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직원은 아닙니다 팬입니다
시중에는 수도 없이 많은 클래식 입문서가 나와 있다. 모두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좋은 책들이나, 특별히 아끼는 두 시리즈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하나는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이고 다른 하나는 <더 클래식>이다. 전자는 현재진행형으로 7권까지 나와 있고, 후자는 3권으로 끝을 맺었다. 이들은 마치 X축과 Y축, 씨줄과 날줄처럼 서로 다른 특성을 지녔음에도 어느 한쪽도 빠뜨릴 수 없다. 이 두 시리즈만 읽어도 클래식 감상자로서의 큰 발걸음을 내딛었다고 할 수 있다.
먼저 X축에 해당하는 것은 시대순으로 쓰인 <더 클래식>이다. 이 책의 특징과 장점을 정리하면 이렇다.
1.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의 음악사에서 필수적으로 들어볼 만한 곡을 한 챕터씩 할애해서 다루고 있다. 곡의 총 개수는 101개.
2. 각 챕터의 본문은 4~5장 정도 분량으로 작곡가의 생애와 작품의 특징에 대한 설명으로 이루어지는데, 그다지 길지 않음에도 필수적인 내용이 다 들어가 있고 글이 아주 훌륭하다. 예전에 잠깐 클래식 감상 모임을 주최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 책의 본문을 소개하자, 문장이 너무 좋다며 감탄한 분도 계셨다.
3. 챕터가 끝날 때마다 해당 곡에 대한 명반을 3개씩 소개한다.
4. 지갑 사정이 허락하는 내에서 소개된 음반을 약간이라도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즉 음악을 듣는 즐거움을 위해 약간의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기를 권유한다.
나는 이 말에 동감해서 음반을 사보았으나, 나의 이상과는 달리 재정 상태가 훌륭하지 못했으므로 브람스까지밖에 못 샀다. 그리고 챕터 당 3개씩 소개되는 명반 중에서 하나씩만 샀는데, 그래도 좋았다. 저 많은 곡들을 다 사서 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은 버리고 각자 재정 상황에 맞춰 몇 장씩만 구입해 봐도 좋을 듯하다.
이 책을 읽고 처음 들어본 곡 중 위 사진에서 보이는 <마태수난곡>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3개의 음반 중 카를 리히터와 뮌헨 바흐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사서 들었는데, 본문 설명처럼 워낙 대곡이고 생소한 종교 음악이라 정말 어려웠다. 하지만 해설을 따라 유명한 아리아부터 집중해서 찬찬히 들어보니 갈수록 그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좋은 해설이 가진 힘이었다.
이제 Y축에 해당하는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흔히 줄여서 <난처한 시리즈>라고 하는 이 교양서 시리즈는 가장 먼저 나온 <난처한 미술이야기>로 유명하며, 이후 출간된 <난처한 동양미술 이야기>와 <난처한 경제이야기> 역시 훌륭하다.
<난처한 클래식 수업>의 특징과 장점을 얘기하자면,
1. 대중에게 친숙하면서 음악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곡가를 선정하여, 한 명이나 같은 주제로 묶은 두 명의 작곡가가 책 한 권에 해당한다. (1권은 모차르트, 7권은 슈만과 브람스이듯)
2. 설명이 몹시 디테일하면서도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다. 다음 사진을 보자.
이렇게 악보의 일부분을 싣고 친절하게 표시까지 해가면서 설명하는 책은 처음 봤다. 보통은 이 주제는 긴박하고 불안한 느낌이라는 데까지만 얘기하는데, 이 책에서는 음과 음의 낙차까지 언급하면서 왜 그런 느낌이 나는지 상세히 알려준다. 음악 뿐 아니라 작곡가의 생애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하지만 결코 어렵지 않게 친절하고 쉽게 설명해준다.
3. QR코드가 삽입되어 있어 책을 읽으며 바로바로 주요 음악을 들어볼 수 있다. 아, 기술의 발전이란 이렇게 행복한 것이었다. 이 책을 읽을 때면 제목을 하나하나 유튜브에 검색할 필요가 없다.
그 외에 참고할 만한 음악으로는 스피커 표시가 되어있어 홈페이지에서 얼마든지 찾아 들을 수 있도록 해두었다. QR코드와 스피커 표시만 따라가도 한 작곡가의 대표곡을 대부분 들을 수 있다. 이건 편집 측의 정성이 느껴지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다.
시간이 날 때면 침대에 기대어 헤드폰을 끼고 해설을 읽으며 차례차례 곡들을 감상하고는 하는데, 그때만큼 사치스러운 시간이 있을까 싶을 만큼 황홀하다. 하루의 피로가 깨끗이 씻겨나가는 기분이다.
클래식에 입문하고 싶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던 분들은 이 두 시리즈를 길잡이 삼아,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하나는 시간순으로 중요 곡을 쫙 훑어줄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작곡가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알려줄 것이다. 마치 족집게 강사처럼 말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좋아하는 곡도 생기고, 더 이상 클래식이 난해하다고 생각지 않게 될 것이다.