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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온 Jul 19. 2024

이별에 겹친 이별과 슬픔에 더한 슬픔 - 2

나의 베스트 박정현

미아 (작사 윤종신 작곡 황성제)

     

길을 잃어버린 나

가도 가도 끝없는     

날 부르는 목소리

날 향해 뛰던 너의 모습이

살아오는 듯

     

돌아가야 하는 나

쉬운 길은 없어서     

돌고 돌아가는 길

그 추억 다 피해

이제 다 와가는 듯

     

우두커니 한참 바라보다가

어느새 길 한가득 네 모습들     

그 속을 지나려 내딛는 한걸음

천천히 두 눈을 감고서


길은 어디에


추억을 ‘피해 간다고’ 했다. 너무 그리운 나머지 기억을 형상화해 버렸다. 외길을 가로막은 설렘과 즐거움, 그리고 행복들. 그 틈을 비집고 나아가려면 눈을 감는 것 외에는 길이 없다.

  


눈물이 주룩주룩 (작사 윤종신 작곡 윤종신)

     

그냥 견딜 만했어 우리 이별이란 게

내겐 현실보다 중요한 건 아니었나 봐

걱정했던 그리움, 분주했던 내 하루에

조금씩 미뤄지다가 어느새 난

이별한 적 있었나

     

오늘 바빴던 하루 집에 돌아가는 길

왠지 낯익은 온도와 하늘, 피곤함까지

이런 날엔 기댔지, 그날의 푸념까지도

모든 걸 들어주었던 그 한 사람

갑자기 떠올랐어

     

가슴 먹먹 답답해 이제 와 뭘 어떡해

왠지 너무 쉽게 견딘다 했어


너무 보고 싶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걸

멍하니 그대 이름 불러볼 뿐

     

한꺼번에 밀려든 그대라는 해일에

난 이리저리 떠내려 가  


‘이별한 적 있었나’ 뒤에 붙어야 할 것 같은 물음표도, ‘가슴 먹먹 답답해’ 사이사이에 들어가야 할 조사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이제 와 뭘 어떡해,’‘왠지 너무 쉽게 견딘다 했어,’하며 낭패감에 내뱉는 대사들이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들려온다.


그리고, 한꺼번에 밀려든 그대라는 '해일'. 그리움은 거대한 재난과도 같아서, 삶을 한순간에 황폐화한다.



위태로운 이야기 (작사 심현보 작곡 박근태)

이 가사는 꼭 전체를 옮겨야만 한다. 사랑에 대한 완벽한 염세적 정의이기 때문이다. 그게 전부다.

     

절정을 지나버린 모든 것

결국 시들어 가는 많은 것

지금 난 그 가운데 있어

     

숨소리 하나 흔들림 없이

작은 떨림도 없는 눈으로

지금 넌 마지막을 말해

     

조금 아플 것도, 차차 나을 것도, 느리지만 잊을 것도

넌 이미 다 알고 있었을까

     

아무 이유 없이 그래, 이유 없이

Love, 못 믿을 사랑

더없이 위태로운 마음의 장난

     

반짝이며 웃던 많은 날들도

심장소리처럼 뛰던 사랑도

그저 흘러가는 저 강물 같아


기도처럼 깊던 오랜 믿음도

그저 변해가는 저 계절 같아

참 위태로운 얘기

     

조금씩 사라지는 모든 것

결국 부서져 가는 많은 것

지금 난 그 가운데 있어


아무런 망설임도 없는 듯

마치 날씨 얘기를 꺼내듯

지금 넌 헤어짐을 말해

     

보낼 수 있는데, 그건 괜찮은데, 내가 정말 서러운 건

아무런 이유도 없다는 것


익숙함을 지나 지루함을 지나

Love, 못 믿을 이름

이토록 부질없는 슬픔의 마법

     

태양처럼 빛난 모든 순간도

노랫소리 같던 속삭임도

헤어짐을 향한 막연한 항해


한땐 목숨 같던 나의 사랑도

그저 스쳐가는 찰나의 바람

참 위태로운 얘기

 

  

도시전설 (작사 정석원 작곡 정석원)

     

처음 만난 그대 달콤한 기억

매일매일 긴긴 문자 속엔 사랑 가득

     

맑은 햇살 아래 한강변 도로

차를 몰며 나를 보던 그대, 왕자 같았어

     

나 말곤 그 누구에게도

관심 없어하던 그대였죠

세상은 우리를 위한 배경


그리 오래된 얘기도 아니 아닌 것 같은데

그 천산 어딜 갔나

     

마치 꿈같던 동화는

이제 전해 내려오는

도시 속 전설 돼버렸죠

     

처음 그대 모습 어디 있나요

내가 보낸 문자 답은 무심한 한 마디

     

예전 그 햇살 속 한강변 도로

난폭하게 소리치는 그대, 괴물이 됐네

     

나만 아니라면 그대는

누구에게라도 관심 쏟죠

세상은 나 빼곤 모두 행복


이리 많고 많은 금기 속에서

내가 제일 하지 말았어야 할 일

그댈 만난 일


대구와 대비가 두드러진다. 왕자는 괴물로, 천사는 악마로, 동화는 도시전설로 변해버렸다. 사랑이라는 생명체의 비포&애프터 사진을 보는 것 같다. 마치 사랑의 본질은 씁쓸함이라는 결론을 납득시키려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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