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요의 씽씽극장> 이야기
<꼬마버스 타요>는 영유아들을 위해 만들어진, 의인화된 탈것들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이다. 같은 제작사 선배인 뽀로로만큼은 아니지만 꽤 히트한 작품으로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다.
나 역시 아이의 영아 시절을 타요와 함께 보냈다. 36개월 이전엔 영상물 시청을 엄격히 제한했기 때문에 대신 CD를 구입해 들려주곤 했는데, 듣다 보니 아이보다 내가 타요 노래에 푹 빠지고 말았다.
<타요의 씽씽극장>은 타요와 친구들이 등장하는 일종의 뮤지컬이다. 시리즈는 2번까지 있고 1, 2번 다 우열을 가릴 수 없이 훌륭한 동요들로 가득 차 있다.
곡들이 모두 어찌나 경쾌한지 고된 육아의 시름이 날아가는 듯했다. 오며 가며 음악을 듣던 남편조차 몇몇 곡이 너무 좋다며, 일부러 틀어달라고 요청하곤 했다.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든 음악이 이토록 퀄리티가 높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3년 가까이 육아휴직을 하며 아이가 31개월이 될 때까지 집에서 돌봤던 나는 이렇게 좋은 음악을 듣는 재미조차 없었다면 그 힘겨운 가정보육을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타요의 씽씽극장>을 만들어 준 모든 분들에게 마음속으로 감사 인사를 드린다.
스무 곡이 넘는 노래들이 다 너무 좋지만, 그중에서도 우리 가족이 특히 즐겨 들었던 노래 세 곡만 링크해 보았다. 동요가 시작되기 전의 스토리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몇 분 몇 초부터 들으면 되는지 표시했다.
꼬마 버스가 출발합니다(2분부터)
남편이 가장 좋아했던 노래다. 통근하는 사람들을 태우고 내려주는 타요의 즐거운 마음이 잘 드러나는 발랄한 곡. ‘탈 땐 앞문, 내릴 땐 뒷문’이라는 가사는 아이들을 가르치기에 좋다.
용감한 자동차들(1분 35초부터)
아이들에게 인기 최고인 소방차, 구급차, 경찰차가 등장한다. 우리 아이도 이 곡을 가장 신나게 따라 했다. 자기가 먼저 가사를 외우고는 우리가 틀리게 부르면 핀잔을 준다. 각 차량 앞을 수식하는 형용사를 헷갈리지 않는 게 포인트다. ‘용감한’ 소방차, ‘상냥한’ 구급차, ‘멋진’ 경찰차다.
행복을 배달해요 (1분 40초부터)
앞서 소개한 곡들에 비해 유명하진 않지만, 독특한 리듬이 두드러지는 신나는 곡. 그리고 타요 시리즈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인 배달트럭 으라차가 등장하는 곡이다. 으라차는 소심하고 덜렁대는 성격이라 종종 사고를 치지만, 난 배달 동료인 토니의 빠릿빠릿함보다 으라차의 우직함이 좋았다.
이 노래는 삼촌이, 할머니가, 엄마가, 아빠가 택배로 뭘 주문했는지 잘 기억해야 한다. 삼촌이 화장품을 주문하고 할머니가 넥타이를 주문했다고 하면 안 된다. 잔소리 폭탄이 떨어진다.
난 타요의 꼬마버스 친구 세 명의 이름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처음 알았을 때 박장대소했다. 가니는 ‘빨간’색 버스라서 가니이고, 로기는 ‘초록색’, 라니는 ‘노란색’이라서 그런 거란다. 너무 귀엽지 않은가? 돌이켜보면 그런 귀여움에 의지해 육아휴직 시절을 견뎌냈던 것 같다. 아기들과 함께할 때만 접할 수 있는 귀여운 콘텐츠들 말이다.
그래서 난 타요 노래를 덕질한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이토록 건전한 덕질 대상이 또 어디 있으랴. 세파에 찌든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음악을 들으며, 다시 한번 동심의 소중함을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