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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온 Mar 01. 2024

단소리와 쓴소리를 곁들인 케이팝 이야기

있지(ITZY)와 엔시티 위시(NCT WISH)

역시 댄스곡은 좋아, 있지(ITZY)의 Untouchable

     

처음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던 음악이 이상하게 계속 귓가를 맴도는 경우가 있다. 걸그룹 있지(ITZY)가 지난 1월 발표한 <Untouchable>이 그렇다. 평소에 자주 듣는 스타일이 아니라 금방 잊어버릴 줄 알았는데, 묘한 생명력으로 내 플레이리스트 최상위에 안착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봤더니 의외의 답이 나왔다. 요즘 보기 드문 스탠더드한 댄스곡이라는 것이다. 트렌디함으로 무장한 요즘 아이돌 음악 같지 않게 옛날 분위기가 좀 나지만 내겐 올드하다기보다는 친숙하게 느껴진다.

     

시작과 동시에 울려 퍼지는 둥둥거리는 기타 리프가 귀를 확 사로잡는다. 생생한 사운드에 기분이 좋아진다. 파워풀한 후렴의 멜로디라인도 흥겹다. 웃기보다는 무표정으로 부르는 편이 어울리는 노래여도 댄스곡 특유의 빠른 템포와 리듬 덕에 신이 난다.

     

SM 그룹들의 강력한 보컬라인에 익숙해진 나는 그동안 있지의 가창력을 애매하다고만 여겼는데, 이번 곡을 듣고서 생각이 바뀌었다. 섬세함과 다양함이 모자라다 생각했던 예지나 채령의 노래는 오히려 그래서 부담스럽지 않다. 너무 여리고 소녀스럽다고 평가했던 유나의 음색은 밝지 않은 분위기의 노래에 산뜻함을 더해주며 류진의 중성적인 저음은 여전히 멋지다.

   

앨범을 전부 감상해 보니 <untouchable> 바로 다음 트랙인 <Mr.Vampire> 도 신선했다. 찐 요즘 노래였다. 타이틀을 바꾸려는 시도가 회사 내에서 있었다 해도 놀랍지 않다. 아마 평론가들이라면 이번 앨범 최고의 결과물로 <Mr.Vampire>를 뽑을 것이다.

     

이만하면 가장 노래를 잘하는 리아의 부재(건강 문제로 휴식 중이다)를 잘 메꿨다 싶었지만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 것은 의외로 음악보다 춤이었다. <Untouchable>의 안무 연습 영상을 보니 전체적인 퍼포먼스의 스케일이 작아진 티가 역력했다.

    

역대 최고의 춤 실력을 자랑하는 걸그룹답게 네 명 다 댄스가 너무 출중해서 정신 놓고 보긴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예전보다 화려함이 줄어든 점이 아쉬웠다. 블랙핑크나 에스파처럼 원래부터 네 명이었던 것과, 다섯이었다가 네 명이 된 케이스는 엄연히 다르다.

  

그 점을 염두에 두더라도 퍼포먼스가 더해진 있지의 무대는 역시 무척 멋있는 볼거리다. 음악에 딱딱 맞게 펼쳐지는 테크니컬한 안무의 쾌감이 대단하다. 소리와 몸짓이 하나가 되고 청각과 시각이 동시에 자극받는 순간. 그때의 충만감 때문에 도저히 댄스곡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새삼스런 말이지만 있지는 다들 정말 예쁘다. 그냥 언제나 항상 예쁘다. 타고난 바탕이 있다 쳐도 그것을 유지하고 가꾸기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이 보통이 아닐 텐데, 언제 봐도 아름다운 모습을 잃지 않는 그들의 프로 정신이 존경스럽다. 나보다 훨씬 어린 아가씨들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노래가 좀 약하다, NCT WISH

-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

     

케이팝 초보 대상 난이도 (엔시티 노래에만 매깁니다) ★★


브런치에 소개한 바 있었던 엔시티 위시가 정식 데뷔했다. 데뷔 싱글 제목 또한 <Wish>다. 그러나 기대감을 가지고 시청한 그들의 뮤직비디오는 엔시티 팬인 내게 여러 가지 복잡한 심경과 의문을 안겼다.

     

음악이 좋지 않다는 게 아니다. 나처럼 SM표 음악의 추종자들은 누구나 반길 만한 곡이다. 그러나 타 팀 팬이나 라이트한 케이팝 리스너들에게 명료한 인상을 남기기에는 임팩트가 부족하다.

    

여기서 당연히, ‘엔시티 위시는 누구를 타깃으로 하는가?’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프로듀싱을 맡은 보아와 그녀의 결과물을 최종 승인했을 SM의 임원진은 엔시티 위시의 팬으로 어떤 계층을 포섭하려 했는지 궁금하다.

     

일단 일반 대중은 그 대상이 아닌 것 같다. SM이 그간 대중적인 것을 못해서가 아니라 안 해서였다는 것은 라이즈(RIIZE)의 성공으로 확인되었다. 라이즈는 한창 유행 중인 이지리스닝 기반의 음악을 바탕으로 굳센 대중성을 구축했다. <Get A Guitar>와 <Love119>의 높은 음원 순위가 그것을 증명한다. 그런데 엔시티 위시는 라이즈와 비교했을 때 대중을 사로잡을 요소가 그다지 많지 않다.

      

물론 <Wish>의 뮤직비디오는 무척 귀엽다. 화사한 영상미와 외국 배우들의 출연, 멤버들의 명랑함 덕에 한 편의 영화를 방불케 한다. 멤버들이 큐피드가 되어 사람들에게 사랑을 심어준다는 설정도, 서툰 사격 솜씨로 인해 사랑의 총알이 엉뚱한 대상(자연물이나 동물 등...)으로 빗나가는 스토리도 재미있다. 영상만 두고 본다면 많은 팬들이 좋아할 만한 퀄리티로 잘 뽑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노래가 아쉽다. 데뷔곡 치고는 노래의 임팩트가 약하다. 라이즈의 데뷔곡 <Get A Guitar>와 비교하면 그 점은 더 여실히 드러난다. <Get a Guitar>가 최근 대중들이 대체로 선호하는 스타일의 곡인 것과 달리 <Wish>는 너무나 전통적인 SM 스타일이다. (물론 덕후인 내 취향은 무조건 전자보다는 후자다)

      

특히 싸비에서 층층이 쌓아 올린 세밀한 화음은 SM의 트레이드 마크 같은 요소로, 아무리 엔시티의 이름을 달고 나오는 팀이라지만 새 유닛의 노래에 꼭 그것을 넣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화음은 음악에 풍성함을 부여하지만 멜로디 라인을 약하게 만들기도 한다. 겹겹이 쌓인 레이어 때문에 충분히 좋은 선율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음악이 전체적으로 지나치게 곱게 만져져 기계적인 느낌까지 든다. 곡의 콘셉트와 멤버들의 이미지는 에너제틱한데 비해 음악에 생동감이 모자란다. SM이 매번 고집하는 합창 대신 리드보컬의 솔로를 활용했다면 더 매력적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안무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Get A Guitar>를 다시 들고 와 보면, 곧바로 기타 연주를 연상케 하는 상체 동작과 반대로 매우 어렵고 힘이 넘치는 스텝이 보는 순간 머릿속에 각인될 만큼 대단히 독특하다.


<Wish>의 안무는 처음부터 끝까지 멋지고 난이도 높은 동작으로 가득 차 있긴 하지만, 보자마자 기억에 남을 만큼 참신한 장면이 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가수도 팬도 슬슬 피로를 호소하는 챌린지를 위해 일부러 킬링 파트를 만들 필요는 없으나, 사람들의 뇌리에 쉽게 남는 동작이 있어서 나쁠 건 없다.

    

엔시티 위시가 소위 ‘대중픽’을 위해 만들어진 그룹이 아니라면 기존의 케이팝 팬들에게 어필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다들 알다시피 남자아이돌의 팬들은 자기 팀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다. 어지간한 일 아니고서는 팀을 갈아타지 않는다는 말이다.

      

당장 같은 엔시티 선배인 127이나 드림의 팬들만 봐도 결속력이 아주 강하며, 타 엔터 사에도 이런 단단한 팬덤을 보유한 보이그룹이 이미 너무 많다. 이런 치열한 세계에서 위시가 본인들만의 굳건한 팬층을 만드는 일이 과연 쉬울까?

    

일본 가요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한국 활동을 병행한다 해도 처음부터 일본 현지화 유닛으로 기획된 팀이니 그쪽 팬들의 취향을 더 고려해 기획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 팬들에게 인기를 얻는다면 SM이 또다시 기획력을 뽐낸 것이 되겠지. 데뷔 서바이벌 때부터 위시 멤버들을 좋게 봐왔던 나로서는 그렇게만 된다면 정말 좋겠다.

     

희망적인 것은 멤버들의 매력이 팬들에게 점차 알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형 라인인 시온, 리쿠, 유우시의 뛰어난 비주얼이 제대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물론 앞에서 말했듯 핵심 팬들은 그 정도 요인만으로 팀을 갈아탈 만큼 충성심이 얕지 않다는 게 허들이긴 하다.

    

엔시티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거의 모든 결과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팬으로서 위시가 매우 잘 되기를 바란다. 엔시티의 선배 유닛이 지금처럼 거대한 팬덤을 모으는 데 이례적으로 오랜 시간(4년)이 걸렸고, 그로 인해 멤버들의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을 잘 알기에 더욱 그렇다. 막내팀인 위시만큼은 데뷔 직후부터 빵 떴으면 좋겠다. 그러고 보니 나의 이런 마음도 Wish for Our Wish 라는 팀의 슬로건에 걸맞는다.

     

얼마 전 데뷔 카운트다운 생방송에서 깜짝 선물로 들려준 팬들의 육성 응원 메시지를 듣고, 반 이상의 위시 멤버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막내 라인보다 연장자들이 더 많이 운 건 상대적으로 긴 연습기간을 견뎌냈기 때문이겠지. 카메라 앞에서도 숨기지 못한 눈물을 보며 그들이 얼마나 데뷔를 소망해 왔는지, 꿈을 이루고 소중한 팬들까지 생겨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 모습에서 진실됨이 전해져 와 나조차 가슴이 따뜻해졌다.

     

무한대로 열려있던 문을 닫은 마지막 엔시티인 위시가 오래도록 좋은 음악과 무대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그들의 wish에 나를 비롯한 팬들의 wish까지 더해져 큼직한 성공이 함께하길 바라며, 초보 큐피드들이 등장하는 풋풋한 사과 같은 뮤직비디오를 첨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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