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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온 Mar 15. 2023

클래식 입문의 X축과 Y축

출판사 직원은 아닙니다 팬입니다

시중에는 수도 없이 많은 클래식 입문서가 나와 있다. 모두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좋은 책들이나, 특별히 아끼는 두 시리즈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하나는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이고 다른 하나는 <더 클래식>이다. 전자는 현재진행형으로 7권까지 나와 있고, 후자는 3권으로 끝을 맺었다. 이들은 마치 X축과 Y축, 씨줄과 날줄처럼 서로 다른 특성을 지녔음에도 어느 한쪽도 빠뜨릴 수 없다. 이 두 시리즈만 읽어도 클래식 감상자로서의 큰 발걸음을 내딛었다고 할 수 있다.

    



먼저 X축에 해당하는 것은 시대순으로 쓰인 <더 클래식>이다. 이 책의 특징과 장점을 정리하면 이렇다.

    

1.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의 음악사에서 필수적으로 들어볼 만한 곡을 한 챕터씩 할애해서 다루고 있다. 곡의 총 개수는 101개.    

 

2. 각 챕터의 본문은 4~5장 정도 분량으로 작곡가의 생애와 작품의 특징에 대한 설명으로 이루어지는데, 그다지 길지 않음에도 필수적인 내용이 다 들어가 있고 글이 아주 훌륭하다. 예전에 잠깐 클래식 감상 모임을 주최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 책의 본문을 소개하자, 문장이 너무 좋다며 감탄한 분도 계셨다.     

마태수난곡에 대한 설명


3. 챕터가 끝날 때마다 해당 곡에 대한 명반을 3개씩 소개한다.

4. 지갑 사정이 허락하는 내에서 소개된 음반을 약간이라도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즉 음악을 듣는 즐거움을 위해 약간의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기를 권유한다.    

  

나는 이 말에 동감해서 음반을 사보았으나, 나의 이상과는 달리 재정 상태가 훌륭하지 못했으므로 브람스까지밖에 못 샀다. 그리고 챕터 당 3개씩 소개되는 명반 중에서 하나씩만 샀는데, 그래도 좋았다. 저 많은 곡들을 다 사서 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은 버리고 각자 재정 상황에 맞춰 몇 장씩만 구입해 봐도 좋을 듯하다.   

   

이 책을 읽고 처음 들어본 곡 중 위 사진에서 보이는 <마태수난곡>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3개의 음반 중 카를 리히터와 뮌헨 바흐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사서 들었는데, 본문 설명처럼 워낙 대곡이고 생소한 종교 음악이라 정말 어려웠다. 하지만 해설을 따라 유명한 아리아부터 집중해서 찬찬히 들어보니 갈수록 그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좋은 해설이 가진 힘이었다.     




이제 Y축에 해당하는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흔히 줄여서 <난처한 시리즈>라고 하는 이 교양서 시리즈는 가장 먼저 나온 <난처한 미술이야기>로 유명하며, 이후 출간된 <난처한 동양미술 이야기>와 <난처한 경제이야기> 역시 훌륭하다.


<난처한 클래식 수업>의 특징과 장점을 얘기하자면,


1. 대중에게 친숙하면서 음악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곡가를 선정하여, 한 명이나 같은 주제로 묶은 두 명의 작곡가가 책 한 권에 해당한다. (1권은 모차르트, 7권은 슈만과 브람스이듯)


2. 설명이 몹시 디테일하면서도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다. 다음 사진을 보자.

이렇게 악보의 일부분을 싣고 친절하게 표시까지 해가면서 설명하는 책은 처음 봤다. 보통은 이 주제는 긴박하고 불안한 느낌이라는 데까지만 얘기하는데, 이 책에서는 음과 음의 낙차까지 언급하면서 왜 그런 느낌이 나는지 상세히 알려준다. 음악 뿐 아니라 작곡가의 생애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하지만 결코 어렵지 않게 친절하고 쉽게 설명해준다.


3. QR코드가 삽입되어 있어 책을 읽으며 바로바로 주요 음악을 들어볼 수 있다. 아, 기술의 발전이란 이렇게 행복한 것이었다. 이 책을 읽을 때면 제목을 하나하나 유튜브에 검색할 필요가 없다.      


그 외에 참고할 만한 음악으로는 스피커 표시가 되어있어 홈페이지에서 얼마든지 찾아 들을 수 있도록 해두었다. QR코드와 스피커 표시만 따라가도 한 작곡가의 대표곡을 대부분 들을 수 있다. 이건 편집 측의 정성이 느껴지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다.     


시간이 날 때면 침대에 기대어 헤드폰을 끼고 해설을 읽으며 차례차례 곡들을 감상하고는 하는데, 그때만큼 사치스러운 시간이 있을까 싶을 만큼 황홀하다. 하루의 피로가 깨끗이 씻겨나가는 기분이다.   

   



클래식에 입문하고 싶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던 분들은 이 두 시리즈를 길잡이 삼아,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하나는 시간순으로 중요 곡을 쫙 훑어줄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작곡가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알려줄 것이다. 마치 족집게 강사처럼 말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좋아하는 곡도 생기고, 더 이상 클래식이 난해하다고 생각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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