 잘하는 팀이라 말하면 입 아프지만. 앞의 젊은 팀과 비교하니 노련함이 더 빛을 발한다. 후배들이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야지! 라는 느낌이라면 샤이니는 내가 여기를 완전히 휘어잡고 눌러버려야지. 하는 느낌이다. 특히 태민과 키는 무대를 열심히 한다기보다 너무 능숙해서 압도당하는 기분.

그리고.. 전원 군대 갔다와서 좋겠다. ㅠㅠ

     

담엔 아이들이다. 우리 애가 어린이집에서 듣고 와서 따라하던 퀸카네. 이 팀 히트곡 많지만, 언젠가 자체 프로듀싱에서 벗어나 좀더 정교한 프로듀싱을 받아봤으면 좋겠다. 전소연 개인에 의지하지 않는 시스템화된 제작방식 말이다. 에스엠이 그쪽으로 특화돼있다고 해서 내가 매번 그런 방식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아이들은 한번쯤 해봤으면 좋겠다.

     

이제 누가 나올까 했더니 1부에 나왔던 신인 보이그룹들이 또 나오네? 뭔가 했더니 캐롤 + 선배님들 커버노래 + 친목대회스러운 무대구나.   

각 팀에서 멤버를 차출해 징글벨 원곡을 부르는데 다들 영어권 멤버인지 궁금하네. 라이즈 앤톤은 왜 저리 엉거주춤 신인 티 다 나게 서있는지..ㅋㅋ

아니, 앤팀은 무려 S.E.S.의 I’m Your Girl을 부르네?? I’m Your Boy로 바꿨구만. 그냥 귀엽다 ㅋㅋㅋ

라이즈는 지누의 엉뚱한 상상이라는 노래를 부르고... 옛날에 이런 노래가 있었구나. 지누는 지누션의 지누인가?

보이넥스트도어는 화이트다. 핑클의 화이트. 어휴ㅋㅋ 이건 대놓고 재롱잔치잖아.

점입가경이다. 제로베이스원은 젝키의 커플이다. 새삼 옛날 대성기획 노래들은 다 왤케 좋냐.

마지막으로 다들 어깨동무하고 팔짱 끼고 뒤섞여 부른 노래가.. 슈퍼주니어의 미라클이네..ㅋㅋ 팬들은 때아닌 친목에 좋아했겠다. 

총평은 ‘아이고 막내들 재롱잔치하느라 고생했어요’. 그래도 이런 상큼발랄 컨셉은 신인 때나 가능하지 나이 들면 못한다. 헐 내가 이런 말을 하다니 꼰대 다 됐네.

     

말랑말랑 무대들이 끝나고 전혀 다른 분위기의 팀이 등장하니 바로 스트레이키즈다. 강렬한 비트와 근육질 멤버들이다. 여기도 한결같이 센 거 하네. 근데 이들도 자체 프로듀싱 말고 회사 프로듀싱 한 번 받아봤으면 좋겠다. 

라이브로 분위기 잘 띄우고 팬들 함성 장난 아니다. 에너지가 엄청나구나. 창빈이라는 멤버의 랩이 인상적이었고 필릭스는 언제 봐도 대단히 욕심나는 인재다. 스타성이 대단하다.

    

으악 엔시티 Baggy Jeans다!! 팬들이 연말 시상식 때 배기진스 한 번 해주길 그렇게 원했는데 그 바람이 드디어 이루어졌구나. 근데 아무리 노래 제목이 배기진스라도 그렇지 바지 통이 지나치게 넓은 거 아닌가? 춤출 때 방해 안 되나.     

다음 주자는 드림이다. 핸드마이크 좋다. 마크 랩이 압도적이고 천러 라이브가 좋네. 근데 왤케 메이크업을 느끼하게 해 놨지?..

    

으헉 127이다. 태용이 멋있게 랩을 하며 등장하고.. 아니 영웅을 하네??!! 시상식 때 영웅이 나온 게 대체 얼마만이야.. 이런 경사가 있나. 그리고 이번 앨범 타이틀곡이었던 Fact Check를 광기어린 라이브로 불러준다. 

내가 이렇게 시간을 투자해 가요대전을 봐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모든 아이돌 커뮤니티에서 엔시티127이 무대를 찢었다는 글이 하도 많이 올라와서였는데.. 그럴 만했네.

 

타팀 팬들조차 127이 너무 라이브를 잘했다고, 진짜 제일 잘했다고 칭찬이 자자하다. 실력들이 엄청나다고 찬사가 찬사가.. 흠 여기까지만 하고 자제하겠다. 엔딩 장식한 것만 해도 좋은데 멤버들이 또 이렇게 팬들 어깨를 으쓱하게 해주니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후후훗.


근데 한국식으로 무대를 꾸민 건 좋았는데 박이 터지면서 내려온 현수막에 너무 옛날 폰트로 ‘팩 트 체 크’라고 한글로 쓰여 있어서ㅋㅋㅋ 빵 터졌다. 아무리 그래도 저건 영어단어잖아..ㅋㅋㅋ

     

아무튼 이렇게 두 시간이 넘는 가요대전 시청은 팬심 가득한 찬양으로 끝났다. 호~~옥시 여기까지 읽으신 인내심 강한 독자분이 계시다면 저 중에 한 팀 골라 무대를 한 번 보셔도 좋을 듯하다. 요즘 아이돌들 다 잘하고 매력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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