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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온 Apr 14. 2024

그들이 걸어가는 길에 햇살이 가득하길

NCT127

꿈만 같던 일본 돔 투어를 성공시킨 2022년, 마지막 무대에 선 그들은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평소 잘 울지 않던 멤버들까지도 뒤돌아 어깨를 들썩이는 걸 보고 그곳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 공연장인지 깨달았다. 시야제한석까지 매진시키며 거대한 돔을 완벽하게 네온그린색으로 물들여 준 팬들을 보며 오죽 많은 감정을 느꼈을까.


에스엠에서 유일하게 성공하지 못한 그룹이라는 비아냥을 듣곤 했다. 무한확장, 곡에 따른 멤버 조합, 이중활동 멤버 등 고정팬이 생기기 어려운 모든 조건이 주어져 있었다. 바로 위 직속선배는 건재했고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는 전국을 들썩이게 했으며 세계적인 팝스타가 된 그룹도 있었다. 그 틈바구니에서 고전하는 사이 남자아이돌의 음악은 들을 게 없다는 편견이 퍼졌고 엔시티의 특색있는 음악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세대별로 원탑 보이그룹만 배출해 온 국내 최고의 기획사 출신답지 않게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그러나 데뷔한 지 6년째 되던 해, 엔시티127은 기어이 돔에 입성했다. 케이팝 전체를 통틀어도 경험한 팀이 많지 않다는 투어를, 오로지 일본인 팬만으로(일본 당국이 방역을 위해 외국인 입국을 제한했다) 성사시켰다. 도쿄, 오사카, 나고야 3대 도시에서 5회에 걸쳐 127의 이름이 울려퍼졌다. 그들의 상징이 스타디움을 뒤덮었다. 


<Sunny Road>는 기쁨의 노래다. 환희의 음악이다. 무대가 놀이터라도 된 양 마이크를 쥐고 아이처럼 방방 뛰며 노래하는 멤버들 위로 축복의 햇살이 쏟아진다. 수만 개의 초록빛이 춤추는 광경은 마치 내가 그곳에서 그것을 흔들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터질 듯한 행복을 뿜어내는 아홉 명이 녹색 바다를 헤엄치고 달리고, 그 속에 몸을 던진다. 가수와 팬은 더할 수 없는 희열로 하나가 된다. 





엔시티127은 내게 한 번도 아이돌이었던 적이 없다. 기획사의 상품이었던 적도 없다. 심지어 퍼포머였던 적도 없다. 내게 그들은 언제나 '가수'였다. 처음 팬이 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그랬다. 저토록 행복하게 노래하는 모습이야말로 내가 가장 사랑하는 127, 나이나 성별과 상관없이 팬으로서 우러러보고 동경하는 아티스트 그 자체다.


내일이면 한 멤버가 군대에 간다. 다음 주에는 다른 멤버가 솔로 앨범을 낸다. 대부분의 멤버가 20대 후반에 접어든 지금, 팀은 큰 전환기를 맞이한다.


어떤 형태로 있든, 어떤 음악을 하든 그들 앞엔 Sunny Road만이 뻗어있으면 좋겠다. 

지난 3년 간 내게 말로 다할 수 없는 즐거움과 위안을 선물해 준 엔시티127이 변함없이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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